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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람의 음악을 연주하는 거대한 하프를 닮은 소나무 날짜 2019.10.19 20:29
글쓴이 고규홍 조회 227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바람의 음악을 연주하는 거대한 하프를 닮은 소나무

  “소나무 하나하나가 땅에 박힌 거대한 녹색 깃털 같다. 무수한 흰색 소나무 가지가 위로 겹치고 앞뒤로 겹쳐서 가로로 뻗었다. 가지마다 사이사이 어두운 틈을 안은 채 은빛 햇살의 무게를 짊어진 채로.”(1951년 11월30일)

  “태양은 소나무 가지에 아늑하게 자리잡고 가지 사이로 햇살을 비추기 좋아한다.”(1852년 2월4일)

  “나무는 바람이 음악을 연주하는 거대한 하프 같기도 하다. 이보다 아름다운 나무는 없다. 줄기와 가지를 완전히 감춘 연한 청록색 부드러운 잎은 제가끔 다른 발달 단계를 보여주는데, 빛이 들지 않는 부분의 짙은 가로선으로 구분된다. 솔잎의 얇은 조각이 마치 가벼운 양털 더미 같다.”(1957년 9월16일)

  《월든》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남긴 일기 가운데 소나무를 바라본 느낌을 적은 일부분을 그대로 베껴썼습니다. 소로는 소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며 세상에 “이보다 아름다운 나무는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월든 호숫가에서 나온 뒤 나무에 심취한 소로는 갖가지 나무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숲의 천이에 대해서 놀라울 정도의 식견을 발표했지요. 그 깊은 관찰 가운데에도 소나무와 겨울 숲에 대한 예찬은 멈추지 않습니다. 그가 남긴 일기는 물론이고, 《메인숲》과 같은 작품집에서도 소나무 예찬은 이어집니다. 심지어 소로는 1852년 4월21일에는 한 그루의 높지거니 솟은 소나무를 바라보며 “내 인생의 상징” 같다고 쓰기까지 했습니다. 더할 나위 없는 소나무 예찬입니다.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을 천천히 걷던 중에 문득 소로의 〈소나무 예찬〉이 희미하게 떠올랐습니다. 돌아와 그가 남긴 일기를 다시 살펴보고 베껴쓰기 공책에 한 줄 한 줄 덧붙여 베껴씁니다. 《월든》에서부터 이미 공책에 베껴쓴 소로의 흔적은 넘치고 넘칩니다만, 그래도 소로의 글은 언제라도 황홀감으로 다가옵니다. 무엇보다 나무 앞에 오래 머무르는 사람만이 드러낼 수 있는 깊은 감동입니다. 그래서 수십 장을 넘기고 또 넘겨서 앞에서 베꼈던 글을 다시 또 베낍니다. 똑같은 글을 베껴쓰지만 느낌은 다릅니다. 소로와 함께 어깨 겯고 함께 나무 앞에 오래오래 서 있고 싶은 마음입니다.

  오늘 《나무편지》에서는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에 서 있는 ‘소로의 소나무’를 연상할 수 있게 하는 일명 ‘오백년송’을 사진으로만 보여드립니다. 다음에 짬을 내서 우리 숲을 오래 지켜온 금강소나무와 그 숲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이미 몸 안의 물기를 덜어낸 작은 키의 나무들에는 단풍 물이 올랐습니다. 아직 덜어내야 할 물이 많이 남은 큰 나무들은 여전히 초록의 기운 그대로입니다만 가만히 살펴보면 그 큰 나무의 잎에서도 가을의 기운은 또렷하게 바라다 보이는 계절입니다. 아름다운 계절, 이 가을을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울진 숲에서 오백년을 살아온 금강소나무를 떠올리며 10월21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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