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를 찾아서 W > 나무를 찾아서 W
나무를 찾아서w
제목 사람의 탐욕에 의해 죽음의 길로 들어선 아름다운 나무 날짜 2019.12.22 14:16
글쓴이 고규홍 조회 340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사람의 탐욕에 의해 죽음의 길로 들어선 아름다운 나무

  이 땅의 오래 된 나무를 만나는 게 늘 즐거운 일만은 아닙니다. 물론 나무의 사연을 미리 알아보고 아름다운 사연을 가지고 장하게 늙은 나무를 골라서 찾아갈 수야 있겠지요. 그러나 사람살이가 그렇듯이 나무살이 역시 반드시 즐거운 일만 있는 건 아닙니다. 때로는 사람과 더불어 살면서 사람으로부터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입고, 애처롭게 살아남는 나무도 있습니다.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사람살이의 흐름을 벗어날 수 없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입니다. 오늘의 《나무편지》에서는 사람에게서 지울 수 없을 만큼 깊은 상처를 받은 나무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부천시립 상동도서관 《고규홍의 나무강좌》 새해 수강생 모집 ○

  우선 새해에 이어갈 《나무강좌》 소식부터 전합니다. 새해에도 부천시립 상동도서관의 《나무강좌》를 어김없이 이어갑니다. 지난 12월에 서른네 번째 강좌를 마친 데 이어 35회차부터 제40회차까지 6개월 동안의 수강생을 모집합니다. 새해에는 곧 새로 낼 새 책의 주제인 《나무를 심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강좌를 이어갑니다. 그 동안 나무를 심은 사람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새해에는 특별히 사람을 중심으로 하고, 또 같은 뜻으로 심은 나무들끼리 묶어서 풀어가는 방식으로 강좌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2020년 강좌에 참여하실 분은 ‘반드시’ 등록해 주실 것은 부탁드립니다. 아래에 신청 페이지를 링크하겠습니다.

  http://bit.ly/2LyRHdc <== 상동도서관 《고규홍의 나무강좌》 신청 페이지

  한 해를 마감하는 이 즈음에 가슴 아픈 나무 이야기를 전해드리게 된 건 며칠 전에 이 나무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나무를 만나고 돌아와서는 이 나무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자주 찾는 나무이지만, 엊그제 살펴본 나무의 상태가 좀더 나빠진 듯해 더 그랬습니다. 나무는 전주시 안행택지 지구에 서 있는 〈전주 삼천동 곰솔〉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나무는 한눈으로 보아도 아름다운 모습이 아닙니다. 거의 대부분의 가지가 부러저 사라진 상태에서 한쪽으로만 몇 개의 가지가 애면글면 남았습니다. 그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인 상태이지요.

○ 우리나라의 곰솔 가운데에 가장 아름다운 나무 ○

  보기에 따라서 ‘흉하다’고 할 만한 모습으로 살아남은 이 나무는 그러나 살아있을 때에 ‘살아있는 우리나라의 모든 곰솔 가운데에 가장 아름다운 나무’였습니다. 그런 이유로 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처음의 천연기념물 지정 이유를 상실했습니다만, 여태 천연기념물 제355호의 지위를 잃지 않은 특별한 곰솔입니다. 곰솔은 자연 상태에서는 바닷가에 자리잡고, 자라는 소나무 종류로, 줄기의 껍질 부분에서 검은 빛이 돌아서 ‘검은솔’이라고 불리다가 더 편한 발음으로 ‘곰솔’로 바꾸어 부르게 된 나무입니다. 곰솔 종류 가운데에는 가장 아름다운 나무가 바로 오늘의 〈전주 삼천동 곰솔〉입니다.

  나무가 워낙 아름다워 ‘학송(鶴松)’이라는 별명까지 가졌던 나무가 저리 흉한 모습으로 살아남은 건 사람 때문이었습니다. 짧은 《나무편지》에서 나무의 긴 사연을 구구절절이 다 담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선 20년 쯤 전으로 돌아가야 나무의 사연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2000년 즈음까지 나무가 서 있는 주변은 전주 외곽의 한적한 낮은 동산이었습니다. 나무는 그 가운데에 인동장씨의 선산 맨 앞자리에서 선산을 지키는 아름다운 나무였지요. 그러나 나무가 사람에게 성가시게 여겨진 때는 2000년 즈음이었습니다. 그때 전주시에서 ‘안행택지지구’ 개발 계획을 발표합니다. 개발될 택지 지역에 바로 이 나무가 서 있는 낮은 동산이 포함된 겁니다. 그것도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이었지요.

○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운명 ○

  사람과 더불어 특히 도시에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는 해도 나무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계획입니다. 나무 주변의 낮은 동산은 차례대로 무너앉았고, 땅을 단단히 다진 위로 고층 아파트가 줄지어 들어섰습니다. 나무 바로 앞으로는 10차로의 대로가 뚫렸습니다. 그 동안 나무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짙은 회색빛 그늘이 나무 위로 드리워졌고, 산들 불어오던 바람도 수시로 막혔습니다. 바람길이 꽉 막힌 나무 앞으로는 자동차들이 물결을 이루며 대로를 채웠습니다. 나무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자동차 매연 냄새를 맡아야 했습니다. 나무는 마침내 고층 아파트가 늘어선 신도시 한가운데에 하나의 섬처럼 홀로 외로웠습니다.

  나무가 아프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릴없이 나무는 예전의 싱그러움을 하나 둘 잃어갔습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나무가 이미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상태여서 자연스레 나무 주변으로는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이 설정돼 있었고, 그 지역에서는 건물의 증개축이 불가능했습니다. 도시를 개발하면 당연히 그 지역 땅 가진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이익이, 이 땅을 가진 사람에게는 돌아갈 수 없었겠지요.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이 땅의 주인은 주변 땅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치명적인 열패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게 결정적인 문제였습니다.

○ 밑동에 날카로운 드릴로 뚫은 여러 개의 구멍과 독극물 ○

  나무가 어느 날, 갑자기 푸르던 잎을 한꺼번에 우수수 떨구었습니다. 그렇잖아도 갑작스레 바뀐 환경에 채 적응하지 못해 고난시난 살아가던 나무여서 지나던 사람들의 걱정을 부추긴 나무였는데, 한꺼번에 나뭇잎을 떨구며 생기를 잃은 겁니다. 나무를 보살피는 분들이 나무를 가까이 다가가 관찰했습니다. 놀랍게도 나무 밑동에는 예리한 드릴로 뚫은 구멍이 여럿 뚫려 있었고, 그 날카로운 구멍 안쪽에는 나무의 생명에 치명적인 독극물이 투여되어 있는 걸 찾아냈습니다. 그저 환경의 변화만이 아니라, 누군가가 나무를 일부러 죽이려 한 것이라는 거죠.

  독극물이라고 썼지만, 그건 제초제입니다. 나무에게는 치명적인 거죠. 이제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곰솔은 살아남을 수 없게 됐습니다. 솔잎을 떨군 나무는 죽어갔습니다. 잎을 떨군 나뭇가지는 서서히 고사하면서 부러져 떨어져 나갔습니다. 곧게 뻗어오른 줄기에서 사방으로 펼쳐나간 스물 세 개의 가지 가운데에 열 아홉 개의 가지가 사라졌습니다. 그 아름답던 모습은 창졸간에 무너앉았고, 겨우 아직 죽지 않은 네 개의 가지만 간당간당했습니다. 나무는 죽음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전주 시민 모두가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겨왔던 나무의 운명은 그렇게 바뀌게 되었지요.

  나무의 슬픈 운명입니다만, 그게 끝이 아닙니다. 아직은 그저 슬퍼하기에는 전해드릴 이야기가 많이 남았습니다. 아무래도 〈전주 삼천동 곰솔〉 이야기는 한 번의 《나무편지》에 모두 적을 수 없네요. 죽음의 길로 들어선 나무를 다시 생명의 길로 되돌아서게 한 눈물 겨운 일들이 이제부터 계속됩니다. 그 이야기는 아무래도 다음 《나무편지》에서 전해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일단 줄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사람의 탐욕에 의해 죽음의 길로 들어선 나무를 생각하며 12월 23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솔숲닷컴(http://solsup.com)의 '추천하기'게시판에 '나무 편지'를 추천하실 분을 알려 주세요.
접속이 어려우시면 추천하실 분의 성함과 이메일 주소를 이 편지의 답장으로 보내주십시오.

○●○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권오남 (2019.12.24 10:43)
삼천동 곰솔이야기는 들을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인간의 욕심으로 나무에게 너무 가혹하게 몹쓸짓을...
올 한해도 나무편지 감사드립니다..감기조심하시고 새해에도 좋은글 나무편지 부탁드립니다..
신명기 (2019.12.24 15:11)
지구에 사람만 없으면 평화가 찾아온다는 말은 진리라 여겨집니다.
사람만 없으면 모든 동식물은 인위로 자연을 해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도 희망은 또 사람에게 있으니 가슴 아프다가 또 따뜻합니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오늘은 가슴 아프지만 다음은 따뜻한 이야기로 와닿을 것 같습니다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고규홍 (2019.12.25 09:37)
네. 모두 고맙습니다. 나무편지를 늘 살펴 주셔서 고맙습니다. 새해에도 좋은 나무 이야기 전해드릴 수 있도록 애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글쓴이 비밀번호
보이는 순서대로 문자를 모두 입력해 주세요
등록
목록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