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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을 소복히 내려앉은 도시의 강, 길섶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날짜 2019.11.23 20:04
글쓴이 고규홍 조회 153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가을 소복히 내려앉은 도시의 강, 길섶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집 앞의 길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찬 바람 지나고 조금은 풀린 날씨여서 걷기에 딱 좋은 오후였습니다. 도시에는 나무가 많습니다. 무성하던 나무를 베어내고 보금자리를 일군 사람들은 터를 닦은 뒤에는 다시 나무를 심습니다. 유난히 보기 좋은 나무들을 골라서, 보기 좋은 자리에 보기 좋은 순서로 참 많이 심고 키웁니다. 물론 얼마나 오랫동안 소중하게 지켜내느냐는 따로 이야기해야 하겠지만, 분명히 도시의 사람들은 직수굿이 나무를 심습니다. 도시에는 그래서 나무가 많습니다. 나무가 많은 도시에서 사람은 평화롭게 살아갑니다.

  나무가 많은 도시에서 가을이 아스팔트 위로 내려앉았습니다. 겨울 채비를 마쳤다는 신호입니다. 아직 가을의 미련이 남아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나뭇잎이 적지 않지만, 그나마 대개는 이제 곧 떨어질 기미를 드러냈습니다. 이미 그보다 더 많은 가을 잎들은 가지에서 떨어져나와 바닥에 흩어졌습니다. 가을 깊고, 겨울 가까워졌습니다. 바람 없는 도시의 개울 곁 조붓한 길섶에 쌓인 가을 낙엽들이 지난 계절들의 수고를 덜어내고 편히 쉽니다. 사람이 지나온 2019년 한해도 이제 서서히 마무리해야 할 때입니다.

  사람이 지은 강, ‘시민의 강’입니다. 나무를 심은 사람들은 메마른 도시 한가운데를 흐르는 물줄기를 만들었습니다. 애초에는 마른 땅, 아스팔트였던 곳입니다. 이십 년도 더 전에 처음 삽을 들고 파낸 물줄기입니다. 그때에도 이곳을 찾아와 유심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때에는 사람들이 ‘강江’이라는 이름으로 지어내는 이 물줄기가 지금처럼 푸르게 살아나고, 그 곁의 길들이 이만큼 아름다운 곳이 되리라고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의 어울림을 참 아름답게 보여주는 곳, 경기도 부천시의 《시민의 강》입니다.

  강… 나무… 가을…. 불러보기만 해도 저절로 마음까지 푸르러지는 말들입니다. 그 아름다운 말들을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도시의 거리를 걸으며 되짚어 말할 수 있어 한없이 기쁜 늦가을, 나른한 오후였습니다.

- 늦가을의 주말, 부천 도시를 흐르는 《시민의 강》을 걷고 돌아와 11월 24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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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신명기 (2019.11.25 11:37)
강...나무...가을...
제게 강이 되는 사람이 있고
제게 나무가 되는 사람이 있고
제게 가을이 되는 사람이 있고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어
사는 것에 감사감사합니다~^^
고규홍 (2019.11.26 13:30)
저도 함께 더불어 감사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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