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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꽃 한 송이를 만나기 위해 옷깃 여미고 낯빛 고쳐 …… 날짜 2015.08.23 16:16
글쓴이 고규홍 조회 3163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 생각] 꽃 한 송이를 만나기 위해 옷깃 여미고 낯빛 고쳐 ……

??꽃 한 송이를 바라보기 위해 옷깃을 여몄던 옛 시인을 생각합니다. 주렴계((周濂溪, 960~1127)의 애련설(愛蓮說)에 이어 경련설(敬蓮說)을 이야기한 조선 후기의 시인 김종후(金鍾厚, 1721~1780) 이야기입니다. 그는 사랑한다기보다는 오히려 공경해야 할 대상으로 꽃 한 송이를 떠올렸습니다. “나는 연꽃이 맑고 시원하면서도 엄중한 선비처럼 숙연함이 있어 우스갯소리로 바꿀 수 없는 것이 있다고 여겨 완상하였다. 이 때문에 번번이 연꽃을 대할 때마다 반드시 옷깃을 바로하고 얼굴 빛을 고치곤 하였다.”(김종후의 ‘경련설’ 중에서) 빅토리아 수련의 이틀째 수꽃으로서의 개화 과정을 온전히 살피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며칠 째 시인 김종후처럼 옷깃 여미고 또 다른 꽃송이의 개화를 기다렸습니다. 다시 개화 소식을 전해들은 건 엊그제였습니다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말았습니다.

?

??새 꽃봉오리가 다시 또 올라올까 궁금하네요. 그때라면 열일 젖히고 까만 밤을 붉게 밝히는 꽃송이를 찾아 나설 사정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연꽃 수련 빅토리아수련을 비롯한 수생식물의 꽃과, 여름 내내 붉게 피어나는 배롱나무 무궁화의 꽃들이 이제는 한창 때를 넘어서는 듯합니다. 계절이 사람의 사정에 아랑곳하지않고 간단없이 흐릅니다. 아직 배롱나무 꽃 남아있고, 아침마다 무궁화 꽃 싱그럽게 피어나지만 나무들은 필경 남몰래 갈무리의 계절 맞이에 분주할 겁니다. 지난 봄부터 여름까지 내내 초록의 길쭉한 잎을 땅 위로 내밀고 햇살을 그러모아 한 송이 꽃을 피우려 애면글면하던 상사화는 어느 틈에 초록 잎 스러지고 붉은 꽃을 피워 올렸습니다. 제 힘의 근원을 만들려 애쓰던 잎이 사그러든 뒤에야 겨우 피어난 상사화 꽃은 필경 처연합니다. 꽃 피우기 위해 온 힘을 다한 잎의 간절함이 생각나는 때문입니다.

??해마다 올해는 꼭 만나야 하겠다고 마음 먹는 꽃이 있습니다만 그의 절반 쯤이나 제대로 보며 지내는 지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다시 또 한 계절이 지납니다. 입추 처서 다 지나고 이번 주에는 백중이 들어있습니다. 온갖 식물이 씨앗을 맺는 때라 해서 ‘백종(百種)’이라고도 부르는 옛 명절이지요. 마음 먹은 만큼은 아니라 해도, 지금 내 앞에 놓인 나무 이야기가 바로 내 깜냥이었음을 받아들이며 아쉽고 또 아쉬워도 이 계절을 편안한 마음으로 보내렵니다.

- 온갖 식물이 씨앗을 맺는 백중을 앞두고, 8월 24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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