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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설악에 다녀와 다시 백두대간을 그리며 올립니다 날짜 2019.05.24 20:06
글쓴이 고규홍 조회 291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설악에 다녀와 다시 백두대간을 그리며 올립니다

  지난 주말에 우포 늪을 다녀와서 어떻게든 천년 생명력을 담은 우포 늪 소식을 전해드리려 했는데, 그럴 짬을 내기 어려웠습니다. 우포에 다녀오자마자, 하루도 빠짐없이 이곳저곳으로 불려다니느라 그랬습니다. 와중에 속초에서의 일정이 있었습니다. 속초 일정 전 날인 수요일에 춘천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내처 속초에 가서 하루 밤 묵었습니다. 처음부터 짧은 시간이나마 속초 설악동의 소나무를 볼 생각 때문이었지요. 바다가 내다보이는 숙소에서 밤을 보내고 이른 아침에 서둘러 일어나 보고 싶던 소나무를 알현하러 설악동에 들어섰습니다.

○ 다시 또 백두대간수목원으로 초대합니다 ○

  잠깐! 꼭 알려드릴 이야기부터 올리겠습니다. 경북 봉화 백두대간수목원에서 마련한 《백두대간 나무기행》 이야기입니다. 지난 봄 프로그램에 이어가는 여름 프로그램으로 7월 6일 토요일과 7일 일요일에 걸쳐 진행합니다. 이번 프로그램의 주제는 〈오래 된 사찰과 함께 하는 역사 속 나무〉입니다. 한 차례의 실내 강연과, 노을 물든 백두대간수목원 산책으로 토요일을 보내고, 일요일에는 경북 봉화의 청량사를 찾아갑니다. 청량사에는 제게 특별한 인연이 있는 한 그루의 고사목이 있습니다. 그 나무를 중심으로 여름 청량사의 나무와 풀을 탐사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지날수록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라 생각합니다.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셔서 신청하시면 됩니다.

  http://bit.ly/2FRnvpS <== 백두대간 나무기행 참가 신청 페이지

  비교적 오랜만에 찾게 된 〈속초 설악동 소나무〉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신흥사를 거쳐 비선대까지 할 수 있다면 울산바위 권금성까지 내처 오르고 싶었지만, 오후 일정 때문에 한 그루의 소나무 앞에서 오전 시간을 다 보냈습니다. 이른 시간이기도 했지만, 이 소나무 주변은 언제나 한적합니다. 설악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바로 옆 길에 서 있는 나무이지만, 아직 설악의 속살을 느끼기에는 이른 곳인 때문이지요. 나무 곁으로 난 길을 따라 오가는 자동차는 심심치않게 이어지지만, 나무 앞에 머무르는 사람이나 자동차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넉넉히 만날 수 있는 나무가 〈속초 설악동 소나무〉이지요.

○ 설악의 삽상한 바람 안고 서 있는 소나무 ○

  사실 소나무 한 그루를 만나기 위해 속초 설악동을 찾는 분은 없을 겁니다. 소나무가 시원찮아서가 아니라, 설악산이라는 명승을 나무 한 그루만 보고 돌아나올 수 없을테니까요. 〈속초 설악동 소나무〉를 찾은 지난 목요일에는 덥다 할 만큼 때이른 여름 날씨이기는 했어도, 하늘이 쨍하게 푸르렀으며, 산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더운 날을 충분히 견딜 만했습니다. 게다가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 지방에서는 이미 시들어 떨어진 아까시나무 하얀 꽃들이 그곳에는 한창이었습니다. 당연히 아까시나무 꽃 알싸한 향기 실은 바람이 더 없이 달콤했습니다.

  나무는 설악산 등산로 초입인 설악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건물 바로 앞에 있습니다. 국립공원 입장권을 매표하기 전에 다다르는 곳입니다. 나무가 홀로 서 있는 게 아니고, 화단 안의 다른 나무들과 어우러져 있어서, 무심코 지나다가는 그냥 지나치기 십상입니다. 설악산 들어서는 길 왼편으로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건물이 보이기 시작하면 속도를 줄이셔야 합니다. 아예 관리사무소 근처에 자동차를 세우는 게 더 좋겠지요. 관리사무소 앞 도로는 셋으로 갈라지며 교차점에 중앙 로터리가 이뤄져 있습니다. 로터리 가운데에는 화단을 조성했는데, 바로 그 화단 한켠에 조금 비스듬히 서있는 나무가 바로 〈속초 설악동 소나무〉입니다.

○ 사람의 마을에서 서낭당 나무로 살아온 세월 ○

  〈속초 설악동 소나무〉는 예전에 마을의 서낭당 나무였다고 합니다. 당연히 마을 사람들은 나무 앞에서 서낭제를 지내며 마을 살림살이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했겠지요. 서낭제가 아니라 해도 나무 아래에 돌무지탑을 쌓으면 오래 산다는 전설이 있어서 수시로 사람들의 발길이 머물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평소에도 마을 사람들의 극진한 보호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설악동이 관광단지로 개발되면서, 주변 마을이 변화를 거듭하는 바람에 나무는 서낭당나무로의 역할을 잃었습니다. 나무 바로 곁으로 내게 된 도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소원을 담은 돌무지 탑은 가뭇없이 사라졌습니다. 몇 해 전에 찾아왔을 때에는 그나마 나무 줄기 아래 쪽에 조그마한 돌 몇 개를 쌓아올린 돌무지가 서넛 보였습니다만, 이번에는 그것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로터리 한가운데에 서있는 나무는 사실 가까이 다가서는 것도 까다롭습니다. 제가 찾았던 목요일은 다행히 교통량이 많지 않은 평일이어서, 도로를 편안하게 건너다니거나 도로 한복판에 서서 나무를 바라볼 수 있었지만, 아마도 주말이라면 설악산을 찾는 관광객들의 자동차들이 모두 이 도로를 지나야 하기 때문에 그조차 쉽지 않을 겁니다. 나무 곁을 찾거나 머무르는 사람의 발길은 뜸해질 수밖에 없고, 이제 나무는 예전 서낭나무의 다정함을 잃은 듯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나무라기보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한 그루의 나무로 남은 거죠.

○ 사람살이의 위안과 치유의 의미로 남은 나무 ○

  높이가 17미터 쯤 되고 가슴높이 줄기 둘레는 4미터 쯤 되는 〈속초 설악동 소나무〉는 오백 년 전 쯤 이 자리에 처음 뿌리내린 것으로 짐작됩니다. 멀리서 바라보아도 나무의 연륜은 느껴집니다. 특히 나무 곳곳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외과 수술 흔적은 사람의 보살핌을 벗어나 홀로 서 있는 처지가 된 나무라는 안타까움을 실감나게 합니다. 사람 키높이 쯤 되는 부분에는 부러진 큰 줄기의 흔적이 눈에 띕니다. 화려했을 가지는 종작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불쑥 줄기 둥치가 튀어나와 있어 약간은 어색해 보입니다만, 보기에 따라서는 그것조차 이 나무가 지나온 세월의 풍진으로 자연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대상이 그러하지만, 보는 사람의 마음이 더 중요한 것이겠지요. 분명 〈속초 설악동 소나무〉는 서낭나무였던 때의 살가움은 잃었지만, 여전히 우리 민족이 가장 소중하게 지켜온 소나무입니다. 앞으로 〈속초 설악동 소나무〉가 이 자리에 외로이 서서 보내야 할 더 많은 시간이 나무에게 아픈 시간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혹시라도 설악산에 들르시게 된다면 설악동 초입에서 한번 쯤 걸음을 멈추고, 오랫동안 사람살이의 위안이며 치유의 상징으로 살아온 소나무 곁에 가만히 머무르고, 눈으로 오래 바라보며, 그의 곁을 스쳐지나는 세월을 가만가만 어루만져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 다가온 여름, 건강하게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

  우포 늪 소식, 전해드리지 못 하고, 오늘의 《나무편지》를 마무리해야 하겠네요. 사람의 시간은 빠르게 흐릅니다. 아직 오월이지만, 깊은 여름의 날씨를 보이는 여름입니다. 예보대로라면 비 온 뒤에 기온이 조금 떨어진다고 하지만, 그래봤자, 여름은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건강하게 여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설악의 향긋한 바람 품고 돌아와 5월 27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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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신명기 (2019.05.27 16:07)
설악동 소나무가 그렇게 있었다는 걸 교수님 아니셨으면
설악산을 찾는 그 많은 사람들이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언젠가 가면 쓰담쓰담 하겠습니다~^^
고규홍 (2019.05.28 21:54)
ㅎㅎㅎ. 꼭 그렇진 않을 겁니다. 설악동 소나무는 천연기념물이니까요. 다음에 그 길 가시게 되면, 꼭 한번 멈춰서서 바라보시면 좋겠습니다.
이점숙 (2019.06.03 15:57)
백두대간 찾아서 신청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규홍 (2019.06.04 09:33)
네, 봉화 백두대간수목원에서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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