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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풍년을 기원하는 사람살이의 기원을 담은 봄 꽃 날짜 2019.03.01 13:59
글쓴이 고규홍 조회 115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풍년을 기원하는 사람살이의 기원을 담은 봄 꽃

  풍년화 Hamamelis japonica Siebold & Zucc. 가 피어난 건 이미 한참 전이지만, 미처 이야기를 전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나무편지》에서는 풍년화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우리가 봄을 알리는 꽃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영춘화 개나리 산수유 노란 꽃보다 훨씬 먼저 피어나는 꽃이 풍년화입니다. 풍년화의 품종이 여럿이어서, 꽃 피는 시기에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초본식물인 복수초 설강화를 제외한 목본식물, 즉 나무 가운데에서는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명실상부한 봄의 전령사인 거죠.

○ 1931년 즈음에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와 ○

  조록나무과 Hamamelidaceae 에 속하는 풍년화는 고향이 아시아 동부, 북아메리카 동부 지역인데, 우리나라의 풍년화는 일본을 통해서 1931년 즈음에 처음 들어왔습니다. 우리 산과 들에서 저절로 자라는 나무가 아니다보니, 아무리 이른 봄에 새 봄을 알리는 꽃이라 해도 그리 익숙하지 않은 겁니다. 일본에서는 이 나무를 '망사꾸(まんさく, 万作)'라고 부릅니다. 곧 풍년을 뜻하는 일본어 '풍작(豊作)' 혹은 '만작(滿作)'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들어오며 갖게 된 이름도 그 뜻 그대로 풍년화가 됐습니다. 서양에서는 이 나무를 수맥 탐사에 요긴하게 쓴다고 해서 '마법의 개암나무 Witch Hazel' 라고 부릅니다.

  풍년화가 자생하는 일본의 산과 들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농부들은 이른 봄에 피어나는 풍년화의 잎이 한꺼번에 돋아나거나 꽃이 활짝 피어나면 그해 가을에 풍년이 든다고 믿었답니다. 무엇보다 자연의 힘에 기대어 살아가는 농부들이 여느 나무보다 먼저 노란 꽃을 피우는 나무를 바라보며 풍년을 소망했던 거죠. 농부들의 가장 큰 소망인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이 나무에 담긴 겁니다. 한해 농사를 준비해야 하는 이른 봄에 피어나는 꽃송이에 사람살이의 소망을 그대로 기댄 것입니다.

○ 꽃 모양이 독특하고 예뻐서 조경수로 많이 키워 ○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른 봄에 피어나는 꽃이 좋아서 여러 곳에서 조경수 관상수로 많이 심어 키웁니다. 잘 자라야 5~6미터 정도 자라는 낮은키나무인 풍년화는 무엇보다 꽃이 독특해서 재미있습니다. 송이마다 넉 장의 가느다란 꽃잎이 마치 돌돌 말렸던 가느다란 리본 풀리듯 삐뚤빼뚤 꼬이듯 피어납니다. 아주 독특하죠. 대개는 노란 색이지만, 주홍색을 띠는 꽃도 있습니다. 하나하나의 꽃잎이 가늘어서 그 자체로는 눈에 확 띄지 않아도, 모든 가지에 빽빽이 피어나기 때문에 풍년화의 개화는 금세 눈에 들어옵니다.

  풍년화에는 종류가 많이 있습니다. 봄을 알리는 꽃이라고는 했지만, 풍년화의 종류 가운데에는 가을이나 한겨울에 꽃을 피우는 나무도 있지요. 오늘 《나무편지》에서 보여드리는 풍년화들은 지난 주에 천리포수목원에서 찾아본 풍년화 종류입니다. 맨 위 사진 속에서 노랗게 피어난 풍년화는 〈밤스테드골드 풍년화 Hamamelis x intermedia  ‘Barmstedt Gold’〉 이고, 그 다음 석 장의 사진은 〈팔리다 풍년화 Hamamelis x intermedia  ‘Pallida’〉 이며, 아래 주홍빛 꽃을 피운 풍년화는 〈헬레나 풍년화 Hamamelis x intermedia  ‘Jelena’〉입니다.

○ 생명의 약동을 더 충분히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

  삼월, 이제 봄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찬란한 봄이라는 말을 쓰기에 앞서 미세먼지부터 걱정해야 하게 됐습니다만, 그래도 봄은 봄입니다. 이제 봄 기운에 어울리는 새 옷을 꺼내야 할 때입니다. 아직 바람 차지만, 마음 속에서 피어오르는 생명의 기운은 싱그럽습니다. 복수초 설강화 풍년화, 영춘화, 숲의 여린 꽃들이 뿌연 흙먼지 뚫고 이 봄을 노래합니다. 봄 맞이 채비에 서두르셔서 누구보다 더 아름다운 새 봄 맞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풍년화를 바라보며 3월 4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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