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를 찾아서 W > 나무를 찾아서 W
나무를 찾아서w
제목 '나무를 심은 사람' 민병갈님의 십칠주기를 맞으며 날짜 2019.04.06 16:33
글쓴이 고규홍 조회 348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나무를 심은 사람' 민병갈님의 십칠주기를 맞으며

  지난 토요일에 《나무편지》의 초고를 한참 만들던 중에 발송 버튼을 잘못 눌러, 채 완성하지 못한 《나무편지》가 배달됐습니다. 초고와 최종 원고 사이에 식물 이름을 고쳐쓰고 몇가지 못된 문장을 고친 것 외에 큰 차이는 없으나, 날짜를 헷갈리게 해 드려 죄송했습니다. 사과 말씀 올리며, 다시 띄웁니다.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사월팔일, 오늘은 천리포수목원에 가야 하는데, 주말에 찾아든 고뿔이 깊어져 머뭇거리는 중입니다. 천리포의 아름다운 숲을 일군 민병갈 원장이 돌아가신 지 열일곱 해 되는 날입니다. 1960년대에 처음 터 잡고, 한 그루 두 그루 나무를 심고, 1970년대에는 당시로서는 낯설었던 수목원이라는 이름으로 ‘천리포수목원’을 등록한 뒤, 2000년에는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받기까지 ……. 그 모든 과정을 묵묵히 일궈 온 아름다운 사람 민병갈 님이 돌아가신 날입니다. 주말의 산불 참사로 어지러운 이 즈음, ‘나무를 심은 사람’ 민병갈을 더 고마운 마음으로 추모해야 하겠습니다. 11시에 시작하는 추모식에 참석하려면 머뭇거리지 말고 지금 당장 출발해야 하는데 ……. 오늘 《나무편지》에서는 민병갈 님 십칠주기를 맞은 천리포 숲의 봄 풍경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수요일에는 부천 상동도서관 《나무강좌》에서 뵈어요 ○

  먼저 내일 모레 이어질 부천 상동도서관의 《나무강좌》 소식부터 전합니다. 스물여섯 번째의 강좌입니다. 이번 4월 《나무강좌》에서는 목련을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처음 이 강좌를 시작하던 2017년 4월 강좌에서 이야기했고, 2018년 4월에도 시작하는 이야기, ‘이달의 나무’에서 살짝 짚어보기도 한 목련 이야기이지만, 목련을 빼놓고 사월을 이야기할 수 없겠습니다. 건너뛸까 생각도 했지만, 부분적으로 되풀이하는 이야기가 없지 않겠지만, 일단은 지금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목련에 대한 이야기를 종합하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동안 채 나누지 못한 목련 이야기까지 합쳐서 보다 풍성하게 꾸미려 합니다. 많은 참여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천리포수목원 설립자인 민병갈, 그가 이 땅을 떠난 2002년 그때처럼 지난 주에 다녀온 천리포 숲의 봄은 여전히 찬란합니다. 그가 살아있을 때에 이 숲에 수집해 심어 키우는 식물이 1만4천 종류 정도였던 것이 이제는 1만8천 종류를 넘었습니다. 그가 숲을 일구던 뜻을 이어 더 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열과 땀이 보태지며, 천리포 숲은 갈수록 아름다운 숲으로 거듭 나고 있습니다. 호랑가시나무 종류와 같은 외국에서 들여온 상록성 식물뿐 아니라, 우리 땅에만 있는 토종식물도 많이 있습니다. 이 땅에서 사라져가는 미선나무도 그런 종류입니다. 활짝 피어난 미선나무 꽃의 맑은 꽃송이가 이 봄을 맑게 밝힙니다.

○ 미선나무 흰진달래가 맑고 하얗게 밝힌 천리포 숲 ○

  흰진달래도 그런 종류에 속합니다. 분홍 빛깔로 피어나는 진달래 꽃의 수수한 생김새와 꼭 닮았지만, 순백으로 피어나는 흰진달래는 우리 땅에서 보기 힘든 꽃 중의 하나입니다. 오래 전의 여러 기록에는, 분홍빛 진달래보다 흰진달래를 옛 사람들이 더 아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우리 산과 들에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꽃이었다는 이야기지요. 그런데, 이게 어느 때부터인가, 분홍 빛 진달래에 비해 흔치 않은 꽃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귀한 꽃으로 여겨지는 흰진달래를 남벌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이제는 희귀식물로 지정해야 할 정도로 우리 산과 들에서 저절로 자라는 걸 보기 힘들게 됐습니다.

  노랑할미꽃도 이 즈음 눈에 띄는 우리 토종 풀꽃입니다. 바로 곁에 피었던 동강할미꽃은 일찌감치 지쳐 시들었는데, 노랑할미꽃은 지금 한창입니다. 흰진달래만큼은 아니라 해도 노랑할미꽃도 그리 흔한 풀꽃은 아니지 싶습니다. 보랏빛 할미꽃에 비해 그렇습니다. 할미꽃의 변이종인 노랑할미꽃은 색다른 느낌으로 바라보게 되는 풀꽃이죠. 꽃자루가 꽃송이 바로 앞에서 꼬부라져 ‘꼬부랑할머니’를 생각하게 한다 해서 할미꽃이라 한 꽃과 생김새는 똑같습니다만 빛깔만 노란 색이어서, 노랑할미꽃이라고 부르는 꽃이지요. 꽃자루가 구부러지지 않고, 하늘 향해 곧추 선 동강할미꽃과 함께 우리가 볼 수 있는 할미꽃의 종류 가운데 하나입니다.

○ 작고 앙증맞아서 더 신묘한 아름다움을 갖춘 꽃이여 ○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깊이 수그린 채 아주 작은 꽃 송이 하나하나에 눈을 맞추는 순간 그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꽃이 있습니다. 에리카입니다. 낮은키로 웅크린 에리카 또한 이 봄에 놓치지 말아야 할 아름다운 나무입니다. 얼핏 보아서는 그의 아름다움을 알 수 없습니다. 눈치조차 챌 수 없어요. 워낙 꽃송이가 작으니까요. 통 모양으로 피어나는 꽃은 통의 지름이 고작해야 2밀리미터 쯤 되고, 길이도 6밀리미터 정도밖에 안 됩니다. 이 꽃을 제대로 보려면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그의 꽃송이 하나하나에 눈을 맞추어야 합니다. 그러면 드디어 작은 꽃송이들의 신묘함에 저절로 빠져들게 됩니다. 에리카는 종류가 많아서 한겨울에 피어나는 종류에서부터 이 봄에 피어나는 종류도 있고, 봄 깊어진 뒤에 피어나는 종류도 있습니다.

  지난 주에 천리포 숲을 산책하면서 만난 꽃 가운데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꽃이 하나 있습니다. 3백 종류가 넘는 우리 수목원의 동백나무 꽃 가운데, 새로 들여온 품종인 듯, 지난 20 여 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꽃인데요. 그 빛깔이 참 고왔습니다. ‘미나토노하루(港の春)’ 이라는 품종명을 가진 동백나무입니다. 품종명을 보아서는 일본에서 선발한 품종이겠지요. 2016년에 들여온 나무입니다만, 그 동안 꽃을 보지 못했습니다. 꽃송이의 생김생김은 여느 동백나무와 다를 게 없는데, 빛깔이 참 곱네요. 암석원 앞 온실 안에 모아 둔 여러 동백나무 가운데 하나인데, 오래 머무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마도 앞으로는 동백나무 꽃 피는 계절이면 바로 이 미나토노하루 동백나무부터 찾아보게 되지 싶습니다.

○ 새로 들여온 동백나무 품종의 꽃 빛깔이 하도 고와서 ○

  삼지닥나무 꽃도 지금 한창입니다. 비교적 개화 기간이 길어서 앞으로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예쁜 꽃이 그대로 달려 있겠지만, 지금이 가장 화려한 시기입니다. 그가 뿜어내는 향기 또한 무척 매혹적입니다. 그러나 꽃이 시들어 질 즈음에는 꽃 향기가 조금은 역겹다 할 만큼 이상하게 바뀝니다. 하나의 가지가 셋으로 갈라져 자라고, 그 끝에서 다시 또 셋으로 갈라지기를 무한반복하며 자라나는 삼지닥나무는 이 봄에 피어나는 노란 꽃이 참 아름답습니다. 삼지닥나무 종류 가운데에는 빨간 색으로 피어나는 꽃도 있지만 천리포 숲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아무래도 노란 빛깔의 삼지닥나무 꽃입니다. 잎 나기 전에 이토록 멋스러운 노란 빛깔로 숲의 주인이 된 삼지닥나무 꽃에 박수를 보냅니다.

  지금 낮은 땅에서 가장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은 헬레보러스 종류입니다. 헬레보러스 가운데에 크리스찬들이 부활절을 맞이하기 전의 사십 일 동안의 고난 기간을 사순절이라고 부르는 것에 맞춰 ‘사순절의 장미’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풀꽃입니다. 헬레보러스 종류 가운데에는 겨울에 성탄절에 맞춰 피어나는 종류도 있어요. 흰 빛으로 피어나는 그 꽃은 ‘성탄절의 장미’라고 부르는데, 이 계절에는 짙은 보랏빛의 ‘사순절의 장미’가 피어납니다. 사순절이 시작하는 3월에 피어나기 시작해서 부활절 즈음까지 오래 피어있는 아름다운 풀꽃입니다.

○ 나무와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평안이 있기를 ○

  산불 때문에 마음이 편할 수 없는 날입니다. 급한 불은 껐다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이지 싶습니다. 늘 나무를 더 많이 심자고 서로의 손을 맞잡는 즈음에 더 많은 나무가 불에 타 사라지고, 나무와 더불어 살아가던 사람들의 보금자리까지 완전히 무너앉는 참사가 이어진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하루빨리 모두가 평안을 되찾을 수 있기 바랍니다.

  모두 평안하십시오.

- 나무를 심은 사람, 민병갈 17주기인 4월 8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드림.

솔숲닷컴(http://solsup.com)의 '추천하기'게시판에 '나무 편지'를 추천하실 분을 알려 주세요.
접속이 어려우시면 추천하실 분의 성함과 이메일 주소를 이 편지의 답장으로 보내주십시오.

○●○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신명기 (2019.04.12 11:03)
흰 진달래, 노랑 할미꽃에 그런 사연이~~
어렸을 때 흰 진달래를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 나이에는 짙은 분홍색에 비해 관심을 끌지 않았습니다.
제 일터에는 보라색 할미꽃과 동강할미꽃이 몇 년째 계속 얼굴을 보여주고 있어 위안을 삼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쪼그리고 앉겠습니다.
겸손해져야만 볼 수 있는 많은 것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면서요~^^
글쓴이 비밀번호
보이는 순서대로 문자를 모두 입력해 주세요
등록
목록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