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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삼십 년만에 이뤄낸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심의 솔숲 날짜 2021.01.23 16:33
글쓴이 고규홍 조회 183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삼십 년만에 이뤄낸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심의 솔숲

  나이 들어서 그런가요! 잘 모르던 내 곁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또렷이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점점 더 좋아집니다. 오래 전 《나무편지》에서 “사람들은 내 집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는 이승우의 소설 제목을 인용하면서, 대개 우리는 가까이 있는 것들을 잘 살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나무도 그렇습니다. 우리 곁에 어떤 나무가 있는지 잘 모른다는 거죠. 안다 하더라도 일부러 멀리 찾아가서 만나 본 나무만큼 곁에 있는 나무를 바라보지 않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제 이야기입니다만, 다른 분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는 생각입니다.

○ 고작 30년쯤 만에 이뤄진 참 아름다운 도심의 솔숲 ○

  그런데 살다보니, 내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고, 그것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지를 조금씩 조금씩 깨닫게 됩니다. 내가 살고 있는 부천시는 수도권의 신도시입니다.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고, 10차로의 널따란 아스팔트 대로가 사방팔방으로 이어지는 꽤 번잡한 도시입니다만, 이 회색빛 도시를 푸르게 해 주는 숱하게 많은 나무들이 참 고맙고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거죠. 오늘 《나무편지》에 담은 사진들은 내가 사는 집에서 걸어 가도 되는 가까운 곳의 솔숲, 부천시청 앞 중앙공원 솔숲입니다.

  고작해야 30년 쯤밖에 안 된 숲입니다만, 참 아름다운 솔숲입니다. 최근에 부천시청에서 발간하는 지역신문에 저는 이 솔숲을 우리나라의 여느 솔숲에 비해도 결코 모자랄 것 없는 아름다운 솔숲이라고 썼습니다. 지나친 설레발이 아니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아름다운 솔숲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도시 한가운데에 이처럼 아름다운 솔숲을 가진 곳은 흔치 않을 겁니다. 물론 제가 우리나라의 모든 도시를 다 아는 건 아닙니다만, 꽤 이름난 도시 숲 어디라도 이만큼 아름다운 솔숲은 찾아볼 수 없으리라는 이야기입니다.

○ 세상의 어떤 나무라도 아름답지 않은 나무는 없어 ○

  나이 들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사는 곳, 내 곁에 가까이 있는 것들이 다른 어디에 있는 무엇보다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 곁 가까이를 가만가만 오래오래 살펴보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 가장 아름다운 숲이 있을 겁니다. 그건 이 땅의 어디에 사는 누구라도 다 그럴 겁니다.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나무가 있고, 세상의 어떤 나무라도 아름다움을 품지 않는 나무는 없으니까요. 굳이 천연기념물이니, 지방기념물이니, 명승이니 하는 식의 국가 공인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 사는 곳 어디라도 이처럼 아름다운 생명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오늘 《나무편지》에서 보여드리는 부천시청 앞 중앙공원 솔숲은 참 아름다운 숲입니다. 공원 주변으로 고층 빌딩이 둘러 싸고 있어서 살풍경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 공원에 들어서면 솔숲의 느낌은 여느 오래 된 솔숲 못지 않은 청량감이 온몸에 스며듭니다. 솔숲 곁으로는 졸졸 소리 내며 흐르는 개울이 있어서 더 좋습니다. 1993년에 조성한 부천시 대표 공원인 중앙공원은 대략 4만4천평(146,060평방미터)이나 되는 넓은 공원입니다. 이 공원에는 다양한 조형물도 있지만, 무엇보다 솔숲이 장관입니다. 나무의 생육환경으로서 그리 좋다 할 수만은 없는 도시에서도 30년만 잘 가꾸면 이만큼 좋은 숲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곳입니다. 나무가 좋은 건, 이처럼 늘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지 싶습니다.

○ 나이 들면서 가까이에 있는 것들을 더 살갑게 바라보게 되어 ○

  내 곁에 가까이 있는 나무들을 더 좋아하게 되는 건 나이 들어서 그런 것 아닐까 생각하자니, 더불어 이런저런 생각들이 잇달아 떠오릅니다.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잠 들어봐야 고작 두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깨어나 뒤척이는 것도 나이 들어서 그런 것이라고 하더군요. ‘불면의 밤’이라는 언뜻 ‘시적(詩的)’으로 보이는 단어가 결코 아름답지도 낭만적이지도 않음을 알게 된 것도 필경 나이 들어서일 겁니다. 조금 더 깊은 잠에 들기 위해 병원을 찾고, 밤이면 알약 몇 알을 몸 안에 털어 넣어야 하는 이 겨울의 고단한 끝자락에서 가뿐한 새 아침, 화려한 새 봄을 정말 간절하게 기다릴 뿐입니다.

  아직 겨울이 다 지나간 건 아닐텐데,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결에는 봄 기운이 스며든 듯합니다. 남녘에선 벌써 고로쇠나무 수액 채취 작업이 시작됐답니다. 고로쇠나무가 땅 깊은 곳으로부터 물을 끌어올린다는 건 봄이 왔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인데…….

  이 겨울의 꼬리, 건강하고 평안하게 보내시고, 봄마중 채비 잘 하시기 바랍니다.

- 가까이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2021년 1월 25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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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신명기 (2021.01.26 15:02)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한 사랑이~~
저도 매일 제 집 가까이 있는 산으로 산책을 갑니다
매일 가는 곳이지만 날씨에 따라 바뀌는 숲 모습
계절에 따라 바뀌는 숲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숲 느낌
밤 불빛에 따라 달라지는 도시
해가 뜰 때, 해가 질 때~~
참 아름다운 곳은 늘 곁에 있는 것 같습니다~^^
고규홍 (2021.01.29 14:42)
그러게요. 매일 달라지는 것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매혹적인 특징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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