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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치자나무 꽃 지는 계절… 《월례 나무 강좌》에 모십니다. 날짜 2017.07.08 18:33
글쓴이 고규홍 조회 303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치자나무 꽃 지는 계절… 《월례 나무 강좌》에 모십니다.

  때 아닌 목련 꽃 이야기입니다. 이 무더위 속에서 목련이 꽃을 피웠거든요. 물론 거개의 목련 종류의 꽃은 봄에 피어납니다. 하지만 종류에 따라서 여름에 피는 목련도 있고, 가을에 피어나는 목련 꽃도 있습니다. 여름부터 겨울 초입까지 피어나는 목련 꽃도 있고요. 그 가운데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태산목 종류의 꽃은 지금이 한창입니다. 태산목 종류에는 리틀젬이라는 품종이름이 붙은 선발 품종도 있습니다. 리틀젬 태산목은 태산목에 비해 수형이 좀 작은 편입니다. 무엇보다 특별한 것은 여름 한철에 피었다가 후다닥 시들어 낙화하는 태산목의 꽃과 달리 여름에 시작해서 매운 바람 불어오는 겨울 초입까지 듬성듬성 계속 피어난다는 겁니다.

  태산목 종류가 아니라 해도 여름에 꽃 피우는 목련 종류가 여럿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서부버지니아목련입니다. 미국 서부 버지니아 지역이 고향인 목련 종류이지요. 서부버지니아목련의 꽃은 태산목 종류보다 조금 먼저 피어나는데, 꽃 모양이나 크기가 봄에 피는 여느 목련과 꼭 빼어 닮았습니다.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봄에 피어나는 백목련 종류가 잎 나기 전에 꽃이 먼저 피어나는 것과 달리 초록의 잎이 무성한 가운데에서 하얀 꽃이 피어난다는 사실입니다. 꽃 송이 하나하나는 매우 비슷하지만, 무성한 초록 잎과 함께 있어서 봄의 백목련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릅니다. 그렇게 여름에도 목련은 풍성하게 피어납니다.

  목련 종류의 꽃을 만나는 게 조금 특별한 일이라면, 이 시기에 만날 수 있는 평범한 꽃 가운데에 치자나무 꽃이 있습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조금 늦긴 했습니다. 오늘 《나무편지》에서 보여드리는 치자나무 꽃 사진은 열흘 쯤 전의 사진입니다. 지금은 거의 낙화까지 마쳤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다시 찾아가게 될 천리포 숲에서 이 꽃들이 여태 남아있는지 살펴보아야겠습니다. 아마도 제 역할을 다 하고, 스러졌기 십상입니다. 대개의 경우, 유월 내내 피어 있다가 칠월 들어서면 그 순백의 하얀 꽃잎은 떨어지고 말거든요.

  사진의 치자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오래도록 우리와 함께 살아온 치자나무와 조금 다릅니다. 새로 선발한 품종의 치자나무입니다. 뚜렷한 차이점은 꽃송이가 겹꽃이라는 것이지요. 이 치자나무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건 무엇보다 향기 때문입니다. 겹겹이 피어나는 순백의 꽃송이가 나쁜 건 아닙니다만, 그의 특별한 향기에 비하면 저 정도의 하얀 꽃송이는 평범한 정도라고 이야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그만큼 꽃 향기가 매혹적이라는 말씀입니다. 물론 우리 곁에서 자라온 치자나무의 꽃도 향기가 좋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사진의 치자나무 품종이나 우리의 치자나무가 모두 향기가 아주 빼어난 꽃입니다.

 

  겹꽃의 품종 치자나무를 집안에 데려와 애면글면 바라보았던 때가 있습니다. 《나무편지》를 아껴주시는 분들 대부분이 잘 아시는 이야기이지요. 바로 《슈베르트와 나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에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인 김예지씨와 제가 한 그루씩 나눠 갖고, 제가끔 키우며 나무의 느낌을 서로 나누려 했던 때죠. 그때 예지씨의 치자나무는 약간의 탈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잘 자랐습니다. 그러나 제가 키우던 치자나무는 서서히 시들어 가면서 마침내 명을 다하고 말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슈베르트와 나무》 프로젝트를 방송과 책으로 마무리하며 마칠 즈음에 저는 하릴없이 화분에서 저 치자나무를 거둬내고 말았습니다.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때문인지, 치자나무에 대한 생각은 남다릅니다. 제아무리 많은 종류의 꽃이 곳곳에서 화려하게 피어났다 해도 결코 이 치자나무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번 더 다가서게 되고, 또 가만히 나무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코를 킁킁거리며 꽃 향기를 오래도록 바라보곤 합니다. 초여름이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겹꽃의 치자나무 꽃은 그렇게 오래도록 제 마음 깊은 곳에 남아있겠지요. 나무 곁에 머물러야 하는 건, 아마도 이처럼 나무에 담긴 사람살이의 향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죄다 시들어 떨어졌다 해도 제 마음 속에는 언제나 순백의 달콤한 향기를 머금고 다소곳이 피어있는 아름다운 꽃입니다.

 
 

  오늘의 《나무편지》를 마무리하면서 내일 모레 수요일인 7월12일에 부천 상동도서관에서 여는 칠월 나무강좌에 모시려는 마음 전해 올립니다. 위의 치자나무처럼 〈나무에 담긴 삶의 향기, 혹은 사람살이의 무늬〉라는 큰 주제로, 삼월부터 월례 강좌로 진행하는 강좌입니다. 뜬금없이 지난 주중에 칠월의 나무강좌를 자세히 소개해 드린 《나무편지》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미 말씀드렸듯이 여유 되시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리며 《나무편지》 마무리합니다. 고맙습니다.

 
 

- 부천 상동도서관에서 뵙기를 희망하며 7월10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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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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