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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느티나무 붉디붉은 단풍이 그리워 하늘만 바라봅니다 날짜 2015.09.14 14:05
글쓴이 고규홍 조회 1289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 생각] 느티나무 붉디붉은 단풍이 그리워 하늘만 바라봅니다

??숲 그늘을 벗어나며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바라봅니다. 아주 천천히 숨을 고르고 눈을 감아도 파란 하늘 빛은 선명합니다. 지난 며칠 동안 유난히 하늘이 맑았습니다. 중국이 전승절의 날씨를 조절한 결과라는 이유가 믿기지 않을 만큼 가을 빛이 또렷한 하늘이었습니다. 파란 하늘을 이고 서 있는 이 땅의 큰 나무들을 떠올립니다. 동구 밖 당산나무로 수백 년을 살아온 우리의 느티나무가 먼저 생각납니다. 해마다 가을이면 느티나무 단풍으로 마음이 설렙니다. 느티나무는 조건에 따라 단풍 빛깔이 달라지는 나무입니다. 줄지어 서 있는 같은 종류의 느티나무들 사이에서도 잎에 오른 단풍 빛깔에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느 단풍보다 더 기다려집니다. 해마다 보던 단풍 빛을 예감해 보는 설렘입니다.

?

??지난 봄, 여름에 한 번씩 찾았던 충북 괴산 오가리 느티나무의 가을 안부가 궁금합니다. 하늘 한 번 바라보고, 옷깃에 스미는 바람도 돌아봅니다. 사람살이 못지 않게 이 가을의 나무살이는 힘겹고 분주할 겁니다. 수백만 장의 잎사귀를 피워올린 잎겨드랑이 께에 자잘한 열매를 피워올리는 게 가장 먼저입니다.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그러하듯 나무에게도 가을은 갈무리의 계절이니까요. 그리고 북풍한설 몰아치기 전에 서둘러 제 몸에 든 물을 덜어내야 합니다. 줄기 안에 물이 남은 채로 영하의 날씨를 맞으면 사람의 핏줄과도 같은 물관이 얼어 터질 수도 있습니다.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괴산 오가리 느티나무는 걱정할 것 없습니다. 팔백 번의 겨울 채비를 모두 잘 치러냈으니까요. 어김없이 누구보다 이 가을을 잘 보낼 겁니다.

??나무는 이제 잎자루에 떨켜층이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겠지요. 그리고 뿌리에서부터 올라오던 물길을 차단할 겁니다. 더 이상 물을 끌어올리지 않겠다는 거죠. 잎사귀에 물이 오르지 않으면 잎은 바짝 마르겠지요. 광합성으로 바빴던 잎사귀의 엽록소는 활동을 중지하고 엽록소의 초록 빛 뒤에 숨어 있던 다른 빛깔들이 환하게 솟아오를 겁니다. 아! 가을 단풍입니다. 아직 단풍을 이야기하기에는 턱없이 이른 시기이지만, 마음은 설렙니다. 며칠이나 더 지나야 나뭇잎에 단풍 빛이 올라올까요. 봄 여름이 가물어서 혹시라도 여느 때만큼 고운 빛이 오르지 않으면 어쩌지요? 이런 저런 생각들이 초가을 바람을 타고 허공에 흩어집니다. 다시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봅니다. 파란 하늘 빛이 고와 눈을 감습니다.

??올 가을에는 단풍 든 괴산 오가리 느티나무 아래에서 오래도록 눈을 감고 그의 빛깔이 빚어내는 소리와 향기를 오래도록 바라보겠습니다.

- 아침에 띄울 나무편지를 점심 지나 이제야 띄웁니다.
9월 14일 한낮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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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남 (2015.09.14 19:41)
저도 수업하면서 괴산오가리 느티나무답사다녀왔는데 정말로 엄청나게 위대하더군요.. 큰 나무들 볼때마다 정말로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걸 배웁니다.. 삭제
홍명순 (2015.09.24 09:26)
설악산에는 단풍이 시작됐다고 하네요. 괴산 오가리 느티나무의 멋진 새 옷을 기대하며 조금씩 높아지는 하늘에 시선을 옮겨봅니다. ^^
강구현 (2015.10.26 08:26)
?매번 보내주시는 나무이야기 잘 보고있습니다. 저도 단풍은 느티나무와 벚나무단풍을 좋아합니다.기회되면 괴산 느티나무를 만나러 가야겠습닏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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