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를 찾아서 W > 나무 생각 W
나무 생각w
제목 더위 피하려 옛 사람의 시를 마음에 고이 담습니다 날짜 2015.08.02 15:19
글쓴이 고규홍 조회 3540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 생각] 더위 피하려 옛 사람의 시를 마음에 고이 담습니다

??35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식을 줄 모르더니 간밤에 이곳에는 천둥 번개와 함께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그 영향으로 오늘 낮 기온은 좀 떨어진다고 합니다. 여기는 도연명이 천사백 여 년 전에 태어나 활동하던 중국 장시성(江西省)의 난창입니다. 도연명과 그 뒤를 이어가는 많은 사람들과 나무들을 만나는 중입니다. 하나하나 잘 새겨두었다가 천천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지난 번 나무편지에 이어 정약용의 ‘더위를 피하는 여덟 가지 일’의 나머지 네 가지를 소개합니다. 지난 번에 소개한 네 가지는 대개 자연에 기대어 더위를 식히는 법이었지만, 오늘 소개할 후반부의 네 가지는 선비다운 면모가 담겼습니다. 아울러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까지 드러납니다. 정약용다운 시편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

??다섯, 아이와 함께 서책을 말린다

옛 책 가득한 정자가 수수 곁에 있는데 / 秀水亭臨小酉房
바람 결에 책 널으려 풀어헤치니 / ?衣披拂?微?
책 장 흩트리며 불어오는 바람이 기쁘고 / 吹?亂葉欣風逈
낮이 길어 여러 쪽지들이 두루 펼쳐지네 / 閱遍群籤覺晝長
책 속에서 마른 반딧불이는 오랜 세월 지났고 / 卷裏乾螢多歲月
책갈피에 살진 좀벌레도 바람 쐬러 나오네 / 穴中肥?始風霜
옛 사람의 쇄복에야 미치지 못할 지언정 / 前人?腹嗟何及
기억력 끌어내 서투르게 몇 줄 베낄 뿐이네 / 記性?能寫硬黃

??1행의 ‘소유방(小酉房)’은 중국 소유산(小酉山)의 동굴에 옛 책 천 권 넘게 있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로, 여기에서는 정자에 책이 많이 있다는 의미로 쓰인 거겠죠. 7행의 ‘쇄복(?腹)’은 햇볕에 배를 내놓고 쬐는 것을 말하는데, 진나라 때 사람들이 모두 옷을 꺼내어 햇볕에 말리는데, 한 선비가 배를 내놓고 누워서 자신은 ‘뱃 속에 든 서책을 쬐는 중’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빗댄 이야기입니다.

??여섯, 아이를 모아 글을 가르친다

소미의 역사책은 속도감 없어 싫으니 / 少微塾史若嫌遲
더울 땐 아이들에게 시편을 읽히네 / 暑月詩篇例課兒
공들여 모은 글이 많은 시집을 펼친 듯 / ?萃書能披白帖
살림살이 셈법은 제가끔 오사가 한계로구나 / 輸?算各界烏絲
으뜸가는 아이에게 필묵을 주어 칭찬하고 / 時頒筆墨褒居首
옛 시를 읽어 바른 글쓰기를 갈고 닦으니 / 且讀蘇黃要洗脾
바로 정자를 일으켜 새로 벌이는 일인데 / 此是春亭新體裁
모두가 앎의 경지를 깨우칠 수 있으리라 / 都都平丈總能知

??1행의 ‘소미숙사(少微塾史)’는 송(宋) 나라 때의 은사 소미가 지은 ‘통감절요(通鑑節要)’를 가리키고 3행의 ‘백첩(白帖)’은 ‘백공륙첩(白孔六帖)’을 줄여서 쓴 말인데, 당나라 때 백거이(白居易)가 남긴 ‘육첩(六帖)’과 송나라 때의 공전(孔傳)이 남긴 ‘속륙첨(續六帖)’을 말하는 것으로 여기에서는 많은 책을 뜻합니다. 맨 뒤에는 흥미로운 표현이 있네요. ‘도도평장(都都平丈)’이 그것인데요. 이는 ‘논어’의 욱욱호문(郁郁乎文)을 도도평장으로 잘못 읽는 무식함을 비유한 표현입니다.

??일곱, 배를 타고 물고기를 본다

낚시도 그물도 없는 두 척의 고기잡잇배를 / 無鉤無網兩漁船
각을 세워 이어 맑은 강에 띄우니 / 直角相聯汎鏡天
물고기 뛰어 오르는 게 보기 좋네 / 自有喜魚跳滿席
앉아 먼지떨이개 흔들며 물 따라 흘러가네 / 不過揮?坐隨沿
강물은 굽이굽이 막힘 없이 흐르고 / 江流未?彎環曲
달 그림자는 활 모양으로 물 속에 잠기네 / 月影仍涵句股弦
낚은 물고기 버들 가지에 꿰어 늦게 돌아오며 / 穿取柳條歸每緩
콩밭에 이슬 흠뻑 내려도 걱정하지 않네 / 不愁多露豆花田

??4행의 ‘주미(?尾)’는 고라니 꼬리로 만든 먼지떨이개를 말하는데, 옛 선비들이 이야기를 나눌 때 많이 들고 있었다고 하네요.

??여덟, 오목한 냄비에 고기를 굽는다

북두칠성 자루가 남으로 흘러 이룬 냄비에 / 北柄南流日本?
고기 잘게 썰어놓고 초저녁 기다리니 / 倫膚細切待炎宵
냄비 위에 구름처럼 김 솟아오르고 / 輕雲始釀黃梅雨
끓는 물은 말을 몰 때처럼 솟구친다 / 高浪俄騰白馬潮
푸른 솥의 진수성찬이 이제 질펀해지고 / 翠釜珍羞今淡泊
권세가의 밥상이 나뭇꾼 앞에 펼쳐졌네 / 朱門豪擧到漁樵
예로부터 먹는 일은 조용히 하지 않게 마련 / 從來此事嫌淸寂
나물만 먹던 평민들을 널리 초대하네 / ??藜腸廣見招

??1행의 ‘북병(北柄)’은 북두칠성의 냄비 자루 부분을 이야기하는데, 지금 고기를 구우려는 냄비 자루를 멋들어지게 표현한 것입니다. 3행의 ‘황매우(黃梅雨)’는 매실 익을 즈음의 장맛비를, 4행의 ‘백마조(白馬潮)’는 백마가 일으키는 물결을 말하는데, 모두 냄비의 물 끓는 모습을 비유한 것입니다.

??역시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 빼놓을 수 없는 방법은 잘 먹는 일입니다. 무더위에 지친 몸을 돌보는 일만큼 중요한 건 없을 겁니다. 정약용은 여덟 가지 피서법 중에 맨 끝에 좋은 고기를 잘 먹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덧붙여 먹는 일은 예로부터 홀로 몰래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나누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목민심서(牧民心書)’의 정약용다운 생각입니다.

??입추 지나고 이제 곧 삼복더위의 끝자락인 말복입니다. 그 동안의 무더위 견뎌내시느라 애쓰셨습니다. 아직 남은 무더위까지 잘 이겨내시고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 맞이할 채비에 나서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중국 도연명 유적지에서의 며칠 밤을 보내며, 8월 10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솔숲닷컴(http://solsup.com)의 '추천하기'게시판에 '나무 편지'를 추천하실 분을 알려 주세요.
접속이 어려우시면 추천하실 분의 성함과 이메일 주소를 이 편지의 답장으로 보내주십시오.

○●○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권오남 (2015.08.10 18:08)
입추가 지나니 생활하기가 한결 수월하네요..
저는 제일 덥다던 6일날 담양 명옥헌을 다녀왔습니다.. 배롱나무꽂을 원없이 보고왔네요..정말 황홀함의 극치였답니다. 이번주 주말이 절정일것 같던데 ~~~더위조심하시고 답사 무사히 마치고 나무 편지에서 기다리겟습니다.. 삭제
고규홍 (2015.08.10 18:47)
네. 태풍 영향으로 이곳도 비가 내리고, 이곳도 더위가 약간은 식었습니다만... 여전히 30도를 훨씬 웃도는 날씨입니다. 여기도 배롱나무가 지금 한창입니다.
글쓴이 비밀번호
등록
목록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