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를 찾아서 W > 나무를 찾아서 W
나무를 찾아서w
제목 의령의 의병장 홍의장군 곽재우와 함께 살아온 큰 나무 날짜 2020.02.21 17:15
글쓴이 고규홍 조회 253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의령의 의병장 홍의장군 곽재우와 함께 살아온 큰 나무

  지난 주의 《나무편지》에는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97호’이었다가 ‘천연기념물 제493호’로 승격한 ‘의령 세간리 현고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그 《나무편지》에서 제가 중간에 “나무가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경우는 이 나무 외에 없습니다”라고 썼습니다. 이건 고쳐야 하겠습니다. 그 글을 쓸 때에도 사실은 좀 긴가민가했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라는 짐작만으로 쓰고는 지난 자료들을 세심하게 살피지 않은 게 좀 찜찜했습니다. 《나무편지》를 띄우고 곧바로 제 글을 살펴 보신 한 분께서 게시판에 댓글로 다른 정보들을 정성껏 알려주셨습니다. 지금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만 두 그루의 나무를 적어주셨어요.

○ 〈문화재자료〉로 지정 보호하는 또 하나의 나무 ○

  광주광역시 문화재자료 제24호인 〈광주 수완동 왕버들〉이 그 나무입니다. 또 한 그루는 문화재자료는 아니지만 ‘나무’라는 키워드로 잘 검색되지 않는 광주광역시의 〈괘고정수(掛鼓亭樹)〉입니다. 이 두 그루의 나무 이야기도 다시 찾아보고, 《나무편지》에서 전해드리도록 시간을 마련하겠습니다. 《나무편지》의 초고를 작성하면서, 오래 된 자료들을 더 세심히 살펴보지 못해 잘못된 정보를 전해드려 죄송합니다. 더 꼼꼼히 챙기겠다는 마음, 전해드립니다. 아울러 앞으로도 더 많은 지적과 더 좋은 정보 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나무편지》를 아껴 살펴봐 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의령 세간리 현고수〉 이야기가 그래서 마음에 남아, 오늘은 같은 마을, 같은 어른의 이야기를 담고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를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의령 세간리 현고수〉와 같은 마을에 서 있는 커다란 은행나무입니다. 〈의령 세간리 현고수〉 보다 훨씬 먼저인 1982년에 이미 천연기념물 제302호로 지정된 〈의령 세간리 은행나무〉입니다. 오늘 《나무편지》에 사진으로 담은 은행나무가 바로 그 나무입니다. 〈의령 세간리 은행나무〉는 〈의령 세간리 현고수〉와 마찬가지로 의병장 홍의장군 곽재우와 관련 있는 나무입니다.

○ 2005년에 복원한 곽재우 장군 생가 앞 마당에 서서 ○

  〈의령 세간리 은행나무〉가 서 있는 자리는 바로 곽재우 장군의 생가 바로 앞입니다. 곽재우 장군 생가는 조선 중기 사대부의 살림집의 전형적인 구조로, 지난 2005년에 복원한 고택입니다. 처음 이 나무를 찾아보았던 2000년 봄에는 생가의 흔적도 없었습니다. 그냥 나무 앞에 약간의 공터만 있었을 뿐이고, 곽재우 장군의 생가 자취는 찾을 수 없었지요. 다만 이 마을이 곽재우 장군이 태어나 자란 곳이라는 이야기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때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단장하고 역사 탐방객들을 맞이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의령 세간리 현고수〉 근처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마을의 골목길을 돌아들어야 했는데, 지금은 나무 주변과 진입로를 잘 정비하고, 주차 공간까지 마련했습니다.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단장한 〈의령 세간리 은행나무〉는 600년 세월을 이 자리에서 살아온 나무로 짐작합니다. 곽재우 장군이 1552년에 태어났고, 이 자리에서 의병을 일으킨 게 1592년이라는 걸 생각하면, 장군이 이 마을에서 자라던 때에 이미 100년을 넘은 꽤 큰 나무 가운데 하나였으리라고 볼 수 있겠지요. 나무는 지금 높이가 25미터 가까이 되고, 가슴높이 줄기둘레는 9미터를 넘습니다. 우리나라의 은행나무 가운데에는 굉장히 큰 나무 가운데 한 그루입니다.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만, 마을 사람들의 극진한 보호 덕에 나무의 생육 상태는 무척 건강합니다. 이 나무는 특히 굵은 가지에 발달한 기근氣根과 그에 얽힌 전설로도 유명한 나무입니다.

○ 독특한 모양의 기근과 그에 얽힌 전설이 널리 알려져 ○

  기근은 특별한 게 아니고, 은행나무에서는 자주 발견되는 현상인데, 〈의령 세간리 은행나무〉에서 발달한 기근은 여느 은행나무의 기근과 다소 다르다는 거죠. 나무의 가지에서 두 개의 기근이 삐죽 나와서 그리 크지 않게 자란 상태입니다. 두 개의 기근이 바짝 붙어있는데, 이 모습을 보고, 옛 사람들은 여자의 젖꼭지를 떠올렸던 모양입니다. 다른 은행나무의 기근이 남자의 성기를 닮은 것과 비교되는 형태이지요. 아마도 이 나무의 생김새가 여느 은행나무에 비해 단아한 여인네처럼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 모양 때문에 사람들은 아이를 낳은 산모에게; 젖이 나오지 않으면 이 기근 아래에서 정성을 들이면 젖이 잘 나온다는 이야기가 오랫동안 전해 왔습니다.

  예전에 〈의령 세간리 은행나무〉 바로 옆에 작은 살림집이 있었는데, 그 집에 화재가 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흔적도 없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골목길 안쪽에 다닥다닥 붙어있던 살림집들이 연달아 화재 피해를 받고, 또 은행나무 가지의 일부도 불에 타는 피해를 보긴 했지만, 다행히 나무의 생육에는 큰 지장이 없었습니다. 불에 탔던 가지를 내려놓고, 다시 새 가지를 틔워올리면서 나무는 이제 언제 그런 참화가 있었는지 짐작도 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모습으로 잘 살아남았습니다. 이제 〈의령 세간리 은행나무〉는 〈의령 세간리 현고수〉와 함께 이 마을의 자랑이자 자부심인 곽재우 장군의 영령의 자취로 남게 됐습니다. 봄 바람 차츰 우리 곁에 다가오는 듯하지만, 나무는 아직 푸른 잎을 틔우지 않았습니다. 잎 한 장 없이 나무는 이 땅의 싱그러운 삶의 역사를 증거하며 푸르게 살아있습니다.

○ 《나무를 심은 사람들》에 더 큰 성원 이어주시기를 …… ○

  새 책 《나무를 심은 사람들》 이야기 보탭니다. 잦아드는 듯했던 바이러스 사태가 혼돈스러운 날들이 이어집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여전히 무거울 수밖에 없겠네요. 한 순간의 평안을 구한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지 싶습니다. 더 건강에 신경쓰시며 평안한 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새 책 《나무를 심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성원 이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성원하시는 모든 분들께 의미있는 ‘한 권의 책’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무를 심은 사람들》 상세 보기, 구입하기

- 사람살이의 들고남을 담고 푸르게 살아있는 나무를 생각하며
2월 24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솔숲닷컴(http://solsup.com)의 '추천하기'게시판에 '나무 편지'를 추천하실 분을 알려 주세요.
접속이 어려우시면 추천하실 분의 성함과 이메일 주소를 이 편지의 답장으로 보내주십시오.

○●○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신명기 (2020.03.02 14:59)
저같이 이름 모를 나무로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문화재자료'라는 낱말도 아주 생소하고 재미있습니다.
'문화재 자료'가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지만
늘 민초들이 고향을 지켰고, 나라를 지켰듯 여기저기 이름 모를 나무들이 우리 산천을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산모들이 빌고 빌어 젖을 물려 키운 녀석들이 저희 대를 이어 나가듯~~
고규홍 (2020.03.04 07:23)
나무든 사람이든 이름을 내세우지 않는 생명들의 치열한 삶이 바탕이 되어 우리 모두의 삶이 이어지는 것이라는..... "민초들이 고향을 지켰고, 나라를 지켰듯 이름 모를 나무들이 우리 산천을 지키고" 있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글쓴이 비밀번호
보이는 순서대로 문자를 모두 입력해 주세요
등록
목록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