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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도시에서 피어난 장미 꽃을 온전히 가슴에 품기 위하여 날짜 2015.05.27 12:25
글쓴이 고규홍 조회 3827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 생각] 도시에서 피어난 장미 꽃을 온전히 가슴에 품기 위하여

??장미 꽃 흐드러진 담벼락 옆 길을 천천히 걸으신 적이 있나요? 빨간 장미 꽃이 밤 사이에 몰래 수액을 방울방울 떨어뜨린 향긋한 길 말입니다. 성가신 느낌이 먼저 드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길 위에 동글동글 맺은 수액의 자취가 옮기는 걸음을 따라다니며 끈적일 테니까요. 또 울타리를 넘어 길 가로 뻗어나온 가시 돋힌 가지들이 여린 살갗을 스칠 수도 있겠지요. 아름다운 장미 꽃 송이 하나 없이 이처럼 성가신 길을 걷는다면 필경 불쾌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안내견에 의지해 길을 걸어야 하는 제가 아는 한 피아니스트가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나무는 제게 장애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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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이 조금 성가셔도 이 길은 장미 꽃 길입니다. 그 길에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회색 빛 콘크리트 도시에도 가만가만 여름이 스며드는 신호입니다. 며칠 째 뜨거운 여름의 한낮이 이어집니다. 봄이 처음 찾아올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늦봄의 나무들이 도심의 길가를 푸르게 지킵니다. 활짝 피어난 장미 덩굴 곁으로는 흰 빛으로 앙증맞게 피어난 쥐똥나무 꽃이 한창입니다. 하얗게 번져나오는 알싸한 쥐똥나무 꽃 향기에 눈꺼풀이 저절로 감깁니다. 어김없이 그 쥐똥나무의 자디잔 꽃 곁에는 어디에 있다가 찾아왔는지 알 수 없는 뭇 벌들이 분주하게 꿀을 땁니다. 사람 사는 곳 어디라도 나무가 있고, 나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사람이 살아갑니다.

??새 책 ‘도시의 나무 산책기’를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도시의 집 앞에서 찾아본 나무들의 이야기를 적은 새 책입니다. 우리 곁에 있는 생명들, 나무들을 한번 더 바라보자는 생각에서 제가 사는 집 곁에서 찾아볼 수 있는 나무들을 종류별로 나누어 찾아본 나무 산책 기록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그냥 곁에 있는 나무와 풀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다가, 우리 집 뿐 아니라, 대개의 도시에서라면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나무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게 된 거죠. 나무는 도시에서도 우리 곁에서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평범한 이야기를 모은 그저 평범한 책입니다.

??책을 소개하는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 진행자가 그러시더군요. “그 동안 펴낸 다른 책보다 이 책이 가장 유용하다”고요. 그러니까 집 앞에 있는 나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그들의 이름을 알아내고 그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생각에서 그러셨을 겁니다. 어린 아이와 함께 산책할 때라면 더 그렇다는 말씀도 덧붙였습니다. 그 이야기대로, 모두가 우리 곁의 나무들을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래서 번거롭지만 <나무편지>를 통해 한번 더 책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도시에서도 함께 나무를 바라보는 분들이 많기를 바라는 생각에서입니다.

???지난 주에는 연속된 공공도서관의 행사로 천리포수목원을 연달아 찾아야 했습니다. 모두가 도시에 자리잡은 도서관에서 주최한 행사였고, 참가하신 분들도 당연히 도시에 사는 분들이었습니다. 함께 한 시간이 그리 짧은 것도 아니었건만 늘 그랬던 것처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책을 제대로 소개하지는 못했습니다. 그 분들 모두에게야말로, 제가 펴낸 여러 책 중에서 우선 이 책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말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곁에 있는 나무를 먼저 살펴보자는 뜻이고, 또 그 분들과 다시 이 콘크리트 거리에서 나무를 헤아릴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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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스레 월요일 아침이면 띄우던 <나무편지>이건만, 월요일이 쉬는 날이면 특별한 일이 없어도 게을러지곤 합니다. 수요일이나 된 이제야 겨우 이번 주의 <나무편지> 올립니다. 늦었지만 예쁜 장미 꽃과 함께 즐거운 한 주 지내시기 바랍니다.

- 5월 27일 한낮에, 장미 꽃 붉게 핀 콘크리트 담장 곁 작업실에서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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