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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그배나무 가운데에 이례적으로 크게 자란 유일한 보호수 날짜 2021.07.31 16:20
글쓴이 고규홍 조회 399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아그배나무 가운데에 이례적으로 크게 자란 유일한 보호수

  더위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르네요. 그나마 습도까지 높은 건 아니어서 조금은 다행이지 싶다고 생각할 만도 하지만, 너무 오래 이어지는 더위가 견디기 힘든 날들입니다. 이글거리는 햇살 받으며 청주시 상당구 지역의 큰 나무들을 찾아보고 돌아왔습니다. 느티나무 그늘이 에어콘 실내보다는 훨씬 좋다고 늘 이야기하곤 합니다만, 엊그제 햇살 아래서는 느티나무 그늘이라고 해봤자, 이 불볕더위를 피하기에는 크게 모자랐습니다. 게다가 이 더위에 숲의 풀들은 감당하기 힘들 만큼 웃자라는 통에 숲길을 헤치고 나무에 다가서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 큰 나무 위주의 답사에서는 일쑤 지나칠 수밖에 없어 ○

  이번 답사에서 가장 귀하게 기억하게 되는 나무는 〈청주 계원리 아그배나무〉였습니다. 장미과의 낙엽성 활엽수이며 관목 혹은 소교목 형태로 자라는 아그배나무 Malus sieboldii (Regel) Rehder 는 우리나라 전 지역 가운데 강원도를 제외한 황해도 이남 지역에서 에서 잘 자라는 나무입니다. 물론 비슷한 기후인 일본의 전 지역과 중국의 일부 지방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교적 수명이 짧은 편이어서 오래 자란 큰 나무는 찾기 어려운 나무입니다. 큰 나무 위주의 답사에서는 일쑤 지나치기 십상인 나무이지요.

  식물도감에는 아그배나무를 잘 자라야 10m 정도까지 자란다고 했으며, 대개는 관목형으로 자란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큰 나무를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아그배나무 가운데에는 천연기념물이나 지방기념물로 지정한 문화재는 한 건도 없습니다. 심지어 느티나무를 무려 칠천 여 그루나 지정한 산림청 보호수 총 일만 삼천 여 그루 가운데에 아그배나무는 1982년에 지정번호 ‘청주 제52호’로 지정한 〈청주 계원리 아그배나무〉가 유일합니다. 비교적 수명이 짧은 데다 낮은 키로 자라는 나무이기에 우리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은 거죠.

○ 아그배나무 가운데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나무 ○

  〈청주 계원리 아그배나무〉는 수령이 150년 정도 되는 나무로, 아그배나무 가운데에는 이례적으로 오래 살아온 나무라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높이도 식물도감의 설명과는 달리 14미터 가까이 자랐고, 뿌리 부분의 줄기둘레는 9미터를 훌쩍 넘었습니다. 뿌리에서부터 줄기가 둘로 갈라지며 수직으로 솟아올랐고, 2미터 쯤 높이에서 제가끔 다시 둘로 나눠져 솟아오르면서 여러 개의 나뭇가지를 펼쳤습니다. 4미터쯤 높이에서부터 나뭇가지를 사방으로 고르게 펼쳤는데, 그 펼침 폭이 동서남북 사방으로 13미터 정도 됩니다. 노거수로 크게 자라는 다른 수종에 비하면 작은 나무에 속하겠지만, 관목이나 소교목으로 자라는 아그배나무로서는 매우 큰 규모라고 해야 합니다.

  나무 줄기 아래쪽에서 뻗어나온 굵은 가지 몇 개가 부러진 흔적은 나무 스스로 치유 중이고, 전체적으로 생육 상태는 건강한 편입니다. 나뭇가지에 열매도 넉넉히 맺혀있는 것도 눈에 들어옵니다. 150년이라는 나무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왕성한 생식활동을 멈추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지상 3미터 부분에 굵은 가지가 부러진 흔적이 있지만, 이는 자연적인 탈락으로 보입니다. 특별한 인위적 치료 과정은 없지만, 나무 스스로 상처부위를 감싸며 건강하게 치료해 나가는 중입니다. 그밖에는 특별히 외과수술을 한 흔적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자리도 찾아지지 않을 만큼 건강합니다.

○ 산림청 보호수로 지정한 나무 가운데에는 유일한 아그배나무 ○

  괴산군 청안면과 청주시 산외면을 잇는 지방도로 575호선의 지선인 운암계원로 도로변 경사지에 우뚝 서 있는 〈청주 계원리 아그배나무〉는 동쪽으로 도로변에 바짝 붙어있는 상황이라는 건 좀 안타까운 일입니다. 도로의 교통량은 많지 않아도 나무가 도로에 바짝 인접해 있어서 그렇습니다. 뭔가 수를 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나무의 서쪽으로도 사정은 그리 좋은 게 못 됩니다. 서쪽의 아래로는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는데, 나무에서 개울까지가 대략 45도 쯤 되는 경사가 급한 비탈이 이어집니다. 당장은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만, 아무래도 불안합니다.

  지금까지는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늠름하게 서 있는 뜸직한 모습이라 해도 걱정스러운 상황은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나무의 동쪽으로 도로가 바짝 붙어 있다는 겁니다. 나무 반대편 비탈 쪽으로 도로를 넓히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인데, 도로 쪽으로는 아스콘 포장 도로여서 나무 뿌리의 호흡 공간이 모자라다는 것이지요. 단 한 그루 남아있는 아그배나무 큰 나무이거늘 장기적으로 보호할 방법을 찾기 어려울 듯해 안타깝습니다.

○ 생육 환경을 개선해 오래 지켜질 수 있기를 …… ○

  〈청주 계원리 아그배나무〉는 누가 언제 왜 심었는지, 역사적 배경과 유래가 알려진 게 없습니다. 짐작컨대 이 자리에서 저절로 자란 나무 아닌가 싶습니다. 아그배나무는 비교적 수명이 짧은 편이니, 어떤 계기를 기념하기 위해 심는 기념식수로 삼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고 열매를 수확하기 위한 목적으로 심은 나무로 보기도 어렵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결국 〈청주 계원리 아그배나무〉 이 자리에 저절로 뿌리를 내리고 자연적으로 돌보는 사람 없이 스스로 자란 큰 나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우리 곁에서 사람살이를 지켜보며 살아왔던 한 그루의 나무가 오래 지켜져야 할텐데 하는 마음일 뿐입니다.

  고맙습니다.

- 돌보는 사람 없이 긴 세월을 살아온 한 그루의 나무를 그리며 8월 2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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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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