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를 찾아서 W > 나무를 찾아서 W
나무를 찾아서w
제목 조국의 위기를 사람과 함께 사람 곁에서 이겨낸 거목 날짜 2020.02.16 12:31
글쓴이 고규홍 조회 329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조국의 위기를 사람과 함께 사람 곁에서 이겨낸 거목

  ‘나무’라는 키워드로 검색에 쉽게 검색되지 않는 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오래 된 나무 가운데에 민족의 살림살이와 관련 있는 뜻깊은 나무를 이야기하려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나무였지요. 느티나무이건만 나무의 이름에 ‘나무’가 들어가지 않아서, 제목만으로는 검색되지 않는 겁니다. 물론 ‘상세검색’ 방식을 이용해 본문의 내용까지 함께 검색하면 놓칠 수 없었지만, 허투루 검색해서는 검색되지 않았지요. 그나마 십 년 쯤 전부터는 이름 뒤에 괄호를 붙이고, 그 안에 ‘느티나무’라고 적어두었기에 조금 나아졌지만, 그 전까지는 검색에서 자주 놓치곤 했던 나무입니다.

○ ‘천연기념물’도 ‘지방기념물’도 아니었던 한 그루의 나무 ○

  그렇게 애매하게 우리 검색에서 벗어났던 나무는 경남 의령군 유곡면 세간리 마을 입구에 서 있는 느티나무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십년 전까지 이 나무의 이름은 그냥 ‘현고수’였고, 그 뒤로는 ‘의령 세간리 현고수(느티나무)’라는 새 이름을 가지게 됐지요. 오늘 《나무편지》에 담은 사진이 바로 의령 세간리 현고수입니다. 2008년 3월에 천연기념물 제493호로 지정되기 전에 나무는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97호’였습니다. 대개의 나무 문화재가 ‘천연기념물’이나 ‘지방기념물’로 지정되는 사례에 비하면 문화재자료 역시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오래 된 나무를 찾아가기 위해 지역별로 ‘천연기념물’이나 ‘지방기념물’로 검색하면서도 일쑤 빠뜨리곤 했던 나무입니다.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나무가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경우는 이 나무 외에 없습니다. 제가 나무를 찾아다니던 이십 여 년보다 더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제가 모르는 게 있을지 모르지만, 그 뒤로는 현고수가 유일한 것으로 압니다. 그러니까 이 나무는 식물학적 의미보다는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더 높다고 인정된 겁니다. 물론 ‘천연기념물’이나 ‘지방기념물’ 역시 문화재로서의 가치, 즉 인문학적 가치가 높은 나무들입니다. 그러나 현고수는 나무로서의 가치는 둘째 치고, 문화재로서만의 가치가 매우 높다고 본 것입니다.

○ 북을 걸기에 안성맞춤이었던 나무의 생김새에 기대어 ○

  그의 이름 ‘현고수 懸鼓樹’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충분히 알 만합니다. ‘걸 현懸’ ‘북 고鼓’ 그리고 ‘나무 수樹’가 그의 이름입니다. 이름을 풀어보면 북을 거는 나무라는 거죠. 북을 걸었던 나무가 적지 않습니다만, 의령 세간리 현고수에 북을 걸었던 건,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국민으로서의 절박한 사명감이 담긴 것이어서 더 소중합니다. 의령 세간리에서 태어나 살다가 임진왜란 때에 의병을 일으킨 홍의장군 곽재우가 바로 이 느티나무에 북을 걸고 두드리며 풍전등화에 처한 나라를 지킬 의병을 모집했고, 모집된 의병들을 훈련시키는 과정에서도 느티나무에 걸어둔 북을 이용했다는 게 마을에서 전해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북을 걸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우리 문화재로서의 의미가 중요한 것이죠.

  의령 세간리 현고수가 식물의 의미보다 인문의 의미가 크다는 건, 그의 생김새를 보면서 금세 알아챌 수 있습니다. 느티나무 가운데에서는 기형적인 생김새를 가졌거든요. 물론 ‘기형목’의 특징 역시 ‘천연기념물’로 보호해야 할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러나 현고수의 특별한 생김새가 우리 민족의 사람살이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하겠지요.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현고수는 곧게 올라가야 할 줄기가 사람 키보다 높은 자리에서 거의 직각으로 굽었습니다. 누가 봐도 북을 매달고 ‘둥둥’ 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조선의 곽재우 장군이 그런 생각을 하고, 현고수를 이용했다는 겁니다.

○ 나라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후예들를 여전히 듬직히 지켜 ○

  이쯤 되면 현고수는 그야말로 그냥 나무가 아닙니다. 우리 민족의 평화로운 살림살이를 위해 사람의 뜻에 함께 한, 우리 민족의 중요한 일원인 겁니다. 한 그루의 느티나무가 천연기념물이나 지방기념물처럼 식물로서의 의미가 아닌 인문의 의미, 즉 ‘문화재자료’로 보호해 온 까닭입니다. 긴 세월 동안 마을에서 지켜오던 현고수는 1983년에 경상남도의 지방기념물로 지켜지게 됐고, 드디어 2008년에는 천연기념물로 승격, ‘국가가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부여하는 최고의 지위’를 갖고 우리 곁에 우뚝 서게 된 겁니다. 나무를 단순히 하나의 식물에서 하나의 생명으로 온전히 바라보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며칠 전에 찾아본 의령 세간리 현고수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옛 사람들의 우국충절을 증거하며 듬직한 자태로 그 후예들과 더불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 새 책 《나무를 심은 사람들》에 계속 성원 보내주시기를…… ○

  다시 또 새 책 《나무를 심은 사람들》 이야기 보탭니다. 주중에 새 책에 대한 언론의 기사들을 소개하는 《나무편지》를 띄우고, 그 뒤에 《아시아경제》에 소개한 《나무를 심은 사람들》 칼럼도 보여드렸습니다. 바이러스 사태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무거운 날들은 여전합니다. 조금씩 불안한 사태의 흐름은 잦아드는 듯도 하지만, 온전히 평안해지려면 시간은 좀더 걸리지 싶습니다. 더 건강에 신경쓰시며 평안한 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새 책 《나무를 심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성원 이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성원하시는 모든 분들께 의미있는 ‘한 권의 책’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무를 심은 사람들》 상세 보기, 구입하기

- 어려울 때마다 사람과 함께 한 이 땅의 모든 나무를 생각하며
2월 17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솔숲닷컴(http://solsup.com)의 '추천하기'게시판에 '나무 편지'를 추천하실 분을 알려 주세요.
접속이 어려우시면 추천하실 분의 성함과 이메일 주소를 이 편지의 답장으로 보내주십시오.

○●○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김세진 (2020.02.17 18:15)
안녕하세요!
현고수(懸鼓樹)잘 읽었습니다. 광주광역시에도 [괘고정수(掛鼓亭樹)-광주광역시 기념물 제24호]가 있고, [광주광역시 문화재자료 제24호 수완동 왕버들]도 있습니다.
고규홍 (2020.02.17 22:31)
아. 맞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 동안 고유명사에 '나무'가 들어있지 않은 괘고정수(지방기념물)를 잊었네요. 그런데, 광주수완동왕버들이 '문화재자료'인 줄은 제가 잘 몰랐습니다. 빠른 시간 안에 찾아가 직접 보고 와서, 나무편지에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정보, 정말 고맙습니다.
글쓴이 비밀번호
보이는 순서대로 문자를 모두 입력해 주세요
등록
목록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