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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람 찬 겨울 숲에서도 끊이지 않는 생명의 교향악 날짜 2015.01.16 19:17
글쓴이 고규홍 조회 3152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 생각] 바람 찬 겨울 숲에서도 끊이지 않는 생명의 교향악

??겨울 숲을 찾았습니다. 쌀쌀한 겨울 바람을 타고 연못가에 긴 그림자 가만가만 내려앉습니다. 몇 해 사이에 불쑥 솟아올라 이제는 연못 지킴이처럼 의연하게 서 있는 중국수송의 곧게 뻗은 줄기가 사뭇 처연합니다. 저무는 해가 드리운 붉은 빛을 담은 까닭입니다. 어디에선가 한꺼번에 날아온 오리 가족의 날갯짓이 고요한 수면 위를 헤집습니다. 오리의 갑작스런 법석으로 연못 가장자리에 푸르게 맺혔던 살얼음판이 화들짝 놀라 함께 푸르르 흔덩입니다. 언제나처럼 겨울 숲은 침묵을 머금은 고요의 숲이기에 더 아름답습니다. 야단스럽던 오리들도 물 위에 안착한 뒤로는 소리없이 제 갈 길을 갑니다. 다시 숲에 정적이 찾아옵니다.

??북풍 한설 몰아쳐야 피어나는 자디잔 꽃이 있습니다. 에리카 라는 이름의 낮은키나무입니다. 십이월 들어서면서 눈에 잘 뜨이지 않을 만큼 작은 꽃봉오리를 살금살금 열어 긴 시간 동안 꽃을 보여주는 애틋한 나무입니다. 올 겨울에도 어김없이 에리카의 꽃은 조붓한 길섶에서 바라보는 이 없어도 보랏빛 앙증맞은 꽃을 피웠습니다. 해마다 겨울이면 오래오래 맞이하는 꽃이건만 언제 보아도 그의 여리면서도 강인한 생명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바라보면 볼수록 더 아름다운 꽃입니다. 작게 피어서 더 예쁘고, 오래 피어서 더 신비롭습니다.

??겨울에 피는 여느 꽃에 비해 가장 화려하게 피었어야 할 중뿔남천은 이 겨울에 몸살을 앓는 중입니다. 꽃을 피우려고 여린 꽃잎을 내밀던 바로 그 때 마침 쏟아진 큰 눈을 맞아서 그랬습니다. 가지 끝에 매달린 꽃방망이에 맺힌 여러 꽃송이 가운데 겨우 몇 송이는 노란 꽃잎을 열었지만, 대개의 꽃송이들은 피어나지도 못하고, 시들었습니다. 누구보다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중뿔남천이건만 뜻밖의 폭설을 견디지 못한 것이지요. 그가 피어나는 겨울이 아직 남았으니, 조금이나마 몸살을 이겨내기를 기원해 보지만, 쉬워 보이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우리 인생이 그렇듯, 바람 찬 겨울 숲에도 생명의 교향악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아. 참! 한 가지 알려드립니다. 지난 해에 책을 펴낸 출판사에서 무료 특강을 마련했습니다. 여유 되시는 분들은 찾아주십시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신청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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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숲에 살아있는 생명들을 돌아보며 1월 19일 아침에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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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남 (2015.01.19 22:03)
노랗게화려하고 예뻤던 중뿔남천이 눈을 이겨내지 못하고 완전 수수같이 되어버렸네요..
하루빨라 본 모습을 찾았으면 좋겠네요.. 에리카는 수목원갔을때 못 봤던 꽃입니다..바람찬 겨울에도 교향악이 영원하길 바라면서~~~~
출판사 특강하시는건 지방이라서 참석못해서 아쉽습니다. 삭제
고규홍 (2015.01.20 12:30)
네. 이미 시든 꽃송이가 다시 살아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지만, 그래도 식물의 세계에는 우리가 모르는 강인한 생명의 신비가 있으니까,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 보아야겠지요. 늘 보내주시는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박용식 (2015.01.21 02:15)
踏雪野行中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 선생님의 귀한 글 아껴가며 읽고 있습니다. 생명이 숨쉬고 있으니 조심조심 다니겠습니다. 그러할 然 字처럼요.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삭제
고규홍 (2015.01.21 17:48)
반갑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더 많은 나무에 더 오래 머무르기 위해 건강 잘 챙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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