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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람 차가워도 숲에는 봄이 뚜벅뚜벅 다가옵니다 날짜 2019.03.31 20:49
글쓴이 고규홍 조회 226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바람 차가워도 숲에는 봄이 뚜벅뚜벅 다가옵니다

  봄 때문에 …… 순전히 봄 때문에 일본 답사에서 만난 크고 아름다운 나무 이야기들은 뒤로 미뤄야 하겠습니다. 도쿄 곳곳에서 만난 나무가 보여준 황홀지경과 그 이야기들은 아무래도 나중에 짬을 내서 천천히 들려드려야 하겠습니다. 우선 우리 땅, 우리 숲에 다가온 봄 소식부터 전합니다. 언제나 봄은 땅 깊은 곳에서 가만가만 다가올 기미를 보이다가 어느 순간 화들짝 한꺼번에 달려옵니다. 봄마중 채비를 미처 갖추기 전에 말입니다. 지난 주말, 바람은 다시 쌀쌀해졌지만, 숲에 피어난 꽃들이 불러 젖히는 봄의 전주곡은 이미 우리 곁에 봄 기운이 또렷이 다가왔음을 알렸습니다.

○ 여느 해에 비해 닷새에서 이레 쯤 빨라진 꽃 소식 ○

  숲에 들어서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목련의 개화였습니다. 열흘 쯤 전에 이 땅의 남녘인 진주 사천 지역을 답사하던 길에 이미 활짝 피어난 목련을 여러 그루 봤을 뿐 아니라, 제 작업실 근처인 경기도 부천의 곳곳에도 환하게 피어난 목련이 있었으니까요. 온갖가지 목련을 만날 수 있는 천리포수목원의 목련 소식이 궁금하지 않을 리 없지요. 천리포수목원의 목련은 서울보다 개화가 늦습니다. 역시 아직은 일렀습니다. 하지만 예년에 비하면 빠르게 꽃봉오리가 열리는 중입니다. 대략 닷새에서 이레 쯤 빠르게 꽃잎이 열리는 걸로 보입니다. 아마도 이번 주말 쯤에서 다음 주말 사이에는 목련 종류 가운데 흰 빛깔의 꽃을 피우는 나무들이 죄다 꽃을 피울 듯합니다.

  혼자만의 느낌일지 모르겠습니다만, 하늘 향해 활짝 피어난 하얀 목련에 가장 잘 어울리는 낮은 땅의 꽃은 노란 수선화이지 싶습니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종류의 수선화가 있는 걸 나는 잘 압니다. 그 많은 수선화 가운데에 가장 먼저 피어나는 종류들이 먼저 초록 잎 사이로 노란 꽃을 피웠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설강화 앙증맞은 꽃송이가 점점이 피어있던 자리입니다. 어느 새 설강화와 임무 교대 절차를 마친 거죠. 수선화는 이제 목련 꽃이 불러오는 봄바람 따라 목련 꽃 그늘을 노랗게 밝힐 겁니다.

○ 서둘러 봄을 부르느라 애썼던 영춘화는 이제 …… ○

  길섶의 바위 울타리에 노란 폭포를 이루듯 피어났던 영춘화는 이미 한창 때를 지났습니다. 어느 틈에 싱그럽던 노란 꽃잎의 가장자리에는 검은 반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영춘화는 숲의 여느 생명들보다 먼저 일찍 깨어 봄바람을 요모조모 살펴보고는 다른 생명들에게 이제는 꽃 피울 때가 됐다고 널리 알려주었습니다. 다른 생명들이 영춘화가 보내준 소식을 듣고 피어나기 시작하자 영춘화는 천천히 낙화를 준비합니다. 그래도 영춘화가 불러온 노란 봄은 아직 환하고 아름답습니다. 봄이면 언제나 이 조붓한 숲길을 지키는 노란 폭포는 언제나 환희의 빛깔입니다. 걷다가 멈출 수밖에 없는 봄마중 길입니다.

  아직 봄의 향연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도 아닌 게 분명한데, 성마르게 피어난 봄꽃들의 찬란함은 이어집니다. 낮은 땅에 피어나 눈길을 끄는 봄꽃으로 붓꽃 종류가 있습니다. 봄 일찌감치 화려하게 피어나는 붓꽃은 생김생김이 독특하기도 하고, 온갖 빛깔로 피어나는 덕에 그 품종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큼지막한 꽃송이가 대략 50센티미터 높이로 솟아올라와 피어나는 종류는 비교적 봄 깊어져야 피어나지만, 키 작은 종류들은 일찌감치 피어납니다. 바로 지금 그 작고 앙증맞은 종류의 붓꽃들이 피어나 봄 숲의 길섶을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꽃잎 가운데에 총총히 새겨진 무늬가 돋보이는 예쁜 꽃입니다.

○ 꽃샘바람 잎샘바람 닥쳐올 지라도 봄은 …… ○

  언제 꽃샘바람이 다가올지 모르는 탓에 이른 봄에 먼저 피어나는 풀꽃들은 대개 키가 작습니다. 바람에 담긴 찬 기운을 이겨내기 위해 비교적 따뜻한 땅의 열기에 기대어 살아가는 거죠. 그 작은 키의 풀꽃 가운데에 키오노독사라는 낯선 이름의 참 예쁜 꽃도 피었습니다. 지중해 지역에서 자라는 풀꽃으로 아직 우리 이름이 없어서 학명인 Chionodoxa 를 발음 나는대로 부르는 꽃입니다. 비슷한 꽃으로 ‘향기별꽃’이라고 부르는 Ipheion uniflorum Raf. 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서로 다른 종류입니다. 사실 두 종류의 꽃을 얼핏 봐서는 구별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닮았습니다. 오늘 《나무편지》에 담은 이 꽃은 키오노독사 종류의 꽃입니다.

  모든 봄꽃들이 서둘러 봄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우리 땅의 봄을 가장 근사하게, 그러나 가장 소박하게 알리는 꽃은 진달래입니다. 화려한 철쭉 꽃과 달리 잎사귀 나기 전에 꽃부터 먼저 피우는 분홍 빛의 진달래는 언제 봐도 시골 선머슴처럼 담백한 생김새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더 정겹습니다. 진달래 가운데 흰 빛의 꽃을 피우는 흰진달래도 지금 한창입니다. 기껏해야 어른 허리 춤 정도까지 올라오는 크지 않은 키에 초록 잎 하나 없이 온통 분홍 빛으로 피어난 진달래는 우리 땅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꽃이어서 이 특별한 숲에서 만나는 게 더 반가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 가늣한 가지에 온통 노란 전등을 환하게 밝혀 ○

  또 하나의 우리 꽃 히어리입니다. 히어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유래가 분명치 않지만, 돌아가신 이창복 선생님은 이 나무가 예전에 ‘시오리마다 한 그루씩 있었다’ 해서 처음에 시오리라고 부르다가 나중에 히어리로 바뀐 게 아니냐고 짐작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히어리 노란 꽃 역시 흔히 보는 꽃송이의 모습과 달라서 한참 바라보게 됩니다. 가늣하게 뻗어낸 많은 가지에 온통 노란 꽃을 촘촘히 피워낸 히어리는 이 땅의 봄이 한층 가까이 다가왔다는 신호입니다. 그렇게 숲에서는 지금 봄 노래가 한창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전주곡’에 불과합니다.

  사람의 마을에 부는 바람은 여전히 차갑습니다. 아침 저녁으로는 아직 겨울옷을 벗어놓을 수 없는 애매한 날씨입니다. 그래도 봄은 뚜벅뚜벅 우리 곁으로 싱그럽고 찬란하게 다가옵니다. 더 기쁘고 아름다운 봄날 맞을 수 있도록 우리 마음도 더 환하게 밝혀야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숲에서 들려오는 봄 노래를 떠올리며 4월 1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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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신명기 (2019.04.02 14:51)
행복한가 봄~^^
그래서 봄인가 봅니다
봄꽃 찾아 발걸음 옮기시고 사진 찍으시면서
선생님 행복해하는 얼굴이 보입니다~~
제가 일하는 곳에도
이른 봄 노루귀를 시작으로
산수유, 명자나무 꽃, 설중매, 매화, 귤나무, 한라봉, 히어리, 수호초, 돌단풍, 제비꽃, 앵두나무, 살구나무,
튤립, 민들레, 할미꽃이 계속 이어달리기 하고 있습니다~~
봄봄입니다~^^
고규홍 (2019.04.03 13:39)
일 하시는 그 곳! 가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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