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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도시의 콘크리트 틈새를 뚫고 솟아오른 봄 풀꽃들 날짜 2017.05.06 16:08
글쓴이 고규홍 조회 594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도시의 콘크리트 틈새를 뚫고 솟아오른 봄 풀꽃들

  지난 《나무편지》에서는 내가 사는 마을, 도시의 나무들을 보여드렸습니다. 오늘은 아스팔트 틈바구니에 자리잡고 피어나는 여린 풀꽃들을 보여드립니다. 풀꽃에 눈길 돌리실 여유가 없는 날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우리 곁에는 언제나 여여하게 피고지는 풀꽃이 살아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로수 뿌리 곁, 옹색하게 남은 흙 위에 솟아오른 여러 풀더미를 헤치고 하얀 색과 푸른 보랏빛의 제비꽃이 곳곳에 피었습니다. 비교적 이르게 피어난 제비꽃은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에 채여 스러지기도 했습니다. 아무 자리에서나 누가 보든 안 보든 아무렇게나 피어난 푸른 꽃송이는 이 도시의 싱그러운 생명 노래입니다.

  제비꽃보다 눈에 먼저 들어온 건 봄맞이꽃입니다. 초록의 풀잎들 사이에서 조롱조롱 피어난 하얀 색 꽃송이는 이 봄을 더 맑게 맞이합니다. 여리디 여리게 솟아오른 줄기, 눈에 뜨일랑 말랑 할 정도의 가늣한 줄기 위에 피어난 꽃송이는 온갖 세상의 먼지를 뒤집어 쓰고도 언제나 맑고 향긋합니다.

  꽃송이가 작기로 따지면 꽃다지만한 꽃도 없습니다. 넉 장의 꽃잎으로 구성된 하나의 꽃송이는 고작해야 지름 3~5밀리미터 정도 됩니다. 꽃다지라는 그의 이름 또한 앙증맞은 꽃송이에 잘 어울립니다. 허리 굽혀 쪼그리고 앉아 바라보노라면, 봄 기운이 온 몸에 사르르 퍼집니다.

  꽃다지와 꼭 닮은 모습으로 피어나는 꽃송이 가운데에 냉이 꽃이 있습니다. 크기도 생김새도 다를 게 없지만, 흰 색의 꽃이어서, 꽃다지 꽃과는 금세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길쭉히 올라온 꽃대궁 위에서 하얗게 피어난 냉이 꽃이 하냥 기특합니다.

  누가 뭐라 해도 이 봄에 가장 아름다운 풀꽃은 꽃마리 꽃입니다. 꽃마리는 꽃이 피어날 때에 말렸던 줄기가 도르륵 풀리면서 피어난다 해서 꽃마리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그 줄기 끝에 피어나는 꽃마리 꽃은 사실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만큼 작습니다.

  작은 꽃들이 대개 그렇지만 자세히 살펴볼수록 그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됩니다. 다섯 개로 갈라진 꽃잎과 가운데의 노란 꽃술 부분은 하! 볼수록 신기합니다. 그 작은 꽃송이들이 콘크리트 담장과 보도블록 틈바구니를 뚫고 무더기로 올라와 환하게 피었습니다.

  꽃마리와 똑같이 생겼지만, 꽃 송이의 빛깔이 다른 꽃받이 역시 이 계절에 빼놓을 수 없는 풀꽃입니다. 꽃마리만큼 흔한 건 아니지만, 잘 살펴보면 꽃받이도 꽃마리 만큼 많습니다. 워낙 작아서 눈에 잘 안 뜨일 뿐입니다. 꽃마리보다 나중에 피어나면서도 꽃마리 꽃보다 먼저 지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도시의 봄 산책 길에 노란 꽃은 대부분 민들레와 씀바귀가 있습니다. 도시 아니어도 민들레와 씀바귀는 흔하디 흔한 풀꽃입니다. 그야말로 우리 땅 어디나 가리지 않고 아무데나 마구 피어나서 오랫동안 피고 지고를 되풀이하는 우리 땅 우리 풀꽃입니다.

  난데없이 자주괴불주머니를 만났습니다. 대관절 어디서 날아왔을까요? 딱 한 촉이 가로수 그늘 아래에 홀로 솟아올라 꽃을 피웠습니다. 지난 해 봄에도 피었던 것을 바라보지 못했던 것 아닐까 되짚어 봅니다. 일단 이곳에 자리잡았으니, 내년 봄에도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흥겨워집니다.

  무엇보다 고마운 건 점나도나물입니다. 지난 해에는 바로 이 자리에서 볼 수 없던 풀꽃입니다. 해마다 이 자리에서 무성하게 돋아나 환하게 피어났던 점나도나물입니다. 그런데 이태 전의 어느 날 ‘공공근로’로 동원된 어르신들이 그야말로 한 촉도 남기지 않고 뽑아내신 바람에 이태 동안 볼 수 없던 풀꽃입니다.

  하지만 다시 콘크리트 틈새를 뚫고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점나도나물이 무성하게 올라왔습니다. 하도 작아서 얼핏 보아서야 꽃으로 보이지 않는 하얀 꽃을 무성하게 피운 점나도나물 앞에 할 수 없이 무릎을 꿇고 주저앉습니다. 활짝 피어난 꽃송이들과 눈인사를 나눕니다.

  이제 도시의 목련 종류가 피웠던 꽃송이들은 다 스러졌습니다. 그러나 며칠 전의 천리포 숲의 목련 종류들은 여전히 아름다운 꽃송이를 매달고 있었습니다. 천리포 숲의 붉은 빛깔 목련 가운데에는 단연 첫손에 꼽히는 불칸 목련이 밀려든 해무 속에서도 제 빛깔을 한껏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천리포 숲의 목련 가운데에 비교적 늦게 피어나는 노란 빛깔의 목련 역시 한창이었습니다. 초록 잎사귀와 함께 피어나는 노란 목련 꽃은 여느 목련 종류의 꽃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우아함이 있어 보입니다. ‘귀족적’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노란 꽃을 피우는 목련도 종류가 많은데요. 가능하면 다음 편지에서 좀더 자세히 보여드리겠습니다.

  내일은 우리 모두가 기다려 온 바로 그 5월 9일입니다. 더 보람찬 하루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도시에서 산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 5월 9일 하루 전의 이른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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