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를 찾아서 W > 나무를 찾아서 W
나무를 찾아서w
제목 태풍 맞으며 피는 연꽃, 도라지, 모감주나무, 남천 꽃 날짜 2019.07.21 10:09
글쓴이 고규홍 조회 156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태풍 맞으며 피는 연꽃, 도라지, 모감주나무, 남천 꽃

  태풍 다가오는 남녘 마을에 가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예보대로라면, 시간당 30밀리미터의 폭우가 쏟아질 길이었죠. 처음엔 오전 프로그램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전북 지역의 나무를 살펴보려고 자동차를 운전해서 가려 했어요. 그런데 폭우 속 운전이 힘겨울 뿐 아니라, 폭우가 쏟아지는 중에 나무를 제대로 살펴보는 것도 어려우리라 생각해 결국 열차를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찾아간 내장산 지역에서의 그 시간에는 산들바람에 보슬비 정도였습니다. 프로그램 마치고, 열차를 타고 편안하게 돌아왔습니다. 일정이 어그러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예보 덕분에 조심할 수 있었고, 열차 안에서 밀린 독서까지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연꽃 - 뙤약볕 고스란히 받으며 만나게 되는 여름의 꽃 ○

  제가 다녀온 곳, 그 시간이 그랬을 뿐, 많은 지역이 큰 비로 고생이 많다는 소식은 나중에 뉴스를 통해 알았습니다. 모두 탈 없이 주말 보내셨기를 바랍니다.

  태풍 즈음에 우리 곁을 지켜주는 꽃이 연꽃이지 싶습니다. 연꽃은 이 즈음에 우리 앞에 그 찬란한 자태를 드러냅니다. 이 아침의 《나무편지》는 그래서 연꽃으로 시작합니다. 폭염과 폭풍은 연꽃 개화의 짝입니다. 그래서 연꽃을 만나려면 마음 가짐을 단단히 해야 합니다. 태풍 같은 큰 바람이 아니라 해도 그래요. 대개의 연못 주변에는 넉넉한 그늘이 많지 않습니다. 쏟아지는 뙤약볕을 고스란히 받으며 찾아보아야 하는 꽃이 연꽃입니다. 그래서 연꽃을 자세히 오래 만나려면 삼복의 뜨거운 햇살을 이겨낼 마음가짐이 꼭 필요합니다. 태풍과 열대야 이어지며 연꽃이 곳곳에서 우리 마음 속의 식물성을 향해 손짓하는 즈음입니다.

  숲에는 우리의 여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 노란 모감주나무 꽃이 한창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지를 찾을 수 없었던 오래 전에 모감주나무는 중국에서 들어온 나무로 이야기했습니다. 이를테면 충남 안면도의 모감주나무 군락지의 나무들은 중국의 산둥반도에서 자라는 모감주나무의 씨앗이 바다를 타고 안면도까지 건너와 자리잡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우리나라의 남녘에서 모감주나무의 자생지가 발견되면서, 모감주나무는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 자생한 우리 토종 나무로 확인하게 됐습니다.

○ 모감주나무 – 한 여름을 노랗게 밝히는 이 땅의 우리 꽃 ○

  한여름에 피어나는 모감주나무의 꽃은 샛노란 빛깔의 작은 꽃송이가 고깔 모양으로 모여 피어나기 때문에 이 즈음 숲에서는 저절로 눈에 들어옵니다. 나무의 꽃 가운데에서 모감주나무처럼 샛노란 빛깔로 피어나는 게 흔치 않을 뿐 아니라, 이 여름에 피어나는 여러 식물의 꽃 가운데에서도 돋보입니다. 게다가 이 꽃이 지고나면 맺히는 꽈리 모양의 열매 또한 독특합니다. 열매는 나중에 사진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열매 안에는 까만 씨앗이 맺히는데, 이 씨앗을 불가에서는 스님들이 염주로 만들어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감주나무를 염주나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모감주나무를 심어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던 나무이지요.

  이 즈음 숲의 낮은 곳을 가장 화려하게 하는 건 도라지 꽃입니다. 도라지 뿌리를 식용으로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집 주변의 풍치를 위해서 수굿이 도라지 씨앗을 뿌리던 한 스님을 압니다. 지금은 제가 자주 뵙던 그 작은 암자를 떠나 어디로 가셨는지, 소식도 알 수 없는 스님입니다. 스님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도라지 씨앗을 허름한 암자 요사채 앞의 숲길 주변에 아무렇게나 마구 뿌리셨습니다. 암자 옆으로 난 숲길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풍광을 만들겠다는 게 스님의 뜻이었어요. 그 여름에 스님의 요사채 앞 길에는 도라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스님의 뜻대로 오가는 길이 하냥 즐거웠습니다.

○ 도라지 - 지나는 사람의 눈길을 즐겁게 하는 희고 푸른 꽃 ○

  도라지 꽃은 하얀 색과 파란 색에 가까운 짙은 보랏빛의 꽃이 있습니다. 식물도감에는 흰 색과 하늘 색의 꽃이라고 돼 있지만, 제 눈에는 짙은 보랏빛이라고 해야 맞지 싶은 빛깔입니다. 어린 시절에 그렸던 별 모양으로 피어나는 도라지 꽃은 꽃송이 가운데에 돋아난 다섯 개의 작은 수술 모양도 재미있습니다. 낮은 곳에 피어난 도라지 꽃을 더 자세히 톺아보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조아린 채 가만가만 살펴보면 그 짤막한 수술 때문에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생김생김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선발한 품종의 도라지도 있습니다. 하얀 색의 꽃잎이 겹으로 피어나는 겹꽃의 도라지 꽃입니다. 아직 겹꽃의 도라지 꽃은 피어나지 않았지만, 좀 지나면 숲의 길섶에 의젓하게 피어 오가는 사람의 발길을 붙잡을 겁니다.

  지난 주의 답사 중에 눈에 띈 또 하나의 꽃은 남천 종류의 꽃이었습니다. 사실 남천은 겨울에 빨갛게 맺히는 열매가 가장 눈에 띄는 낮은키의 나무입니다. 또 가을 되면 붉게 물드는 잎도 아름다운 나무입니다. 아니 복엽으로 돋는 남천의 잎은 굳이 단풍 물들지 않은 초록 상태 그대로도 조형미가 빼어납니다. 그런 까닭에 요즘은 도시에서도 남천 종류를 생울타리로 많이 심어 키웁니다. 그 남천의 꽃이 지금 피어나는 중입니다. 하얗게 맺혔던 꽃봉오리가 열리면 노란 색이 선명한 꽃잎이 드러납니다. 고깔 모양의 꽃차례에 매달린 자디잔 꽃봉오리 가운데에 몇 송이 노랗게 피어난 게 또렷이 보입니다. 식물 관찰이 흥미로운 건 이래서입니다. 그의 생태를 다 아는 것처럼 생각했던 식물도 오래 관찰하다 보면 더 새로운 상태를 관찰하게 됩니다. 하기야 뭐 식물 뿐이겠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이 죄다 그렇겠지요.

○ 남천 – 겨울의 빨간 열매 못지 않게 아름다운 여름의 꽃송이 ○

  앙증맞은 작은 꽃송이도 지금 제 존재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벌 나비를 부지런히 불러모읍니다. 어디선가 남천 꽃의 향기를 맡고 벌 한 마리가 찾아왔습니다. 여러 꽃봉오리들을 헤집으며 봉오리를 연 꽃송이를 찾아 꿀과 꽃밥을 얻어가려는 날갯짓으로 분주합니다. 지금은 여름, 다가오는 다음 계절을 더 평안히 지내기 위해서는 잠시도 쉴 수 없는 계절이 틀림없습니다. 하나의 태풍 편안히 지났지만, 또 다른 태풍이 필경 다시 다가올 것이고, 큰 비, 무더위 다가온다 해도, 한 마리의 작은 꿀벌처럼 지금 우리의 살림살이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때입니다.

  아, 참! 한 가지 알려드립니다. 올 가을로 예정했던 히로시마 답사는 취소합니다. 원자폭탄을 맞고서도 살아남은 은행나무를 보고싶은 마음이야 접을 수 없지만, 이 가을 답사는 취소합니다. 나무를 만나는 일은 마음 속에 그리움을 쌓아두는 일이라는 늘 드리는 말씀을 다시 한번 실감하며며, 《나무편지》 마무리합니다. 고맙습니다.

- 태풍 다가와도 이 땅의 살림살이는 조금도 늦출 수 없어 7월 22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드림.

솔숲닷컴(http://solsup.com)의 '추천하기'게시판에 '나무 편지'를 추천하실 분을 알려 주세요.
접속이 어려우시면 추천하실 분의 성함과 이메일 주소를 이 편지의 답장으로 보내주십시오.

○●○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신명기 (2019.07.22 08:44)
멀리서 모감주나무 꽃을 보고
높은 나무에 피는 개나리 같다라고 말한 사람이 떠오릅니다
요즘은 여기저기 많이 피어 꼭 새봄을 맞이한 것 같습니다
제 일터에서는 도라지 꽃이 정말 일찍 핍니다
해마다 5월 중순 넘어 피어 6월 중순이면 끝납니다
모감주나무 노란꽃이 아주 진한 노란색이듯
제 일터에서 피는 꽃 중 '보라색' 도라지꽃처럼 진한 보라색 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꽃보다 정확히 오각형을 이루는 꽃봉오리 상태가 더 신기합니다
그 상태가 되면 모두 '땅에 뜬 별'이라고 합니다~^^
이성기 (2019.08.07 11:55)
이 뜨거운 여름에 피는 "도라지꽃"에 아주 좋은 가곡이 있습니다. 박지훈 작곡가 만든 "도라지꽃"입니다. 아주여성합창단이 부른 합창곡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한번 들어 보길 권합니다.
가사중 일부는 " 산속에 핀 도라지꽃 하늘의 빛으로 물들어 있네. 옥색치마 여민자락 기다림에 물들어 있네. 도라지꽃 봉오리에 한 줌의 하늘이 담겨져 있네. 눈빛 맑은 산노루만 목축이고 지나가네~~~~"
고규홍 (2019.08.08 08:40)
네. 좋은 노래 소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유투브에서 찾아지기에 지금 잘 듣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글쓴이 비밀번호
보이는 순서대로 문자를 모두 입력해 주세요
등록
목록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