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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생명을 배려하는 신비로운 삶 날짜 2019.06.28 12:45
글쓴이 고규홍 조회 264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생명을 배려하는 신비로운 삶

  수련과 수국이 지금 한창입니다. 지난 《나무편지》에서는 연못에 수련 꽃이 더없이 예쁘게 피어났다고 알려드리고 사진 한 장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 비교적 개화기간이 긴 편인 수련은 앞으로도 더 오래 피어있을 듯합니다. 게다가 우리 수련 외에 호주와 태국에서 선발한 열대수련이 다양하게 피어날 것이어서, 당분간은 다양한 빛깔과 모양의 수생식물이 수목원 숲의 주인공이 될 겁니다. 위의 사진은 우리 수련이고, 아래 사진은 이 즈음 피어난 열대수련 종류 가운데 하나입니다. 열대수련은 아직 그리 많이 피어나지는 않았습니다만, 한두 송이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 수련 한창인 연못 가장자리에는 수국이 피어 ○

  수련이 연못 전체를 뒤덮었습니다. 참 아름답습니다. 가만히 연못 가장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해도 흐르는 시간을 까먹을 만큼 좋습니다. ‘큰연못’이라고 부르는 수목원의 널따란 연못 전체의 수면을 온통 수련이 뒤덮었습니다. 아침 햇살 오르면 환하게 피어난 수련은 서쪽으로 뉘엿뉘엿 해 질 무렵 되면 가만가만 수줍은 듯 꽃잎을 오므리며, 하루 이틀……. 긴긴 여름날을 싱그럽게 보낼 겁니다. 아직 곁의 연꽃은 그 넓은 잎사귀만 하늘거릴 뿐, 꽃 피울 채비를 채 갖추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수련 꽃이 차츰 그 기세를 누그러뜨릴 즈음 되면 연꽃도 피어나겠지요.

  수련 꽃 활짝 피어있는 연못 가장자리에는 수국이 한창입니다. 종류가 하도 많아 일일이 다 보여드릴 수는 없겠지요. 엊그제 천리포 숲에서 눈에 들어왔던 수국 몇 가지만이라도 보여드리겠습니다. 가장 화려하게 피어난 건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랗게 피어난 종류입니다. 이 숲의 여름은 수국에서 시작해 수국으로 마무리한다고 해도 될 겁니다. 특히 큰연못과 작은연못 주변에 심어 키우는 다양한 종류의 수국은 여름내 이 숲을 찾는 이들을 즐겁게 하는 꽃입니다. 둥글게 모여서 피어나는 탐스러운 꽃무리는 여름 숲을 가장 화려하게 합니다.

○ 이번 목요일부터 채널숨 《고규홍의 나무가 말하였네》를 방영합니다 ○

  알려드릴 게 있습니다. 전에 말씀드렸던 새 방송 '채널 숨'의 정규 프로그램 《고규홍의 나무가 말하였네》의 방영 시간이 정해졌습니다. 채널은 KT-TV 채널 267번입니다. 제1회는 《아산 맹씨행단 은행나무》를 찾아본 내용인데요, 7월4일(목)부터 모두 12차례 방송됩니다. 4일(목) 07시, 12시30분, 22시 / 5일(금) 09시30분, 16시30분, 23시 / 6일(토) 09시30분, 16시30분, 23시 / 7일(일) 09시, 22시30분 입니다. 아마도 매주 이 시간에 제 프로그램이 방영되리라 생각됩니다만 이제 막 개국한 상황이어서, 2회 방송 시간에는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많이 봐 주시고, 고쳐야 할 점을 비롯한 여러 말씀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 부천 상동도서관의 후반기 나무강좌에 초대합니다 ○

  한 가지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지난 주에 알려드린 《부천시립 상동도서관의 나무강좌》에 대해 간단히 말씀 드리고 수국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2017년 3월부터 시작한 《나무강좌》는 이미 많은 분들의 성원으로 스물여덟 번째까지의 강좌를 마쳤습니다. 이제 후반기 강좌를 시작할 때입니다. 상동도서관 홈페이지에서는 지금 후반기 나무강좌 참가자를 모집하는 중입니다. 아직 마감까지는 빈 자리가 꽤 많이 남았습니다. 29회부터 34회까지의 여섯 차례 강좌에 함께 하실 분들은 지금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셔서 신청하세요. 그냥 오신다고 막을 사람이야 없겠지만 우선 참가 신청부터 꼭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http://bit.ly/2Ky0jlw <== 상동도서관 나무강좌 참가 신청 페이지

  자, 다시 수국 이야기입니다. 수국은 종류가 많지만, 천리포수목원에서 심어 키우는 수국만도 무려 백 종이 넘을 겁니다. 지금은 파란 색으로 피어난 수국 꽃차례가 가장 눈에 들어옵니다만, 종류가 많아서 수국의 꽃차례 빛깔은 무척 다양합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빛깔이 바뀌기도 합니다. 안토시아닌 색소의 농도, PH조건, 개화 진행 등 다양한 원인에 따라 붉은빛에서 푸른빛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빛깔로 바뀌는 겁니다. 특히 수국이 자리잡은 땅의 알칼리 성분이 강하면 분홍 색이 진해지고 반대로 산성이 강하면 파란 색이 더 강해진다고 합니다. 하도 잘 바뀌는 꽃이어서, 수국의 꽃말은 ‘변심(變心)’입니다.

○ 꽃처럼 보이는… 그러나 꽃이 아닌… ○

  수국의 학명 가운데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이명’으로 병기한 항목에는 수국 종류마다 모두 공통적으로 otaksa 라는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이 이름이 수국의 꽃 색깔이 변한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어 흥미롭습니다. 네덜란드의 식물학자 Zuccarnii 가 일본에 식물조사를 하러 왔을 때의 일이라고 전해오는 이야기입니다. 짧지 않게 머무르는 동안 그가 일본의 한 기생과 사랑을 나누었는데, 얼마 뒤, 그녀가 마음을 바꾸어 다른 남자를 찾아 떠났답니다. 그 기생의 이름이 바로 otaksa 였는데, Zuccarnii 는 변심한 기생의 이름을 나무의 이름에 넣었다고 합니다. 꽃 빛깔이 변한다는 게 학명에까지 나타난 겁니다.

  갖가지 빛깔로 수국의 꽃을 아릅답게 하는 부분은 누가 봐도 그냥 꽃잎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꽃을 둘러싼 꽃받침잎이라고 해야 합니다. 꽃받침잎도 꽃의 한 부분이니, 커다란 꽃뭉치 전체를 꽃이라 부른다고 해서 틀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꽃이 꽃가루받이를 마친 뒤에는 시들어 떨어져야 하는데, 꽃이 아닌 수국의 꽃받침잎은 꽃가루받이를 마친 뒤에까지 남아있다는 점을 이해하려면 그를 정확히 알아야 하겠지요. 꽃이 작다보니, 벌과 나비를 불러모으기 어려워, 꽃 주위에 화려한 분장을 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결국 '가짜 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아래에는 얼마 전에 이 가짜 꽃에 대해 썼던 글을 그대로 옮겨둡니다.

○ 진짜 꽃을 위해 오직 아름다워야 하는 운명의 가짜 꽃 ○

  “수국은 가짜 꽃을 피운다. 진짜 꽃보다 예쁘다. 새파란 진짜 꽃만으로는 생식의 환희를 누릴 수 없어서다. 생식을 위해 피우는 꽃이 가짜 꽃, 허화(虛花)다. 진짜 꽃은 너무 작아서 벌 나비를 부르지 못한다. 허화를 피워서 벌 나비의 눈에 들어야 한다. 허화는 진짜에게 모자란 1%를 위해 스스로의 목을 조르고, 번식의 쾌락을 내려놓아야 한다. 다 버리고, 오직 아름다워야 한다. 스스로 태어날 수도 죽을 수도 없다. 생존 자체가 가짜인 탓이다. 환희가 배제된 아름다움은 고통이다. 고통으로 태어난 허화의 생이 서럽다. 허화는 가짜 꽃이지만 진짜를 진짜로 키운다. 생을 대신 완성하는 진짜 꽃이다.” - 졸저, ‘나무에게 길을 묻다’ 중에서

  가짜 꽃, 무성화는 수국의 생존, 즉 꽃가루받이에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꽃이 아니기 때문에 수분을 마친 뒤에도 남아 있게 됩니다. 수국 꽃이 여름 내 길게 피어있는 까닭입니다. 그러다보니, 수국 꽃을 찾아오는 벌과 나비에게 혼란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래서 이 가짜 꽃은 그 안의 작디작은 진짜 꽃, 즉 유성화가 꽃가루받이를 마친 뒤에는 180도 뒤집습니다. 자신은 이미 꽃가루받이를 마쳤기 때문에 꿀도 꽃밥도 더 이상 남지 않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겁니다. 식물과 곤충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살아가는 생명살이의 지혜입니다. 보면 볼수롤 나무의 삶은 신비롭고 신비롭습니다.

○ 말하지 않으면서 가장 많은 말을 하는 나무 ○

  오늘의 《나무편지》를 시작할 때만 해도 “오늘은 짧게 써야지” 했는데, 또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그야말로 세상의 모든 나무는 “말하지 않으면서 가장 많은 말을 하는 생명체”인 까닭입니다. 나무들이 말하지 않으면서 전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길게 늘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무처럼 천천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나무편지》에 보여드리는 사진은 맨 위의 수련과 열대수련, 그리고 나머지 수국은 모두 지난 주 중의 상황입니다.

  수국처럼 지혜롭게, 그러나 곁의 다른 생명을 더 많이 배려하는 아름다운 날들 이루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나무의 신비롭고 지혜로운 생명살이를 생각하며 7월 1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드림.

솔숲닷컴(http://solsup.com)의 '추천하기'게시판에 '나무 편지'를 추천하실 분을 알려 주세요.
접속이 어려우시면 추천하실 분의 성함과 이메일 주소를 이 편지의 답장으로 보내주십시오.

○●○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신명기 (2019.07.04 11:08)
드디어 채널 숨에서 선생님께서 나무를 대하는
'숨'소리를 들을 수 있겠네요
그 숨소리가 점점 여유를 잃고 희박해져
헐떡이는 거친 숨소리가 만연한 사회에서
풍경소리 울리며 마음 고요하게 가라앉히는 숨소리이기를 바라겠습니다~~
뜨겁게 응원합니다~^^
고규홍 (2019.07.05 08:12)
네. 이제 첫 방송을 했는데요. 앞으로도 좋은 나무 이야기 잘 전하도록 애쓰겠습니다.
우회란 (2019.07.08 01:01)
선선한 바람 가득 채운 여름밤 입니다
수국이 멋진 향연에 허허로움을 느끼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요?
청량산 고목이 들려 주는 천상의 소리를 오늘은 들으셨는지요?
고규홍 (2019.07.08 07:15)
딱따구리 소리는 없고, 나무는 아주 조금 스러졌지만, 그래도 고사목의 위엄과 신비는 여전했습니다.
이령 (2019.07.10 22:01)
오늘 강의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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