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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첫사랑 그 여자’처럼 스민 봄…… 《나무답사》와 《나무강좌》 날짜 2018.04.06 21:11
글쓴이 고규홍 조회 446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첫사랑 그 여자’처럼 스미는 봄 …… 《나무답사》와 《나무강좌》

  오래 전에 봄을 맞이하면서 “봄은 첫사랑 그 여자처럼 온다”고 썼던 적이 있습니다. 최소한 제게는 그랬습니다. 첫사랑이라는 게 예기치 않던 순간에 화들짝 찾아오지 않던가요? 거기서 그치지 않잖아요. 찰나의 순간에 찾아온 ‘첫사랑 그 여자’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의 많은 것을 한꺼번에 마음 깊은 곳에 쏟아붓습니다. 그리고는 온 마음을 걷잡을 수 없이 헤집어 놓지요. 게다가 ‘첫사랑 그 여자’는 오래 머무르지 않고 곧바로 떠나고 맙니다. 봄이 꼭 그래요. 아직 찬 바람 거센 줄만 알았는데, 갑자기 온통 꽃 잔치를 화들짝 벌였습니다. 그리고 ‘첫사랑 그 여자’처럼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곧 떠날 거면서 말입니다.

○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길 손 잡고 함께 걸어요 ○

  지난 주에 알려드렸던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길 산책에 대해 다시 알려드립니다. 일정도 확정했고, 참가 신청도 한창 접수 중입니다. 확정한 일정을 알려드립니다.
  5월1일 : 출발(서울시청과 부천상동도서관) --> 울진 행곡리 수산리 노거수 --> 울진 망양정 / 2일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 3코스 걷기
  참가자는 선착순 30명으로 제한하고 참가비는 20만원입니다. 참가자에게는 새 책 《나무에 깃들어 살다 – 나무가 말하였네(옛시편)》을 한 권씩 드립니다. 참가 신청은 JT투어 담당자 김정희 대리(전화 010-8974-9339 메일 tour@trekjapan.co.kr)에게 하시면 됩니다. 성원 부탁드립니다.

  이번 주는 사월의 둘째 주입니다. 어김없이 수요일인 11일에는 부천 상동도서관에서 《나무강좌》를 진행합니다. 이번 사월 강좌에서는 지난 해 볕 좋은 가을에 소개했던 〈문학을 품은 나무〉의 연속 편으로 준비했습니다. 우리 곁으로 화들짝 다가오는 봄이 문학 특히 시詩에는 어떻게 담겨 있는지 찾아보며 봄의 향기를 느껴 보는 시간을 마련하겠습니다. 왕유, 전후와 같은 중국 시인들의 한시와 김부용 한용운의 우리 한시, 그리고 최두석 오규원 같은 현대 시인의 시 작품도 찾아보고 그 의미를 함께 감상해보는 시간으로 구성했습니다. 또 이번 강좌에서는 특별 선물을 준비했으니, 많이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 ‘첫사랑 그 여자’처럼 스며드는 봄 봄 봄 ○

  ‘첫사랑 그 여자’처럼 우리 마음 속에 스며든 봄, 나무 이야기입니다. 오늘 《나무편지》에서는 지난 주에 찾아본 이천의 큰 나무 두 그루를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사진에 보여드리는 느티나무입니다. 이 느티나무는 제 예정에 없었던 나무입니다. 그 존재도 알지 못했지요. 채 낫지 않은 감기몸살로 콜록거리며 이천의 창전동이라는 골목길을 흐느적거리며 걷던 중에 조붓한 골목 낮은 담장 사이에 우뚝 선 한 그루의 큰 나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눈에도 오래 된 나무로 보였습니다. 하릴없이 가던 길을 멈추고 나무가 서 있는 곳으로 찾아갔습니다. 골목은 비좁은데, 그 사이를 비집고 곳곳에 주차한 자동차들이 즐비해 나무의 풍경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습니다만, 나무는 나타난 나그네를 넉넉한 품으로 반겼습니다.

  여러 살림집들과 뒤섞인 골목 안에 자리잡은 까닭에 나무는 실제보다 작아 보입니다만, 그리 작은 나무가 아닙니다. 나무의 높이는 20미터가 되고, 가슴높이에서 잰 줄기 둘레는 3.6미터입니다. 결코 작은 나무가 아니지만 주변의 다른 건물들 때문에 왜소해 보일 뿐입니다. 나무가 서 있는 자리는 이천 창전동 창전 청소년문화의 집 앞 화단입니다. 굳이 나무의 이름을 붙이자면 〈이천 창전동 느티나무〉로 해야 하겠지요. 나무는 3미터쯤 높이에서 굵은 줄기가 둘로 나뉘며 뻗어올랐고, 제가끔 다시 여러 가지를 돋우며 자랐습니다. 근사한 느티나무입니다. 아직 새 잎이 돋아나지 않아서 느티나무 특유의 풍요로움을 제대로 느끼기는 쉽지 않았습니다만, 충분히 풍요롭고 넉넉한 나무입니다.

○ 마을의 가뭄을 해소해 준 보배로운 나무 ○

  나무 앞에 세워둔 표지판에는 나무의 수령을 지정일 기준으로 315년이라고 정확히 적었습니다. 지정년도가 1982년이니 35년을 더하면 올해로 꼭 350년 된 나무입니다. 나무에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전합니다. 오래 전에 이 마을에 아주 심한 가뭄이 들었다고 합니다. 풀과 나무가 바짝바짝 말라가는 그 즈음에 이 마을을 지나던 한 도인이 지팡이로 마을의 한 모퉁이를 가리키며 그 자리에 나무 한 그루를 심으라고 했답니다. 마을 사람들이 도인의 이야기대로 그 곳에 나무를 심으려고 흙을 팠는데, 바로 그 자리에서 샘물이 펑펑 솟아올랐다는 겁니다. 그 물의 양이 하도 많아서 마을 전체의 논에 물을 충분히 댈 수 있었고, 사람들도 마른 목을 넉넉히 축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마을의 가뭄을 해소해준 보배로운 나무인 겁니다.

  이천의 노거수를 이야기하자면 꼭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나무가 바로 〈이천 신대리 백송〉과 〈이천 도립리 반룡송〉입니다. 두 그루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빼어난 나무입니다만, 오늘 《나무편지》에서는 〈이천 신대리 백송〉만 보여드리고, 나중에 짬을 내서 〈이천 도립리 반룡송〉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백송은 《나무편지》에서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 있듯이 소나무의 한 종류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생하지 않고 중국에서 자라는 소나무의 한 종류입니다. 여러 특징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무엇보다 줄기 표면이 상서로운 흰 색 배경에 밝은 회색의 얼룩이 빛난다는 것입니다. 〈이천 신대리 백송〉도 바로 이 특징을 뚜렷이 드러내는 멋진 나무입니다.

○ 여흥민씨의 위세를 증거할 수 있는 중국산 백송 ○

  천연기념물 제253호인 이 나무는 높이가 15미터나 되고, 가슴높이 줄기둘레는 2.5미터 쯤 됩니다. 비좁은 언덕의 비탈 아래 쪽에 자리잡고 서 있는 탓에 실제보다 작아 보입니다. 나무를 찾아가면 언제나 나무 위쪽에서 나무를 내려다보게 되는 상황이지요. 그러나 울타리를 따라 나무 아래 쪽으로 내려가 나무를 올려다보면 그 근사하고 듬직한 모습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비탈 아래 쪽에서 나무 줄기 위쪽을 바라볼 때의 모습은 언제라도 신비롭고 아릅답습니다. 하늘 가에 걸린 나무 줄기의 상서로운 흰 빛이 유난히 밝게 빛나는 걸 볼 수 있지요.

  백송은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나무가 아니기 때문에 대개의 오래 된 백송은 그 유래가 정확히 밝혀져 있습니다. 누가 언제 왜 심은 나무라는 유래 말입니다. 〈이천 신대리 백송〉을 비롯해 오래 된 백송을 바라볼 때에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 가운데 하나입니다. 1976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이천 신대리 백송〉은 210년 쯤 전에 이 자리에 심었다고 합니다. 그 시기에 이 지역은 명성황후를 내세운 여흥민씨 일가의 세력이 막강했던 때입니다. 이 나무는 그때 이 마을에 살던 민정식이라는 분이 그의 할아버지인 민달용의 묘 앞에 심은 나무라고 합니다. 민달용은 조선시대에 전라좌도 암행어사를 지낸 분입니다. 희미하지만 이 땅에 살았던 사람살이의 무늬를 간직하고 있는 크고 신비로운 나무입니다.


  봄이 빠르게 우리 곁에 스미더니, 난데없는 찬바람이 매우 찹니다. 언제나 그렇듯 봄은 꽃샘바람 없이 찾아오는 법이 없습니다. 이 계절, 건강 유의하시면서 더 아름다운 봄날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 ‘첫사랑 그 여자’처럼 스며드는 봄빛을 끌어안으며 4월 9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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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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