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를 찾아서 W > 나무 생각 W
나무 생각w
제목 한가위 지나자 사과나무 가지를 스치는 바람이 찹니다 날짜 2015.10.05 14:21
글쓴이 고규홍 조회 2974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 생각] 한가위 지나자 사과나무 가지를 스치는 바람이 찹니다

??언제나처럼 한가위 명절 지나자 창졸간에 바람이 차가워졌습니다. 차가운 바람 따라 하늘 빛이 파랗게 피어오릅니다. 가을이 깊어갑니다. 가을 바람 스쳐가는 사과나무 과수원 길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 향기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흘러갑니다. 푸르디 푸르게 피어난 가을 하늘에 닿은 빨간 사과 열매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제 속살을 더 달게 익혀갑니다. 저장이 쉬운 편이어서, 사철 내내 밥만큼 많이 먹게 되는 과일인 사과를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지요. 사과를 못 먹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사과 향기도 사과 즙의 단물도 다 좋은데, 아삭한 사과 과육만큼은 씹지 못합니다. 그래도 사과는 좋습니다. 동그란 생김새가 좋고, 빨간 빛깔이 좋으며, 시큼한 향기도 좋습니다.

?

??《월든》의 헨리 데이빗 소로의 작품에 《야생사과》가 있습니다. 꽤 오래 전에 본 책이어서, 세세히 기억나지는 않습니다만, 글을 읽는 동안 사과 과육 특유의 아삭거림이 떠오른 때문에 온 몸에 소름을 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야생 사과의 신 맛 때문에 입 안의 침이 가득 고이기도 했지요. 소로는 과수원에서 단맛을 강조하여 키워 낸 사과에는 자연의 참 맛이 담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숲을 거닐다가 흔치 않게 만나는 야생 사과의 신맛이야말로, 자연의 참 맛이라고 했지요. 떠올리기만 해도 입 안에 침이 고입니다. 소로의 월든 숲속이나 우리가 사는 이 땅의 숲에서나 이제는 그런 야생사과를 찾아보는 게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사과는 여전히 우리 땅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 가운데 하나임이 분명합니다. 먹을 수는 없어도 파란 가을 하늘에 걸린 빨간 풋사과의 싱그러움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가을은 지나는 사람의 눈길이 슬몃 스치는 담쟁이덩굴 푸르던 잎에도 채곡채곡 쌓입니다. 처음부터 아슬아슬 돌담 벽을 붙들어 안고 하염없이 잎을 뻗어올린 담쟁이덩굴은 저 홀로 하늘에 닿을 수 없어 그저 제 가지를 멀리 뻗어냈습니다. 푸르던 계절 내내 하늘에 닿을 간절함을 내려놓지 못한 담쟁이덩쿨 푸른 잎은 그러나 끝내 가을 깊어져도 하늘에 닿지 못하고, 돌담 그늘에서 파란 가을 하늘 바라보며 붉게 붉게 잎을 물들여갑니다.

??언제나 이맘 때면 “올 가을 단풍은 여느 해보다 아름다울 것”이라는 췌사로 시작하는 기사가 쏟아집니다. 지난 해에 이어 가뭄이 깊어 나무들의 시름이 깊은 이 가을, 정녕 단풍이 더 아름다울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사람 눈에 들기 위해 아름다운 빛을 내는 단풍은 아니지만, 그래도 단풍은 언제나 봄 꽃 못잖게 마음을 즐겁게 하는 자연의 향연이니까요.

- 푸른 가을 하늘 바라보며 10월 5일 한낮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솔숲닷컴(http://solsup.com)의 '추천하기'게시판에 '나무 편지'를 추천하실 분을 알려 주세요.
접속이 어려우시면 추천하실 분의 성함과 이메일 주소를 이 편지의 답장으로 보내주십시오.

○●○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글쓴이 비밀번호
등록
목록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