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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다시 시작하는 이 여름을 더 풍요롭게 맞이하기 위하여 날짜 2020.06.20 18:26
글쓴이 고규홍 조회 189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다시 시작하는 이 여름을 더 풍요롭게 맞이하기 위하여

  《컨테이전》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9년 전인 2011년에 기네스 팰트로, 맷 데이먼, 케이트 윈슬렛, 로렌스 피시번 등이 열연한 의학 스릴러입니다. 정체 불명의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공포를 치밀하게 묘사한 영화입니다. 출연진 이름만으로도 귀가 쫑끗해질 만하지 않나 싶습니다. 영화가 만들어진 9년 전이라면 사스, 신종플루를 겪은 뒤이고, 메르스가 발생하기 직전입니다만, 영화 속의 상화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돌아볼 수 있게 합니다. 세계보건기구의 자문을 받으며 제작했다는 소개 글처럼 감염병에 대한 치밀한 연구를 바탕으로 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 다시 시작하는 이 여름의 상동도서관 《나무강좌》에 초대합니다 ○

  지난 번 《나무편지》에서 예고해드렸듯이 《나무강좌》 소식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중단했던 《부천 상동도서관 나무강좌》를 다시 시작합니다. 재개를 결정하고 7월 강좌를 준비하는 동안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다시 크게 늘어나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일단은 오늘(6/22, 월)부터 참가하실 분의 신청을 받기로 했습니다. 이미 말씀드렸듯이 강연장에서의 거리두기를 위해 참가자를 객석 절반 수준인 60명으로 제한합니다. 가능하면 서둘러 신청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참가 신청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https://bit.ly/30ZOtIe <== 상동도서관 《고규홍의 나무강좌》 페이지

  아울러 7월 강좌에서부터는 예전처럼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도 말씀드립니다. 강연장 참가 인원을 제한해야만 하는 도서관 사정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다섯 달 동안의 휴지 기간을 단순한 강제 휴식이 아니라, 더 좋은 모임, 더 알찬 강연을 준비하는 ‘충전 기간’으로 여기고, 좀더 흥미롭고 의미있는 강좌를 이어가도록 애쓰겠습니다. 이번 2020년 후반기 나무강좌는 다달이 둘째 주와 넷째 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두 시간에 걸쳐 진행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산림청 지정 보호수 다섯 그루를 다소곳이 품은 마을 숲 ○

  오늘 말씀드릴 나무는 〈구미 안곡리 느티나무들〉입니다만, 나무 이야기 전에 앞에서 말씀드렸던 영화 이야기를 조금만 덧붙이겠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지금의 우리 상황과 문제점들을 짚어볼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이 영화가 개봉한 때에라면 영화 속에 과장된 표현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만, 지난 봄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겪고 있는 사태를 돌아보면, 영화 속의 상황은 전혀 과장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 사정을 매우 잘 꿰뚫어 보는 듯합니다. 게다가 바이러스(영화 속에서는 정체 불명의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로 전파되고 감염되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과정 또한 잘 표현되었습니다. 7월의 《상동도서관 나무 강좌》에서는 지금 우리의 사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 속의 몇 장면을 짚어보며, 바이러스와 사람,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짚어볼 계획이기도 합니다.

  자! 이제 〈구미 안곡리 느티나무들〉 이야기입니다. 나무 이름의 뒤에 ‘들’이라는 복수접미사를 붙였습니다. 국가 지정 문화재일 경우라면 흔히 ‘들’ 대신에 ‘群’을 붙여서 〈구미 안곡리 느티나무군〉이라고 했겠지만, 제 방식대로 우리말 접미사를 붙여서 이름 붙였습니다. 한 그루가 아니라 여러 그루의 느티나무가 한 자리에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산림청에서는 그 가운데 좀더 빼어난 나무를 개별적으로 보호수로 지정했지만, 굳이 따로 떼어놓기 어려울 만큼 한 자리에 모여 있는 나무들입니다. 이 가운데 보호수로 지정한 것만도 다섯 그루인데, 그 다섯 그루 외에도 다섯 그루의 더 좋은 나무들이 모여 있습니다. 마을 입구에서 풍요루운 마을 숲을 이룬 이 느티나무들은 멀리서 마을 입구가 바라볼 때부터 심상치 않다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 4백 년 전에 신씨 형제가 큰 나무 곁에 마을을 일으켜 ○

  이곳에 사람의 보금자리를 처음 일으킨 때는 1632년이라고 합니다. 대략 몇 년 쯤 전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대부분인데, 이 마을에서는 정확히 1632년에 신씨 형제가 마을을 일으켰다고 이야기하고, 마을의 내력을 마을회관 앞의 비에 세워두었습니다. 4백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그때 신씨 형제가 이 곳에 들어왔을 때에, 이 자리에 큰 느티나무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나무가 오늘 《나무편지》의 맨 위에 보여드리는 나무입니다. 숲을 이룬 나무들과 조금 떨어져 마을 안쪽에 자리잡고 서 있는 나무로, 〈구미 안곡리 느티나무들〉 가운데에 가장 오래 된 나무입니다. 그 큰 나무 그늘에는 마을 사람들이 언제든 편히 나와 쉴 수 있는 자그마한 정자를 놓았습니다. 나무와 잘 어울릴 뿐 아니라, 살림집들과 붙어 있어서 사람의 삶에 그대로 스며든 듯, 참 다정한 느낌을 줍니다.

  마을 사람들의 중심이 되는 자리인 마을 회관 옆에도 한 그루의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이 나무는 나이로 치면 이 숲에서 보호수로 지정한 다섯 그루 가운데에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합니다. 2백 년 정도 된 느티나무이지요. 젊은 나무라는 건, 한 눈에도 금세 알아챌 수 있습니다. 조금 비스듬히 솟아오른 굵은 줄기는 젊은 기운이 느껴지고, 줄기 어느 곳에도 상처 하나 없이 미끈합니다. 사방으로 고르게 펼친 나뭇가지도 장합니다. 회관 앞에서 뵙게 된 마을 어른께, 여러 나무 가운데에 “이 나무가 가장 잘 생긴 나무로 보인다”고 했더니, 그 분도 수긍했습니다. 마을회관 옆의 빈 자리에서 마을의 평안을 지켜주는 듬직한 지킴이 형상입니다.

○ 해마다 정월 대보름에 마을 사람 모두가 모여서 올리는 동제 ○

  그러나 마을 사람들의 안녕과 평안을 지켜주는 중심이 되는 나무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위의 나무입니다. 여러 그루가 가운데의 돌무지를 중심으로 빙 둘러 서 있는데, 그 가운데 보호수로 지정한 나무는 한 그루뿐입니다. 나이는 130년 정도밖에 안 된 어린 나무입니다. 그러니까, 〈구미 안곡리 느티나무들〉 가운데에서는 가장 어린 나무이고, 아마도 보호수로 지정한 전국의 느티나무 가운데에서도 어린 나무일 듯합니다. 어린 나무이지만, 마을의 작은 역사를 간직한 소중한 나무라는 게 보호수로 지정할 때의 까닭이지 싶습니다. 어린 나무이지만 돌무지를 가운데로 하고, 네 그루가 얼기설기 모여서 가지를 펼친 바람에 분위기는 무척 융융하고 풍요로워 보입니다. 네 그루 가운데 두 그루는 그보다 더 어린 나무로 보입니다만, 다른 한 그루의 느티나무는 보호수로 지정한 나무와 거의 같은 나이와 크기를 가진 나무로 보입니다.

  바로 이 자리가 마을 사람들이 해마다 정월대보름에 모이는 자리입니다. 모여서 한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할 뿐 아니라, 마을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이 마을을 떠나 대처에 나가 있는 모든 가족들의 평안과 안녕을 비는 자리입니다. 적지 않은 마을 사람들이 대처로 나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농촌 마을로서는 비교적 규모가 큰 120가구 정도의 모든 마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동제를 올립니다. 모두가 신명을 올려 제를 올리고 음식을 나눠먹는 마을 잔치를 벌이는 겁니다. 젊은 느티나무 네 그루가 모여 있는 돌무지의 바깥 쪽에는 그래서 제단으로 쓰일 만한 반석이 놓여 있습니다. 나무 줄기에 금줄을 쳐 놓은 것도 당연하고요.

○ 사람은 나무 곁에 보금자리를 틀고, 나무는 사람을 지켜주고 ○

  〈구미 안곡리 느티나무들〉은 오래도록 마을 사람들을 지켜왔습니다. 그래서 굳이 정월 대보름의 당산제가 아니라 해도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에 맞춤하게 제가끔 나무를 찾아와 소원을 빌곤 했다고 합니다. 개별적으로 빌어야 할 소원이 있어 나무를 찾을 때에는 마을 동제를 올리는 돌무지 곁의 젊은 느티나무가 아니라, 가장 오래 된 500년 넘게 살아온 늙은 느티나무를 찾는다고 합니다. 늙고 젊고 어린 나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 있는 자리에서 이어가는 평화로운 사람살이입니다. 나무가 있는 곳에 나무와 더불어 살아갈 사람의 보금자리를 짓고, 그 곁에 나무를 또 심어 키우고, 나무는 나무를 심어 키우는 사람들을 지켜주는 아름다운 시골 마을 느티나무 마을 숲 이야기입니다.

  낮 기온이 점점 체온에 가까워지는 날들입니다. 주중에는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비와 더위, 그리고 잦아들지 않는 코로나19바이러스의 확산에 건강 잃지 않고 평안히 보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오늘의 긴 《나무편지》 마무리합니다.

  고맙습니다.

- 나무를 심은 사람들을 지켜주는 느티나무를 돌아보며  6월 22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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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신명기 (2020.06.24 10:59)
참았던 비가 내리는 모습입니다
연꽃 위로 굵은 줄기가 바람과 함께 내리면서
연꽃대는 몸을 가누기 힘들어하고
연꽃잎은 밑으로 처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와 함께여서 그런지 연꽃은 더 예쁩니다.
제 일터에 있는 느티나무도 오늘은 흠뻑 비맞으며 웃는 모습이 보입니다.
기상관측 이래 6월 최고 더위였다는 며칠간의 무더위를 이겨내고
시원한 빗줄기에 한바탕 목욕을 하고 있습니다.
젊은 느티나무와 오래된 느티나무가 조화를 잘 이루는 안곡리 느티나무들처럼
어디에서든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간극을 좁히려면
느티나무들처럼 넉넉하게 그늘 만들어주며 품어줄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고규홍 (2020.06.28 09:15)
제 답사 길에서는 아직 연꽃을 보지 못했는데..... 이번 주 답사에서는 연꽃도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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