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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찾아서w
제목 우암 송시열의 후손들이 터잡은 남해 바닷가 마을의 지킴이 날짜 2020.09.28 07:40
글쓴이 고규홍 조회 208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우암 송시열의 후손들이 터잡은 남해 바닷가 마을의 지킴이

  벌써 팔 년이나 지났습니다. “봄바람에 실려온 편지 한 장 달랑 들고 먼 길을 떠났다.”라고 시작하며, 한 그루의 큰 나무를 신문에 칼럼으로 쓴 게 말입니다. ‘봄바람에 실려온 편지’를 보낸 사람은 그때 대학에서 제가 진행하는 ‘콘텐츠 제작’ 수업을 수강하던 제자였습니다. 지금 그 친구는 어느 텔레비전의 주요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는 진행자가 됐습니다. 칼럼을 쓰고 다시 팔 년만에 찾은 이 느티나무가 있는 곳은 전형적인 농촌 마을인 은진송씨 집성촌인 경남 남해군 난음리 난음마을입니다.

  느티나무는 마을 앞에 펼쳐진 너른 논을 거느리는 듯한 마을 수호목의 융융한 위용을 가졌습니다. 마침 누렇게 익어가는 곡식들을 품은 너른 들녘의 빛깔이 고와서 주변 풍광은 더 없이 근사했습니다. 나무 풍광을 더 근사하게 하는 건, 나무 곁에 놓인 ‘난곡사’라는 한 채의 아담한 사당 건물입니다. 난곡사는 고려 후기에 성리학의 체계를 완성한 유학자, 백이정(1247∼1323)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이 지역 유림들이 세운 사당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느티나무의 잎이 예쁘게 잘 돋아나면 풍년이 들고, 잎이 잘 나지 않으면 흉년이 들 것”을 예측한다고 제자인 그 친구가 편지에 썼고, 실제로 제가 마을에서 뵈었던 어르신들도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물론 이같은 이야기는 난음마을 뿐 아니라, 큰 나무가 서 있는 농촌 마을이라면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지요. “우리 마을 사람들은 내내 나무를 바라보며, 그 그늘 아래서 산다고 해도 되지요. 농사 일이 바빠지면 모두 저 나무 앞에 모여들지요. 한 여름에는 나무 그늘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선답니다.” 팔년 전 그때 마을 어른이 나눠주신 말씀입니다.

  느티나무보다는 ‘정자나무’로 더 많이 불리는 나무는 얼핏 보아도 난음마을의 중심이자 가장 상쾌한 쉼터입니다. 엊그제 나무를 찾아갔을 때에는 마을 어른 모두가 분주했습니다. 가을 갈무리 준비로 모두가 들녘에서 바쁘게 오가는 중이었지요. 나무 그늘이 아무리 삽상해도 지금은 나무 그늘에 들어설 겨를이 없는 겁니다. 임자가 찾아오지 않는 나무 그늘의 벤 앞에는 은진송씨의 조상인 우암 송시열의 흉상이 자존심처럼 꼿꼿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이 남해군 난음리에 터잡은 조상들은 7백 년 전까지 송시열의 고장인 대전 인근에 살았다고 합니다.

  7백 년쯤 살아온 남해 난음리 난곡사 느티나무는 큰 나무입니다. 가지는 사방으로 20m 쯤 펼쳤고, 키는 19m, 가슴높이에서 잰 줄기 둘레는 6m나 됩니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나무 주변에 경관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아무것도 없기에 실제 크기보다 더 크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나무 한 그루에서 지금 서울의 어느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느라 애면글면하고 있을 젊은 제자를 떠올렸습니다.

  주인들이 들에 나가 텅빈 정자나무 그늘의 벤치에 앉아 한참 나무를 바라보자니, 지나온 날들의 이야기들이 하나둘 떠오릅니다. 느티나무 잎새에 스미는 초가을 향기 따라 사람의 얼굴이 하나 둘 스쳐 지나갑니다.

  한가위 명절입니다. 여느 때와는 조금 다르게 치러야 할 명절이 되겠지요. 그래도 모두가 풍요로운 명절 맞이하시기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 나뭇잎에 스치는 가을 바람 따라 정들었던 '그대'들을 떠올리며 9월 28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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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기 (2020.09.28 13:18)
벌써 3주째 되나봅니다
교수님께 나무편지 밑에 작은 댓글을 달고 '등록'을 누르면
'매개변수 오류입니다'라는 창이 떠서 답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컴퓨터와는 거의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라
'매개변수 오류'라는 말을 이해하지도 못하거니와
누구에게 물어볼 처지도 되지 않아서 될 때까지 쓰고쓰고를 반복하며 지냅니다.
오늘도 과연 등록이 될까 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좍 돋는 사람 중 하나가 송시열입니다~~
지금은 많이 흐려져 기억나는 것도 별로 없지만
꼿꼿하려면 그처럼 꼿꼿해야 되는데 말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그러면 사람 사는 맛이 나지 않을 테니
저처럼 좀 흐리멍덩한 사람도 있어야 합니다~~
한가위에는 송시열이 아니라 난음리 마을 사람들 막걸리 사발처럼
좀 헐거워져 행복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고규홍 (2020.09.29 16:26)
아. 네. 불편을 드렸군요. 이 홈페이지 프로그램이 제가 임대해 쓰는 것이어서,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다 해도 그만큼 처리하기도 어렵고..... 그렇습니다. 다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죄송합니다. 네 내일 모레 한가위 명절, 말씀대로 막걸리 사발처럼 풍성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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