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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철쭉 가운데 가장 오래 한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나무 날짜 2018.06.10 11:02
글쓴이 고규홍 조회 1479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철쭉 가운데 가장 오래 한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나무

  오래 된 나무를 찾아가는 길을 언제나 설렘이 있습니다. 자주 찾아본 나무라 해도 그렇지만, 그 동안 알지 못했던 크고 오래 된 나무를 찾아갈 때의 설렘은 더 클 수밖에요. 무려 오백오십 년을 살아온 철쭉의 소식은 진작에 들었습니다. 벌써부터 찾아 보고 싶었지만, 일정을 내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기왕이면 꽃 필 즈음에 찾아보자며 날짜를 미뤘지요. 그리고 지난 오월을 마무리할 즈음에 나무를 찾아갔습니다. 조금 늦었다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큰 나무들은 개화나 단풍이 대체로 더디다는 걸 생각하면, 꽃을 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설렘을 안고 숲 길을 올랐습니다. 경상북도 봉화 춘양면 우구치 숲길입니다.

○ 신갈나무 우거진 숲 깊은 곳에 살아있는 철쭉 고목 ○

  나무가 서 있는 자리까지 가는 길이 짧고 가벼울 줄만 알고, 신발도 가방도 별다른 준비 없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아무리 가벼워도 산은 산이었습니다. 고작해야 2킬로미터 남짓하는 짧은 거리입니다만, 오르는 길은 가팔랐습니다. 숨도 차고 땀도 많이 흘렀습니다. 그래도 우거진 숲의 청량함이 좋았습니다. 조붓한 숲의 길섶에는 여러 자디잔 풀꽃들이 환하게 피어있어서 천천히 오르는 길은 좋았습니다. 우거진 신갈나무 숲길이 싱그러이 이어질 뿐 아니라, 또 오래 된 철쭉이 살아있는 숲이라는 걸 일러주기라도 하려는 듯, 숲길 초입에서부터 크고 작은 철쭉도 눈길에 많이 잡혔습니다.

  진달래 군락이 터널을 이룬 숲길도 지나야 했습니다. 잘 톺아보면 아주 오래 된 진달래도 어디엔가 숨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산림청의 보호림으로 지정한 숲이지만,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지는 않는 곳입니다. 가까이에 사는 마을 사람들의 편안한 등산 코스이기도 합니다. 사람의 발길이 많지 않은 곳이어서 번거롭지 않아 좋고, 그 바람에 우거진 숲의 오솔길을 걷는 기분은 삽상했습니다. 오백오십 년이나 됐다는 철쭉이 있는 자리는 이 산의 정상에 가까이 다가선 부분입니다. 천이백 미터 쯤 되는 높은 산이지만, 등산로 초입이 팔백 미터 이상의 높은 자리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니지요.

○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크고 가장 오래 된 철쭉 노거수 ○

  천천히 두어 시간 쯤의 산행으로 드디어 늙은 철쭉 앞에 이르렀습니다. 오백오십 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온 철쭉은 큰 나무들이 울창한 숲 가운데에 서 있었습니다. 키 큰 나무들이 즐비한 곳이어서, 철쭉 노거수가 돋보이는 건 아닙니다. 큰 키로 자라는 나무가 아니라는 철쭉의 특징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칠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오래 전에 나무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들이 나무 주변에 나무로 가는 길의 이정표도 세웠고, 나무 곁에는 산림청 보호수 입간판을 세웠으며, 나무 주변에는 철제 울타리를 잘 둘러쳐서 나무를 찾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물론 독립해서 서 있는 느티나무나 소나무 노거수를 바라볼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철쭉 울타리 곁에는 여러 종류의 풀꽃들이 피어있습니다. 둥글레는 초록의 넓은 잎사귀 아래 쪽으로 조롱조롱 꽃을 피웠고, 그 곁 곳곳에는 보랏빛 큰앵초가 앙증맞게 꽃을 피웠습니다.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나무라 이야기하기보다는 온갖 뭇 생명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오래 된 생명으로서의 철쭉이 드러내는 생명살이의 이미지는 남다르다 할 수밖에 없습니다. 키도 크고 굵기도 굵은 노거수를 만났을 때의 놀라움과는 다른 벅찬 느낌이 오백오십 년 된 철쭉 주변에 감돕니다. 어쩌면 나무가 가장 나무답게 살아가는 모습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대개는 도시의 아파트 낮은 울타리 주변에 줄지어 심어 키우는 철쭉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날것의 생명 이미지입니다.

○ 긴 세월의 풍진을 켜켜이 쌓고 음전히 살아온 생명 ○

  꽃이 피었으리라는 기대는 그러나 온당치 않았습니다. 이미 꽃이 죄다 떨어진 것인지, 나뭇가지 위쪽을 샅샅이 살폈지만, 가지 끝에 남아있는 꽃이라고 해 봐야 겨우 두어 송이가 전부였습니다. 어쩌면 오래 된 나무여서 꽃을 그리 많이 피우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무가 꽃을 많이 피웠다가 이미 낙화한 것이라면 주변에 낙화한 꽃잎이 많이 있어야 할 텐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든 생각입니다. 산 깊은 곳이어서 누가 일부러 떨어진 꽃잎을 쓸어내지는 않았을 텐데 낙화한 꽃잎은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의 속내를 알아보려면 아무래도 몇 해를 더 찾아보아야 하지 싶네요. 하여간 가지 끝에 매달린 몇 개의 꽃송이에 눈길을 고정하고 깊은 숲에서 긴 세월을 음전히 지내온 오래된 생명을 향한 경배 인사 올립니다.

  철쭉의 높이는 대략 5미터 쯤 되고, 줄기 둘레는 1미터를 조금 넘는 규모입니다. 대개의 경우, 나무의 줄기둘레는 사람 가슴 높이 부근에서 잽니다만, 이 철쭉은 낮은 키의 나무여서 사람 가슴 높이에서 줄기 둘레를 잴 수는 없습니다. 그 부근은 이미 줄기가 여럿으로 갈라졌거든요. 그래서 줄기가 여럿으로 갈라지기 바로 전의 둘레를 잰 것입니다. 나무 앞의 입간판에도 105센티미터라고 적혀 있긴 합니다. 비탈진 자리에서 나무는 처음 뻗어나온 줄기가 비탈 아래쪽으로 비스듬히 누웠다가 다시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모양입니다. 이 부분에는 굵은 줄기 곁에서 다른 줄기가 바짝 붙어서 솟아났습니다. 그 중 하나는 굵은 줄기에 바짝 붙어서 자랐고, 그보다 나중에 솟은 곳으로 보이는 가늣한 줄기 하나는 조금 아래 쪽에 떨어져 있습니다.

○ 햇살을 찾아 도담도담 펼쳐온 생명의 안간힘 ○

  멀리서 허수로이 바라보아서는 나무 줄기 아래 쪽의 사정을 일일이 헤아려지지 않습니다. 특히 처음에 뿌리에서 줄기가 솟아나와서는 비탈 아래쪽으로 누운 듯이 자랐다는 게 잘 안 보입니다. 그 부분은 오래 전에 땅바닥에 닿았고, 그 줄기 위쪽으로 흙과 이끼가 가득 쌓였거든요. 큰 나무들이 무성한 숲 한가운데에서 나무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하며 누웠다가 다시 일어서며 살아온 생명의 아우성입니다. 어렵게 뻗어오른 철쭉의 줄기는 무성한 숲 큰 나무들 사이에서 햇살을 찾아내고 널찍하게 가지를 뻗었습니다. 나무의 높이가 5미터 쯤 된다고 이야기했는데, 사방으로 고르게 펼친 나뭇가지의 폭은 높이의 세 배 가까이 돼 보입니다. 철쭉으로서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나무라 하기에 충분합니다.

  ‘오백오십 년 철쭉’ 그건 부근에 계신 분들이 이 나무를 부르는 이름입니다. 이 숲을 보호하며 설치한 이정표에도 그렇게 돼 있습니다. 인근에서는 오래 전부터 꽤 잘 알려진 나무였던 모양입니다. 비교적 긴 시간에 걸쳐 화려한 보랏빛 꽃을 피우기에 철쭉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시골 도시를 가리지 않고 사람 곁에서 흔하디흔하게 잘 자라는 나무입니다. 그러나 사람살이를 피해 깊은 숲에서 자신만의 힘으로 긴 세월을 살아온 한 생명의 안간힘과 그의 도도한 생명력에 다시 한번 예를 표하고 천천히 작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한 해 쯤 지나 이 철쭉이 이 깊은 숲에서 보랏빛 꽃을 어떤 모양으로 얼마나 무성하게 피울지 궁금해집니다. 또 하나의 그리움 마음 깊은 곳에 접어두고 돌아 내려옵니다.


○ 지방선거일과 겹쳐 상동도서관의 유월 나무강좌는 쉽니다 ○

  여러 가지로 정신 사나운 한 주가 시작됐습니다. 내일 모레는 둘째 주 수요일, 부천 상동도서관의 나무강좌가 있는 날입니다만, 바로 이 날이 지방선거에 따른 임시공휴일이어서, 이번 강좌는 휴강합니다. 그리고 다음 주부터는 2018년 후반기 나무강좌 참가자를 모집합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올 후반기 나무강좌에도 많은 관심과 성원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또 하나의 큰 나무 향한 그리움을 일으키며 6월 11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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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김용성 (2018.06.11 11:06)
안녕하세요
어제 김포가톨릭아트센터에서 선생님의 나무이야기 강론을 듣고 집사람이랑 교보에 가서 책을 사서 읽고 이 블로그에도 회원가입하여 보고있습니다. 선생님의 나무사랑이 요즘 문명이기에 지친 많은 사람들에게 힐링이 되는 것 같아 너무 좋습니다. 얼마전 제주도 비자림에 가서 그 오래된 나무들을 보면서 혼자 느꼈던 자연과 바람과 나무와 빛의 소중함을 느꼈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앞으로도 자주 뵙기를 희망합니다.
고규홍 (2018.06.11 14:29)
아. 네. 어서오세요. 찾아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나무와 함께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신명기 (2018.06.12 07:43)
오백오십 년 세월~
철쭉이 그렇게 산속에 긴 세월 있었다니 하나 궁금해집니다.
그럼 우리나라 산에 진달래도 그리 오랜 세월 살아온 것이 있나요?
가장 오래된 진달래 나무는~~
시골 촌에서 자라서 그런지 철쭉이야기에 진달래가 자꾸 보고싶네요.
고규홍 (2018.06.12 08:12)
제가 아직까지 아는 바로는 그리 오래 된 나무는 없는 걸로 압니다만, 더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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