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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각과 청각의 행복한 만남…… 나무와 피아노의 어울림 날짜 2015.11.23 07:36
글쓴이 고규홍 조회 2889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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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생각] 시각과 청각의 행복한 만남…… 나무와 피아노의 어울림

??제가 오늘 저녁에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피아노 연주회를 엽니다. 오늘 연주회를 위해 적잖은 연습과 준비를 해왔습니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악보를 책상 위에 펼쳐 놓고, 음악을 들었습니다. 피아노 선율에 귀 기울이며 악보에 하나하나 표시하면서, 음악에서 배어나오는 이미지를 떠올렸습니다. 눈 앞에 떠오르는 음악의 이미지를 제가 간직한 사진들 가운데에서 찾아내는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사진 수가 많아서 하나하나 찾아보는 일은 참으로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만 꼼꼼히 뒤졌습니다. 음악의 이미지와 꼭 맞는 사진을 찾아낼 때까지 몇 시간이고 뒤적였지요. 그렇게 찾아낸 한 컷 한 컷의 이미지들을 슈베르트의 피아노 음악에 맞추어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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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오늘의 세종문화회관 연주회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건 제가 아닙니다. 피아니스트는 지난 봄부터 저와 함께 나무를 찾아보러 이곳 저곳 떠돌고 있는 김예지라는 젊은 피아니스트입니다. 서른 살이 넘도록 나무를 바라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예쁜 여자입니다. 그이는 처음에 나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장애물’이라고만 이야기했습니다. 길을 걷는 건 ‘찬미’라는 이름의 안내견이 세심하게 안내하지만, 찬미의 눈높이를 넘는 위치에서 뻗어나오는 나뭇가지는 언제나 그에게 장애물이었던 때문이었습니다. 찬미의 안내를 따라 걷다가 나뭇가지에 부딪친 적이 많았다는 거죠. 그런 그가 이제는 자신이 연주하는 피아노 음악에서 나무의 이미지를 찾아내는 데에 머뭇거리지 않습니다.

??애면글면 한 곡의 피아노 음악에 맞도록 나무의 이미지를 잇대어 붙인 뒤에 피아니스트 예지 씨에게 실제 음악의 이미지와 내가 골라낸 나무의 이미지가 맞춤한지를 일일이 물었습니다. 물론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예지 씨에게 사진의 이미지는 하나하나 풀어 쓴 텍스트로 전해야 했습니다. 텍스트를 읽어낸 그이는 피아노를 통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이미지와 사진의 이미지를 하나하나 비교했습니다. 감상자의 입장에서 내가 느낀 음악의 이미지와 연주자로서 피아노로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의 이미지는 달랐습니다. 그러나 연주회에 알맞춤한 이미지를 찾는 데에는 연주자의 생각이 우선되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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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이가 내게 더 맞춤한 사진과 새로운 배열과 구성을 이야기했습니다. 그이는 그러나 사진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하릴없이 그가 생각하는 이미지에 꼭 알맞춤한 이미지를 찾아내야 했습니다. 음악의 이미지와 사진의 이미지를 맞춘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작업 끝에 지난 월요일에는 현장에서 리허설을 했습니다. 예지 씨는 피아노를 연주하고, 그 음악에 맞춰 저는 사진을 무대 전면에 보여주었습니다. 무대의 어느 위치에 영상을 배치하는 게 더 좋을지, 조명은 어느 정도 밝아야 할지, 한 장의 사진에서 다음 사진으로 넘어가는 효과는 어때야 할지 등, 하나하나 점검하는 리허설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정 부분 조정할 내용을 찾아내고 지난 한 주 동안 몇 가지 교정 작업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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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어두운 이미지에 맞추기 위해 사진의 채도를 낮추는 것에서부터 사진의 배열을 고치는 작업도 이어졌습니다. 예지 씨와의 상의도 계속됐지요. 그리고 마침내 예지 씨와 제가 흔쾌히 받아들일 만한 최종 영상을 완성했습니다. 오늘 세종문화회관의 연주회에서 그 영상을 보여드릴 겁니다. 약 90분 정도 이어질 연주회에서 제가 영상을 피아노 음악의 배경으로 보여드릴 곡은 두 곡입니다. 제가끔 10분 남짓 되는 곡입니다. 우리끼리는 이 작업을 ‘시각과 청각의 행복한 만남’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연주회는 앞으로 그이와 함께 할 여러 작업의 시작, 첫걸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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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부터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예지씨와 수굿이 나무를 보러 다녔습니다. 참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고, 참 많은 느낌을 나누었습니다. 그 많은 이야기들은 나무편지로 채 나눠드리지 못할 만큼 많습니다. 이번 겨울이 끝날 즈음에 그 긴 작업의 한 단계를 일단 마무리할 겁니다. 한햇 동안 그이와 함께 한 기록은 텔레비전의 다큐프로그램으로 내년 2월에서 3월 사이에 방영될 것입니다. 아울러 방송으로 미처 하기 어려운 더 많은 이야기들은 한 권의 책으로 펴낼 것입니다. 물론 오늘의 연주회 이야기도 텔레비전 다큐프로그램과 새로 펴낼 책에 상세히 소개할 것입니다. 오늘 연주회는 그 많은 작업의 일부일 뿐입니다. 삼십 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나무를 보지 못했던 한 여자와 나무를 보러 애쓴 일들에서 이룬 이야기가 어찌 하나 둘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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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남아있는 몇 가지 진행 과정은 짬짬이 《나무편지》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더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 《나무편지》에 포함한 사진들은 오늘 연주회에서 무대 전면에 띄울 사진의 일부이며, 맨 끝의 사진은 지난 주 리허설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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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저녁 세종문화회관 피아노 연주회를 앞두고 11월 23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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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권오남 (2015.11.23 20:03)
지금 이시간이면 피아노 독주회 시간이네요. 피아노와 나무영상 어떨지 기대됩니다..
조금만 더 일찍알았더라면 가까운분들에게 사발 통문을 했으면 좋을텐데 아쉽네요.앞으로 나올책도
기대됩니다.
고규홍 (2015.11.24 08:13)
권오남 님의 성원, 감사드립니다. 지현옥 님께는 다음 나무편지부터 함께 띄우겠습니다. 게시판에 적으신 이메일 주소는 제가 따로 베껴놓고, 일반에 공개되는 댓글에서는 삭제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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