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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우포 늪의 신비로운 정경 날짜 2019.06.09 15:06
글쓴이 고규홍 조회 119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우포 늪의 신비로운 정경

  따오기 때문에 요 며칠 새에 몇몇 미디어에 우포 늪이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40년 전에 사람의 눈에 뜨인 뒤로 한반도에서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던 따오기를 긴 세월 동안 정성껏 키워 야생으로 내보낸 일이 있었던 때문입니다. 생물다양성의 날이었던 지난 5월22일, 우포 늪의 따오기복원센터에서는 40년 만의 일이라는 뜻에서 40마리의 따오기를 우포 벌로 내보냈습니다. 그 뒤로 간간이 들려오는 따오기의 야생 적응 관련 소식에 조마조마한 마음, 혹은 뿌듯한 마음으로 가슴이 설레곤 합니다. 따오기가 야생에 나가기 바로 전인 5월 18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우포늪을 다녀왔습니다.

○ 야생으로 나설 따오기 마흔 마리와의 만남으로 시작 ○

  진작에 우포 소식을 전해드리려 마음 먹고는 있었지만, 분주한 일정으로 짬을 내지 못해 하루 이틀 미루다가 벌써 스무 날이 지났습니다. 오늘 《나무편지》에서는 지금 따오기가 붉은 나랫짓을 펼치며 날아다닐 우포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짬이 없었다고 말씀 올리기는 했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습니다. 사실 우포 이야기를 쓰려고 마음을 먹은 건 그 사이에 몇 번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마음에 품은 우포 이야기가 글로는 표현되지 않았습니다. 대략 해마다 한번 정도 다녀오는 익숙한 곳이지만, 글로 정리되지 않는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이상했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아련한 그리움만 속절없이 차오를 뿐, 글은 잘 안 됩니다.

  신문이나 잡지, 혹은 웹진들에서 가끔 하는 것처럼 화보 형식으로, 그곳에서 담아온 사진만으로 《나무편지》를 구성해볼까 생각도 해 봤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아 하루 이틀 미루게 된 겁니다. 우포 늪은 몇 줄 사람의 글로 정리하기 어려울 만큼의 넓이와 깊이를 가진 곳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우포 답사는 참 특별했습니다. 늘 혼자 다녀오곤 하던 곳을 솔숲의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했다는 것도 그랬지만, 우포 늪을 오랫동안 지켜온 우포의 대표 지킴이 이인식 선생님이 이틀 동안의 모든 일정을 함께 해 주셨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 드넓은 우포 늪에서 펼쳐지는 장엄한 생명살이 ○

  우포 늪을 제대로 보려면 우포의 저녁 노을과 이른 아침의 물안개 풍경을 반드시 봐야 합니다. 그래서 첫 날에는 노을 물들기 전인 오후 4시 쯤에 도착했습니다. 예정대로 지킴이 선생님께서 우리를 반겨 맞이해주셨고, 해 떨어지기 전까지 늪 주변의 길을 걷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예정에 없던 코스로 우리를 안내했습니다. 바로 사나흘 뒤에 야생으로 나가게 될 따오기들이 야생 적응 훈련을 하는 따오기복원센터였습니다. 선생님의 자세한 안내로 따오기의 복원 과정과 야생 적응 훈련 이야기를 샅샅이 듣는 아주 특별한 자리였습니다. 땅거미 밀려오는 늪 주변의 언덕배기에서 너른 우포 벌을 내다보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따오기를 하나하나 유심히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따오기복원센터를 나올 즈음, 노을이 붉게 물들어야 할 시간이었지만, 비가 내리는 탓에 노을은 붉지 않았습니다. 우산을 받쳐들고 지킴이 선생님의 안내로 늪 곁으로 난 길을 걸었습니다. 드넓게 펼쳐진 늪의 풍경과 그 안에서 장엄한 생명살이를 이어가는 크고 작은 나무와 풀들……. 언제 찾아보아도 우포늪은 감동으로 시작됩니다. 어두워지는 늪 주변의 숲에서는 간간이 새들의 노랫소리가 울립니다. 새소리의 근원을 찾아 모두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 죽이며, 향긋한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도 이 시간에 누릴 수 있는 행복입니다.

○ 늪의 속살을 하나하나 짚어본 특별한 답사 ○

  답사 날짜를 5월 중순으로 잡은 건, 찔레꽃 때문이었습니다. 언제 가도 좋은 곳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무성히 피어난 찔레꽃 향기가 걸음걸음을 이끌어가는 우포 늪 정경이야말로, 다른 어느 곳에 비교하기 어려우리라는 게 제 생각이었거든요. 예상대로 찔레꽃이 가는 길마다 환장하게 흐드러진 건 사실이지만, 한창 때를 살짝 넘긴 상태였습니다. 대개의 꽃송이들은 이미 수분을 마치고 노란 빛으로 반짝이던 수술머리의 꽃가루는 거의 떨어졌습니다. 걸음을 닦아세울 정도로 짙은 찔레꽃 향기도 한창 때를 지났지요. 그래도 채 떨어뜨리지 않은 찔레꽃 송이들을 하나하나 응시하며 걷는 길은 즐거웠습니다. 어둠이 이슥해지면서 다음 날을 기약하고 숙소에 들었습니다.

  새벽 5시, 다른 여행이라면 그만큼 일찍 서두를 필요가 없었겠지요. 하지만 우포 늪에서는 아침 시간을 늦출 수 없습니다. 이틀 내내 비가 내려서, 물안개 풍경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걸음을 늦출 수 없었습니다. 다시 이른 아침부터 늪 곁으로 난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여러 차례 찾은 곳이지만, 이 날처럼 우포 늪의 곳곳을 샅샅이 걸어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둘째 날에도 함께 해 주신 지킴이 선생님의 편안하고도 친절한 안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길이었습니다. 발걸음은 갈수록 상쾌해졌고, 걸음마다 천변만화하는 풍경으로 다가오는 우포 늪의 아름다운 풍경은 잊기 어려운 절경이었습니다.

○ 숱한 생명들이 어우러져 지어내는 원시 생명력의 신비 ○

  우포 늪 이야기를 글로 쓰기 어려운 이유를 어렴풋이라도 알 듯합니다. 걷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압도하는 풍경은 길섶에서 만나는 한 두 가지의 세세한 풍경들에 마음을 머물게 하지 못하는 때문 아닐까요. 걸으며 만난 아름다운 풍경들은 이루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고갯길을 넘어 환하게 열리는 늪 한가운데에서 자라는 버드나무에 눈길을 줄라치면, 저 멀리 내다보이는 너른 늪의 장대한 풍경이 말문을 막고, 다시 그 너른 늪의 풍경을 마음에 담을라치면 다시 또 길섶에 피어난 찔레꽃이 눈길을 끕니다.

  그야말로 잠시도 마음의 고동이 멈추지 않는 트레킹입니다. 마음 깊은 곳에 새겨둔 왕버들 군락에 줄지어선 큰 나무 한 그루의 이야기만으로도 《나무편지》는 차고 넘칠 겁니다. 그러나 왕버들 한 그루가 아무리 마음을 울렸다 하더라도 그 나무 한 그루로는 우포 늪의 정경을 제대로 보여드리기 어렵습니다. 지킴이 선생님이 남몰래 찾는다는 비밀의 늪의 아늑한 풍경을 이야기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하나하나의 작고 신비로운 아름다움들이 하나로 어우러질 때에야 비로소 우포 늪의 정경을 표현했다 할 수 있겠지요. 그게 쉽지 않습니다.

○ 다시 또 우포의 신비를 맞이할 날을 기다리며 ○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나의 오랜 동무 나무들, 다시 볼 수 없게 된 겁니다. 작업실 오는 길에서나, 지친 몸을 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다정한 동무를 잃은 나는 어쩔 수 없이 우울해집니다. 이제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다 초록의 나무들이 보고 싶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기야 조금 더 걸어나가면 근린공원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정말 그래도 오랫동안 정을 붙이고 더불어 지내온 동무 나무들이 사라졌다는 상실감은 하릴없이 깊은 우울감을 끌어올립니다. 어쩔 수 없겠지요. 그게 도시에서 나무가 살아가는 법이고, 운명이겠지요. 그 동안 외로울 때, 힘겨울 때 함께 했던 법원 뜨락의 나무들, 풀꽃들에게 고마움의 인사도 채 하지 못했는데 다시 볼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아마 이 우울은 며칠 더 이어지겠지요.

  오늘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 정도로 우포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참 이상하네요. 우포 늪에 비해 몇 배 더 넓고 큰 일본의 오제습지를 다녀와서도 한 줄 두 줄, 그곳의 풍경을 풀어 썼던 듯한데, 우포는 잘 안 됩니다. 어쩌면 그게 우포 늪만이 가지는 아름다움이자 신비로움이지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 마음 깊은 곳에 남은 우포 늪의 정경을 떠올리며 6월 10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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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신명기 (2019.06.11 09:50)
우포늪은 사진으로 글로는 다 전할 수 없다는
선생님 글로 인해 그 깊이를 간접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결국 선생님 글 힘이네요~^^
찔레꽃 보니 장사익씨 노래가 떠오릅니다
따오기는 사실 노래로 아는 새이지
실물로 아는 새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어렸을 적 노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따오기를 마치 항상 주변에서 자주 보는 새로 착각하고 지냅니다~~
고규홍 (2019.06.13 10:16)
다음에 우포에 가면 상큼하게 날개 펼치며 너른 늪 위로 날아다닐 따오기를 생각하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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