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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 예쁜 나무’라고만 쓰고 싶어지는 우리의 나무 날짜 2018.04.14 12:45
글쓴이 고규홍 조회 374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참 예쁜 나무’라고만 쓰고 싶어지는 우리의 나무

  배낭을 다 꾸렸습니다. 사람들이 대략 “팔천 년 된 나무”라고도 하고, 일본 숲의 공식적인 기록으로는 “칠천이백 년 된 나무”라고도 하는 일본의 전설적인 삼나무, “조몬스기”를 만나러 가기 위한 행장입니다. 지난 해 늦은 태풍 ‘란’에 발길이 잡혀 미뤄두었던 일본 야쿠시마 조몬스기 답사를 내일 모레 수요일에 떠납니다. 조금 험한 길도 오르고 내려야 하는 길이어서, 지난 해 여름부터 헬스센터를 들락이며 모자란 체력도 보충했습니다. 보충의 정도가 지나쳐 흔히 말하는 오버트레이닝으로 팔 근육에 적잖은 문제가 생기기는 했습니다만, 걷는 데에는 큰 지장 없습니다. 나무를 만나러 가는 길이 늘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무언가를 만나는 일이 모두 그렇겠지만, 나무를 만나는 일 역시 생각만큼 수월하기만 한 건 결코 아닙니다.

○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길 손 잡고 함께 걸어요 ○

  일본 야쿠시마 트레킹에 다녀와 다시 정리해야 하겠습니다만,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길 산책에 대한 관심도 다시 부탁드립니다. 지난 이십 년 동안 늘 혼자였던 답사 길에 나무와 숲길을 좋아하는 여러분들과 함께 하기 위해 마련한 동행 답사인데, 아직 참가를 신청하신 분이 많지 않습니다. 더 많은 관심, 그리고 주변의 다른 분들께도 많이 알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답사 일정 : 5월1일 : 출발(서울시청과 부천상동도서관) --> 울진 노거수 --> 망양정 / 2일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 3구간 걷기

  참가자는 선착순 30명으로 제한하고 참가비는 20만원입니다. 참가자에게는 새 책 《나무에 깃들어 살다, 옛시 - 나무가 말하였네》을 드립니다.

  참가 신청은 JT투어 담당자 김정희(전화 010-8974-9339 메일 tour@trekjapan.co.kr)님께 하시면 됩니다.

  나무를 만나는 일은 나라 안에서든 바깥에서든 매오로시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이십 년 쯤 나무를 찾아다니다 보니, 대략 나라 안의 큰 나무들의 사정에 대한 짐작은 크게 틀리지 않아 이 즈음에는 헛걸음을 상당 부분 줄이는 편이기는 합니다. 그렇다고 한두 번의 답사로 항상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이루기도 죄다 볼 수도 없습니다. 오늘 《나무편지》에서 보여드리는 큰 나무는 자주 찾은 나무입니다. 나무의 사정도 익숙한 편이고 마을 어른들의 이야기도 잘 아는 편에 속합니다. 경상북도 영주 단산면 병산리라는 한적한 마을 어귀 동산 위에 우뚝 서 있는 육백 년 쯤 된 갈참나무입니다.

○ 갈참나무 가운데에 유일한 천연기념물인 나무 ○

  앞에 ‘큰 나무’라고 썼고, 그게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나무를 이야기할 때에 제가 ‘큰 나무’보다 더 많이 썼던 표현은 ‘참 예쁜 나무’였습니다. 영주 지역의 대표적인 천년고찰 부석사 가는 중에 단산면으로 들어서는 마을 길로 들어서서 조금 들어가면 만나게 되는 나무이지요. 갈참나무는 옛 어른들이 흔히 ‘도토리나무’라고 부르는 참나무 종류의 나무 가운데 하나입니다. 굴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와 같은 종류의 나무로 우리와는 매우 친하게 지내온 우리의 나무입니다. 매우 가까이에서 지낸 나무이기는 합니다만, 참나무 종류 가운데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나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특히 갈참나무 가운데에는 〈영주 병산리 갈참나무〉가 유일한 천연기념물입니다.

  천연기념물 제285호의 〈영주 병산리 갈참나무〉가 이 자리에 처음 뿌리를 내린 건 육백 년 전쯤으로 짐작합니다. 당시 이 마을에는 창원황씨昌原黃氏의 황전(黃纏 1391~1458)이라는 선비가 살았다고 합니다. 그는 이 마을에 처음 보금자리 터를 잡은 황승후黃承厚의 손자이며 영일 감무監務를 지낸 황처중黃處中의 아들로, 조선 세종 때에 조정의 의식을 담당하는 관청인 통례원의 봉례奉禮라는 벼슬을 했다고 전합니다. 바로 그가 세종 8년인 1426년에 심은 나무라고 전하기는 하지만, 정확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 규모보다는 나무를 둘러싼 문화와 풍경의 평화가 돋보여 ○

  육백 살 정도로 추정되는 갈참나무의 높이는 13.8m, 둘레는 3.39m 정도 됩니다. 규모로는 대단히 큰 나무라고 하기 쉽지 않겠지요. 심지어 산림청 기록에 의하면 보호수로 지정된 중에도 20m가 넘는 갈참나무가 적지 않을 정도이니까요. 물론 오류가 적지 않은 산림청 보호수 관련 기록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영주 병산리 갈참나무〉가 그리 큰 나무가 아닌 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이 나무를 천연기념물에 지정한 것은 갈참나무 가운데에 가장 아름다운 나무인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마을 어귀의 낮은 동산에 평화로운 모습으로 서 있다는 점 역시 문화재로서 오래 보존해야 할 가치가 높다는 판단이 있었지 싶습니다.

  〈영주 병산리 갈참나무〉가 서 있는 동산 아래 쪽으로는 지금은 폐교가 된 단산초등학교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나무 옆의 널찍한 공간은 이 초등학교 어린 아이들의 놀이터로 알맞춤했지 싶습니다. 학교 공부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이 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아이들이 즐기는 여러 가지 놀이를 하기에 딱 좋은 자리였을 겁니다. 나무 곁에 옛날 그 아이들처럼 가만히 주저앉아 눈 감으면 이제는 어른이 되었거나 혹은 이미 명을 달리 했을 수도 있는 이 마을 아이들이 빚어냈을 흥겨운 풍경이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사람은 떠나도 나무는 그 자리에 오래 남아, 사람이 남긴 사람살이의 향기와 무늬를 전해줍니다.

○ 새 책 《나무가 말하였네, 옛시 - 나무에 깃들어 살다》를 펴냈습니다 ○

  오늘 《나무편지》의 말미에서는 새로 펴낸 책 소식을 간단히 전해드립니다. 짬을 내서 한번 쯤은 넉넉히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만 오늘은 짧게만 전해드립니다. 지난 주에 여러 서점에 선보인 새 책은 지난 십 년 전에 처음 펴냈던 《나무가 말하였네 1 - 나무가 된 詩, 詩가 된 나무》와 《나무가 말하였네 2 - 나무에게 길을 묻다》의 후속편의 하나입니다. 그 동안의 책이 현대시를 중심으로 엮었다면 이번에 새로 낸 《나무가 말하였네, 옛시 - 나무에 깃들어 살다》는 한시漢詩를 중심으로 엮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성원 부탁드립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새 책 정보를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나무가 말하였네, 옛시 - 나무에 깃들어 살다》 자세히 보기

  오늘의 《나무편지》는 그만 접고, 이제 등산화 끈을 조일 시간입니다. 잘 다녀와 더 좋은 나무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아, 참! 그리고 야쿠시마 답사에서 22일 일요일에 돌아오면 23일 월요일에 《나무편지》를 띄우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하루 뒤인 24일 화요일에 다음 《나무편지》 올리겠습니다.


- 새책 소식과 함께 ‘참 예쁜 나무’ 이야기를 전하며 4월 16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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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신명기 (2018.04.16 09:08)
아침,
갈참나무 이야기를 읽고
예쁜 나무가 되듯 예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세월호 아이들도 모두 예쁜 아이들이었겠지요~~
고규홍 (2018.04.17 07:51)
네. 말씀 잘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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