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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 내리는 천년의 늪으로 태곳적 생명을 만나러 갑니다 날짜 2019.05.17 16:54
글쓴이 고규홍 조회 347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비 내리는 천년의 늪으로 태곳적 생명을 만나러 갑니다

  내일 토요일에는 이틀의 일정으로 우포 늪에 갑니다. 어제 소식 전해주신 우포 늪 지킴이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늪 주변의 아까시나무 꽃은 떨어지는 중이고, 찔레꽃은 한창이랍니다. 먼 길이어서 일요일 밤 느지막이 돌아오게 될텐데, 밤에 돌아와서 월요일 아침까지 《나무편지》를 만들어 띄우는 게 어렵겠지요. 여유가 된다면 주중에 우포 늪 소식 담은 《나무편지》를 부치겠습니다만, 다음 주에는 일정이 무척 복잡해서 아마도 힘들지 싶습니다. 하지만 태곳적 생명을 품은 우포 늪 소식은 어떻게든 짬을 내서 꼭 전해드리겠습니다.

○ 십년의 준비를 거쳤다지만 나무들은 아직 어려서… ○

  그러고 보니, 지난 주말에 다녀온 백두대간수목원 소식도 채 전해드리지 못했습니다. 경북 봉화의 백두대간수목원은 비교적 기온이 낮은 지역이어서 우리 땅 가운데에서는 봄이 가장 늦게 찾아가는 곳입니다만, 그 곳에도 어김없이 봄이 깊었습니다. 어마어마하다고 이야기해도 좋을 만큼 넓디넓은 수목원(육십오만 평 정도)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들은 아직 어린 편입니다. 지난 해 봄에 정식으로 개원한 수목원은 십년 쯤의 준비 기간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나무의 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겨우 시작 단계에 불과합니다. 십년이라는 시간이 대개의 나무의 시간으로는 짧은 시간이지요. 나무 전문가들의 세심한 손길이 미쳤다 해도 수목원을 완성시켜주는 건 아무래도 시간일 겁니다.

  백두대간수목원에서 깊은 숲의 성숙한 분위기를 느끼기는 아직 이릅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좋습니다. 찾아갈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거든요. 서너 차례에 걸친 지난 해의 답사 때에 만났던 나무들이 그 사이에 부쩍 자랐다는 느낌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 만났던 여느 나무들의 어린 모습에서부터 도담도담 자라나는 모습을 천천히 살펴볼 수 있다는 건, 나무를 관찰하며 맞이할 수 있는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입니다.

○ 마가목, 붉은병꽃나무의 찬란한 봄 노래 ○

  어린 나무들이기는 하지만, 어김없이 봄을 맞이하기 위해 활짝 피어있는 꽃들은 찬란했습니다. 지난 주말, 백두대간수목원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나무는 마가목이었습니다. 경내의 주요 도로의 가로수로 마가목을 많이 심어 키우는데, 그 마가목에서 꽃이 피어난 겁니다. 유난스레 싱그러워 보이는 마가목 잎사귀 사이에 솟아올라 피어난 하얀 꽃차례는 더없이 풍성했습니다. 절반 정도는 꽃을 활짝 피웠고, 나머지 절반은 앙증맞은 꽃봉오리를 봉긋이 피워올린 상태였으니, 아마 오늘 쯤에는 화려하게 피어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오늘 《나무편지》의 둘째 셋째 사진이 바로 백두대간수목원 마가목의 꽃입니다.

  붉은병꽃나무도 그랬습니다. 조금 호들갑을 떨자면, 붉은병꽃나무가 천지를 이뤘습니다. 발길 옮기는 곳마다 붉게 피어난 붉은병꽃나무가 눈길을 끌었지요. 넷째 사진이 백두대간수목원의 숲길에서 눈길을 끌었던 붉은병꽃나무 꽃입니다. 굳이 하나 더 꼽자면 바로 위의 사진인 가침박달의 꽃입니다. 워낙 넓은 수목원 경내를 천천히 걸으며 나무를 만나고 약간은 지친 발걸음으로 돌아나오는 중에 만난 꽃입니다. 무리를 이룬 여러 그루의 가침박달이 한꺼번에 피어나서, 멀리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두드러졌습니다. 가지 끝에 조롱조롱 피어난 가침박달의 하얀 꽃이 이 봄을 하냥 아름답게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 춘양목의 원산지에서 만나게 되는 커다란 춘양목 ○

  앞으로 시간이 더 흐르면 달라지겠지만 지금까지 백두대간수목원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금강소나무입니다. 수목원을 조성하기 전부터 이 자리에 서 있던 나무입니다. 열 그루 정도의 금강소나무는 어쩌면 수목원의 랜드마크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더구나 이곳 봉화는 금강소나무의 자생지일 뿐 아니라, 금강소나무가 ‘춘양목’이라는 다른 이름을 가지게 된 ‘춘양’ 지역이기도 하니까요.

  올해 네 차례에 걸쳐 이어질 백두대간수목원에서의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는 그렇게 잘 마쳤습니다. 다음 프로그램은 칠월 육일과 칠일에 이어질 겁니다. 날짜에 임박해서 한번 더 안내 드리겠습니다. 백두대간수목원의 맑고 아름다운 나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 함께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제 그만 배낭을 꾸려야 하겠습니다. 길 위에 머물러 온 인생…, 별다른 짐이 따로 있을 리 없지만, 많은 분들과 함께 하는 답사 여행이기도 하니, 마음이라도 한번 더 챙겨보아야 하겠습니다. 다녀와 소식 전해 올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우포 늪으로 떠나는 솔숲의 봄 나무 답사를 앞두고 5월 17일 저녁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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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신명기 (2019.05.20 15:00)
첫 새싹이 날 때 말 이빨처럼 난다는 설명에 해마다 마가목 새싹을 보면서 말 이빨을 생각합니다.
제 일터 마가목은 진지 오래인데 역시 지역으로 가장 봄을 늦게 맞이하는 곳 같습니다.
우포늪도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자식 녀석과 갔을 때는 한 귀퉁이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이래도 투덜 저래도 투덜
그러고 보면 인생이 여러 귀퉁이 보기에도 짧은 것 같습니다~^^
고규홍 (2019.05.22 08:34)
제 생각에는요. 아이들은 우포늪의 깊은 아름다움을 별로 느끼지 못하지 싶어요. 그래서 시간 내서 어른들끼리만 가시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나중에라도 우포는 어른들끼리만 시간 넉넉히 잡고 다녀오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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