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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찾아서w
제목 천년 만년 이 땅의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이어갈 수 있기를 날짜 2019.11.01 21:36
글쓴이 고규홍 조회 174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천년 만년 이 땅의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이어갈 수 있기를

  단풍이 절정입니다. 주말에는 절정을 이룬 백두대간 지역의 단풍 숲을 다녀왔습니다. 백두대간수목원의 《나무기행》 네 번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틀 간의 여정에서 만난 아름다운 단풍 숲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 《나무편지》에서는 역시 지난 달 초에 있었던 백두대간수목원의 세 번째 《나무기행》 프로그램으로 찾아보았던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난 번에 이 숲의 대표적인 금강소나무 가운데 하나인 오백년 소나무 이야기는 이미 전해드렸습니다. 그 이야기에 이어가는 금강소나무 숲 이야기입니다. 워낙 할 이야기가 많은 숲이어서 오늘 《나무편지》는 좀 깁니다. 여유 되실 때에 사진과 함께 천천히 읽어 주세요.

○ 조선시대에 정책적으로 보호한 대표적인 인공 솔숲 ○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은 자연적인 숲의 천이과정이 아니라, 조선시대에 정책적으로 보호한 대표적인 인공 숲입니다. 그 뚜렷한 증거가 소광리 자연석에 새겨진 ‘황장봉계표석黃腸封界標石’이지요. 바로 위의 사진이 그 표석입니다. 소광리 소광천과 대광천 계곡의 장군터 인근에 놓인 이 표석은 1994년 9월에 경상북도문화재자료 제300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습니다. 개울가에 아무렇게나 놓인 이 바위 한쪽에 ‘황장봉계표석’이라고 새긴 글자가 선명합니다. 표석에는 “황장목의 봉계 지역을 생달현(生達峴) 안일왕산(安一王山) 대리(大里) 당성(堂城) 네 지역으로 하고, 이 지역을 명길(命吉)이라는 산지기로 하여금 관리하게 하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황장목은 금강소나무의 다른 이름입니다. 나무 줄기 안쪽의 속살에 누런 빛이 돈다 해서 붙은 이름이지요. 황장목을 보호하기 위한 황장봉표는 대개 조선 숙종대에 황장봉산을 지정하면서 설치한 것인데요, 원주 영월 인제 등에서도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울진 소광리 황장봉계표석이 가장 앞선 것입니다. 게다가 다른 곳은 금강소나무 숲의 원형이 사라졌고, 현재까지 금강소나무 군락지로 남은 곳은 울진 소광리 뿐입니다. 지금 우리가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을 찾아야 하는 까닭입니다.

○ 〈못난이소나무〉와 〈미인송〉 … 놓쳐서는 안 될 아름다운 나무 ○

  지난 번 《나무편지》에서는 오백년 소나무를 보여드렸습니다만, 그 밖에도 이 숲의 나무 가운데에 오래 된 나무들은 여러 그루 있습니다. 그 가운데 우선 〈못난이소나무〉로 이름붙인 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바로 위의 사진이 그 〈못난이소나무〉입니다. 숲길을 천천히 오르다가 경사면 위쪽에서 만나게 되는 나무입니다. 여느 나무에 비해 무척 큰 나무입니다. 줄기가 아래 부분에서 둘로 나눠지면서 한 차례 구부러진 채 솟아오른 나무의 자태가 인상적입니다. 이 나무에 ‘못난이’라는 별명을 붙인 건 아마도 여느 금강소나무처럼 곧게 똑바로 솟아오르지 않고 구부러지며 올랐다는 때문이겠지요. 이 숲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나무가 수직으로 곧게 솟구친 자태인 것에 비하면 조금 별난 나무이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못난이’라고까지 할 건 아니지 싶었습니다. 가만히 바라보자니, 오히려 그의 특별함이 더 다정하게 다가왔습니다.

  ‘못난이소나무’에 대비되는 이름으로 ‘미인송’이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도 있습니다. 위에 보여드리는 사진이 바로 〈미인송〉입니다. 참 아름다운 나무입니다. 그야말로 금강소나무의 전형적인 수형을 가진 나무입니다. 이 숲의 대표라 해도 될 만큼 곧게 뻗어오른 늘씬한 줄기가 눈에 확 띕니다. 마침 나무의 위치가 사람들의 접근이 쉬운 산책로 가장자리인 까닭에 누구라도 그 앞에 저절로 머무르게 되지 싶습니다. 이 숲의 금강소나무가 대개 이 나무처럼 곧게 자란 나무이지만 그처럼 곧게 솟아오른 나무 가운데에서는 여느 나무에 비해 규모가 큰 까닭에 ‘미인송’이라는 특별한 이름을 붙였지 싶습니다. ‘못난이’라고 이름 붙인 나무를 한참 바라보고 온 뒤여서인지, 미인송의 곧은 줄기는 더 돋보였습니다.

○ 길섶의 작은 풀에서부터 다양한 식생이 더불어 살아 ○

  해설가의 안내를 받으며 숲길을 걸으며 좋았던 건, 옛 숲길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번에 우리가 함께 걸었던 구간은 잘 닦은 임도 위주의 길이어서 이 숲의 다른 구간에 비해서는 길이 널찍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숲의 원형이 잘 지켜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지요. 그건 이 숲이 여느 숲에 비해 건강한 숲이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금강소나무 숲이라고 하지만, 금강소나무 한 종류만으로는 숲의 건강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다양한 식생이 넉넉히 발달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은 그야말로 이상적입니다. 금강소나무와 더불어 살아가는 숱하게 많은 다양한 생명들이 있으니까요. 길섶에서 아무렇게나 자라는 작은 풀에서부터 중간 크기로 자라면서 숲의 하부층을 지켜주는 관목들까지 아주 건강해 보였습니다.

  황장봉산을 지정하고 소나무를 보호한 조선시대에 조정에서는 민가에서 땔감으로 나무가 필요하면 소나무 대신 신갈나무나 상수리나무와 같은 참나무 종류의 나무를 베어내라고 권하기까지 했다고 전합니다. 아마도 숲의 자연스러운 천이를 거쳤다면 소나무 숲이 남을 수 없었겠지요. 사람들의 이같은 정책적 보호를 거쳐 우리 숲에는 유난히 소나무가 많이 남게 된 것입니다.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이 지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나무 숲으로 남게 된 것도 이같은 역사적 근거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금강소나무는 왕실의 건축재는 물론이고 왕실의 관곽재로 많이 이용했습니다. 임금의 권위가 하늘을 치솟던 조선시대에 임금을 위한 나무를 훼손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겠지요.

○ 여의도 면적의 140배나 되는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

  황장봉산으로 지정된 지 오백 년이 지난 지금도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은 산림청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관리하는 금강소나무 군락지로 남았습니다. 숲의 총 면적은 여의도의 140배나 되는 40,151ha에 이릅니다. 금강소나무 외에 다양한 식생이 건강하게 어울려 자라는 숲이라고 했지만, 이 숲에는 역시 금강소나무가 많이 있습니다. 금강소나무만 무려 160만 여 그루나 살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 숲에는 5백 년 쯤 된 소나무가 가장 오래 된 나무이며, 나중에 저절로 싹을 틔우고 자란 나무 가운데에는 최근에 뿌리를 내린 30년 정도 된 젊은 소나무도 적지 않습니다.

  현재 탐방로로 개방한 어느 숲길이라도 곳곳에서 우람하게 솟아오른 금강소나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숲길을 걷는 게 유난히 더 좋은 건 우리나라의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보기 어려운 옛 길의 원형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입니다. 바로 십이령옛길과 같은 보부상길이 그런 길이지요. 울진의 해안에서 내륙의 봉화 지역으로 연결되는 십이령옛길은 보부상들의 애환이 어린 험한 산길로, 오래 전에 이 지역의 보부상들은 지게에 짐을 짊어메고 백삼십리나 되는 열두 고갯길을 넘었다고 합니다. 개방 구간 중 3구간으로 불리는 길이 그 길입니다. 지난 해 《나무편지 독자들과 함께 한 동행 답사》에서 찾았던 구간이 바로 그 3구간이었습니다. 물론 그 길이 아니라 해도 어느 구간에서든 만날 수 있는 금강소나무의 위용은 언제라도 감동적입니다.

○ 영원히 후대에까지 물려주어야 할 귀중한 숲 ○

  오백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사람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며 살아남은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은 영원히 후대에까지 물려주어야 할 아름답고도 귀중한 숲이라는 데에 다른 생각이 끼어들 수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무르고 싶은 숲,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의 산책은 언제라도 마음 깊은 곳에 아주 큰 기쁨과 뿌듯함을 남깁니다. 적어도 한 해에 한 번씩은 꼭 찾아보며, 이 땅의 아름다운 숲이 건네오는 생명 이야기에 귀 기울이도록 애쓰겠습니다. 또 할 수 있다면 그 길에 우리 《나무편지》 독자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백두대간 단풍 숲의 청정함을 가슴에 안고 11월 4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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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신명기 (2019.11.04 08:55)
교수님 금강소나무 정확한 학명이 어떻게 되는지요?
어떤 곳에는 이렇게 Pinus densiflora f. erecta Uyeki 라고 나옵니다.
또 일부에서는 Upright Korean red pine 이라고 말해야 한다고도 하구요.
학명은 한번 정해지면 바꾸지 못한다고 알고 있는데
소나무는 Japanese Red Pine 이라고 하는데
금강소나무 학명이 따로 있나요?
고규홍 (2019.11.04 09:41)
금강소나무의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재된 학명은 Pinus densiflora f. erecta Uyeki 이 맞습니다. 그리고 소나무의 학명은 Pinus densiflora Siebold & Zucc. 입니다. Upright Korean red pine 나 Japanese Red Pine는 학명이 아니고, 민간명입니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는 Upright Korean red pine 를 추천명으로 권하고 있습니다. 학명은 한번 정하면 절대로 바꿀 수 없지만, 민간명은 일정 정도의 합의를 통해 바꾸는 게 불가능한 게 아닙니다.
신명기 (2019.11.06 13:35)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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