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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단풍… 낙엽… 아름다운 순간은 결코 길지 않다 날짜 2019.11.10 10:37
글쓴이 고규홍 조회 296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단풍… 낙엽… 아름다운 순간은 결코 길지 않다

  단풍 이야기를 하자니, 조금 늦었다 싶으시죠. 어쩌겠습니까. 나무를 만나고 돌아와서야 비로소 쓰게 되는 《나무편지》이니, 언제나 한 걸음 늦을 수밖에요. 게다가 단풍의 찬란한 아름다움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거의 ‘찰나’의 풍경이니까요. 단풍 이야기를 때에 맞춰 《나무편지》에 담는 건 언감생심입니다. 그래도 지난 주에 백두대간수목원의 《나무기행》 네 번째 프로그램으로 다녀온 경북 봉화의 승부역 부근, 〈하늘길〉 기찻길 옆 계곡 트레킹 이야기는 짚어보아야 하겠습니다. 처음 생각보다는 훨씬 아름다운 풍광이었기에 그냥 넘어가기 아쉬울 뿐 아니라, 지난 번 《나무편지》에서 예고해드리기도 했으니까요.

○ 초록 빛의 견고한 아름다움에 이어진 극적인 변화 ○

  이미 낙엽 되어 떨어진 단풍일지언정, 함께 지난 날들을 즐거이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단풍은 정말 순간적입니다. 그토록 견고하게 초록을 유지하던 나뭇잎들이 그야말로 창졸간에 초록 빛을 내려놓고 붉거나 노랗게 바뀝니다. 자연이 빚어내는 최고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나무가 빚어낸 이 아름다움을 더 극적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지난 계절까지 나무가 견고하게 이어온 초록의 아름다움을 느꼈어야 합니다. 물론 그게 아니라 해도 단풍은 척 보는 순간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견고했던 초록에서 참 아름다움을 느꼈던 사람이 맞이하는 만큼의 극적인 아름다움을 가슴에 담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화려한 단풍 빛깔을 보여주는 때는 고작해야 열흘이 채 되지 않을 겁니다. 삼백예순 날 가운데 삼십 분의 일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요. 그래서 다시 이야기합니다. “아름다운 순간은 결코 길지 않습니다.” 짧은 순간이기 때문에 더 소중한 것인지, 극적이라 해서 짧은 건지는 모르겠어도 분명히 아름다운 순간은 길지 않습니다. 일테면 지난 주에 화려함을 보여주던 단풍 잎들은 이미 낙엽을 마치고 자신이 돌아온 흙으로 돌아갔을 정도이니까요.

○ 단풍은 나무가 침묵으로 건네오는 미래의 예언 ○

  오늘 《나무편지》에서는 지난 주에 두 곳의 신문에 썼던 칼럼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놓겠습니다. 우선 오동나무의 낙엽 이야기를 쓴 《광주일보》의 칼럼, 〈고규홍의 나무생각〉 가운데 일부입니다. 단풍은 곧 낙엽의 기미를 알리는 신호라는 이야기입니다.

  “나무에게 허락된 천연색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자연이 빚어낼 수 있는 가장 신비로운 빛깔을 드러낸 단풍은 아름답지만 곧 시들어 떨어져야 한다. 이별과 조락이 전제된 아름다움이어서 단풍은 안타깝다. 나뭇잎에 오른 단풍 빛깔은 낙엽 채비를 마쳤다는 신호다. 나뭇가지에서 탈락한 나뭇잎은 낙엽 되어 다시 태어날 새 생명을 위해 거름으로 돌아간다. 이 가을, 나무는 이 땅의 모든 생명에게 순환의 지혜를 말없이 보여준다. 가을 바람 따라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려는 나뭇잎들이 천천히, 빠르게 혹은 멈칫멈칫 낙엽한다.”

  다음은 《아시아경제》에 쓴 〈시론〉의 일부입니다. 이번에는 단풍은 침묵으로 건네오는 나무의 웅변이라는 내용의 글입니다.

  “단풍이 절정을 이뤘다. 지난 계절 내내 온통 초록이던 나뭇잎에 오른 단풍은 침묵으로 건네오는 나무의 언어다. 붉은 빛에서 갈색과 노란 빛까지 무한대로 다양한 이 계절 나뭇잎의 빛깔을 온전히 묘사하기란 불가능하다. 나무의 하고한 생명 이야기가 더 없이 풍성하다. 사람들의 발길이 따라서 분주해졌다. 단풍 든 나무와 숲으로 향하는 모든 도로는 속도를 잃었고, 그 길에 먼 산의 단풍 풍경이 들어선다.”

○ 가을 낙엽은 나무가 보여주는 아름답게 죽는 법 ○

  이어서 단풍의 원리를 가볍게 짚어본 《아시아경제》의 〈시론〉 가운데 일부입니다. 단풍은 빙점에 이르기 전에 제 몸 안에 든 물을 덜어내는 생존전략의 결과라는 이야기입니다.

  “단풍은 나무가 생명을 걸고 다가오는 혹한의 계절을 채비하는 생존 전략이다. 사람의 눈에 들기 위한 빛깔이 아니다. 모든 생명이 갈무리에 나서는 계절, 나무는 봄부터 가을까지 수굿이 여투어온 생명의 양식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그리고 이제 목숨을 걸고 겨울을 채비할 차례다. 시간이 많지 않다. 엄동의 추위를 들녘에 홀로 선 채 살아남기 위해 나무는 우선 광합성을 중단해야 한다. 광합성을 위해 물을 끌어올리다가는 여리고 가는 수관이 얼어 터지고, 급기야 생명까지 잃게 된다. 생명을 부지할 최소량의 수분만 남겨두고 빙점에 이르기 전에 제 몸 안에 든 물을 덜어내야 한다. 겨울 채비에 한 점의 허점이라도 남기면 다음 계절을 맞이하는 건 글러먹은 일이 되고 만다.”

  헨리 데이빗 소로가 바라본 ‘낙엽’, 즉 ‘죽음의 지혜’로서의 낙엽 이야기를 풀어 쓴 《아시아경제》의 〈시론〉을 이어갑니다.

  “물이 없어 광합성을 할 수 없게 된 초록 빛의 엽록소는 힘을 잃고 스러진다. 마침내 엽록소에게 햇살을 양보했던 다른 빛깔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안토시아닌이 많으면 붉게, 카로틴이면 노랗게, 탄닌이라면 갈색이 짙어진다. 나무의 종류마다 머금은 성분이 서로 달라 단풍 빛깔은 한없이 다양하다. 어찌 됐든 초록과의 대비는 드라마틱하다. 초월적인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나무는 단풍 든 잎을 내려놓아야 한다. 낙엽한 나뭇잎은 나무 발치에 떨어져 묵묵히 썩는다. 새로운 세대의 양분이 되기 위해 기꺼이 흙이 되어 사라진다. 《월든》의 헨리 데이빗 소로는 가을 낙엽을 “나무가 알려주는 죽는 법의 지혜”라고 했다. 다음 계절,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지혜로운 전략이라는 이야기다.”

○ 말하지 않으면서 더 많은 말을 하는 나무 앞에서 ○

  지금 이 순간도 그렇지만, 나무는 미래에 말하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생명체라는 생각을 이어 썼습니다. 소로의 ‘죽음의 지혜’에 이어 단풍은 새 봄을 그러내는 예언이라는 이야기를 덧붙인 《아시아경제》의 〈시론〉입니다.

  “나무는 미래에 말하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생명체다. 결국 완벽한 단풍은 다가올 봄을 그려내는 나무의 예언이다. 나무는 다시 이 가을의 단풍 빛깔을 통해 수 억 년의 장래를 내다본 생명의 지혜를 들려준다. 사람의 곁에서 사람보다 먼저, 사람보다 오래 수억 년에 걸쳐 간단없이 이어온 가을 나무의 생명 활동이다. 나무는 말하지 않으면서 더 많은 말을 하고, 움직이지 않으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치유의 존재로 살아남는다. 하늘을 떠받칠 만큼 높이 솟아오른 그의 융융한 몸 안에는 그래서 사람이 가름하기 어려울 만큼의 찬란한 생명의 언어가 서리서리 쌓인다.”

  이 뒤에는 지금 우리들 사이에 지나치리만큼 넘쳐나는 극언과 언어유희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으며, 지금 나무의 단풍을 한번 더 바라보자고 아래와 같이 마무리했습니다.

  “지금은 나무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풍요로운 빛깔로 보여주는 단풍의 계절이다. 단풍 든 숲에 다가가 온갖가지 빛깔로 생명의 지혜를 전하는 나무의 이야기 앞에 가만히 서 있어야 할 때다. 그것이 이 땅에 정의와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진정한 걸음이 되리라. 극언과 언어유희를 내려놓고, 침묵으로 전해오는 나무의 생명 이야기에 다시 귀 기울여야 할 까닭이다.”

○ 침묵으로 건네오는 나무의 생명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

  신문에 쓴 칼럼을 옮겨놓다 보니, 오늘의 《나무편지》도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여러 장의 사진을 《나무편지》에 담으려면 그냥 화보 형식으로 사진만으로 구성하기보다는 읽을 거리도 함께 넣자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번잡한 글줄 하나가 더 많은 분들께 잠시라도 바쁜 삶 속에 평안함으로 다가갈 수 있으면 영광이겠습니다.

  입동 지나면서 아침 저녁 바람이 추워졌습니다. 자연은 24절기의 흐름을 거스르는 법이 없습니다. 이번 주에는 수능 시험도 있고, 입시 한파까지 닥쳐온다는 예보가 있습니다. 모두 건강 조심하셔서 평안한 날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나무가 낙엽으로 보여주는 죽음의 지혜를 생각하며 11월 11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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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신명기 (2019.11.11 09:24)
죽는 법의 지혜
-가슴이 갑자기 냉동실로 들어가는 듯 멈칫 차가워졌습니다
저도 지혜롭게 죽는 법을 깨달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나무로 치자면 저도 가을처럼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때입니다.
울긋불긋 물도 들이고, 어떻게 해야 찬 겨울 당당하게 맞이하고
또, 아름답게 죽어여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1111. 해독을 위한 숫자 조합같은 오늘, 지혜롭게 죽는 법 암호를 좀 풀어봐야겠습니다~^^
고규홍 (2019.11.11 10:19)
네. 암호가 풀리면 제게도 알려주시기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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