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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상사화 꽃 진 자리에서 그보다 더 붉게 피어난 꽃무릇 꽃 무리 날짜 2019.10.04 16:21
글쓴이 고규홍 조회 105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생각] 상사화 꽃 진 자리에서 그보다 더 붉게 피어난 꽃무릇 꽃 무리

  상사화는 벌써 흔적도 없이 시들어 사라졌습니다. 상사화 꽃 진 자리에 꽃무릇이 피어났습니다. 한반도 남부 지방을 태풍 ‘미탁’이  휩쓸고 지나간 바로 다음 날, 찾아간 천리포 숲에서는 꽃무릇도 한창 때를 지나 한잎 두잎 꽃잎을 내려놓는 중이었습니다. 링링, 타파, 미탁…. 모진 바람 다 이겨내고 꼿꼿하게 자리를 지키고 선 꽃무릇 빨간 꽃이 장합니다. 꽃보다 잎이 먼저 피어나 긴 시간 동안 애면글면 양분을 모아 꽃 한 송이를 피우고는 스러진 상사화는 이제 새 봄이 올 때까지 작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겠지요. 상사화 꽃 진 자리를 새빨간 꽃무릇이 대신했습니다.

  바라보는 눈망울까지 빨갛게 물들 만큼 짙은 빛깔로 피어난 꽃무릇 꽃이 무리 지어 피어나 불어오는 태풍 이겨내고 숲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반겨 맞이합니다. 이 꽃들도 이제 며칠 넘기지 못하고 다 지겠지요. 그러나 상사화와 달리 꽃무릇은 꽃 진 뒤에 초록의 잎이 돋아납니다. 그리고 상사화 새 잎이 다시 올라오는 새 봄까지 초록의 잎으로 한겨우내 낮은 땅을 풍요롭게 지킬 겁니다. 하얀 눈 소복히 쌓인 숲 안에서 맞이하는 꽃무릇의 초록 잎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지금 꽃무릇의 붉은 빛깔에 감동하신 분들이라면, 얼마 뒤에 꽃무릇이 펼칠 초록의 장관을 다시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흔히 ‘핑크뮬리’라고 불리는 억새 종류의 보랏빛 꽃도 한창입니다. 카필라리스 쥐꼬리새 Muhlenbergia capillaris (Lam.) Trin. 라는 벼과 식물입니다. 미국에서 자생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가을 바람 불어오면 환상적인 꽃이 안개처럼 피어나 바라보는 사람을 매혹하는 꽃입니다. 대개는 정원의 장식용으로 많이 심어 키우는 식물인데, 비교적 관리가 쉬운 편이어서 최근 우리나라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식물이 됐습니다. 백 년 넘는 역사의 전통 조경단체인 미국가든클럽(Garden Club of America)은 지난 2012년에 이 식물을 ‘올해의 식물’로 선정했고, 이를 계기로 널리 알려지게 됐지요.

  모든 생명이 그렇겠지만, 처음 만나서 아직 데면데면한 관계일 때에는 식물도 좀 생경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한 번 두 번 눈에 담아두기 시작하면 그들은 어느새 우리 마음 깊은 곳으로 자연스럽게 파고들어옵니다. 처음 볼 때에는 그의 붉은 색이 낯설어 조금 어색했지만, 어느새 핑크뮬리는 마치 오래 된 옛 동무처럼 가을이면 꼭 기다리게 되는 아름다운 우리의 벗이 되었습니다.

  지난 주말에 이 땅에 덮친 태풍 ‘미탁’에 무탈하신지요. 수도권 인근 지방은 별 탈이 없었지만, 남부와 영동 지방에는 태풍의 상처가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입니다. 추석 지나고 닥쳐온 태풍이건만 여느 한여름의 태풍 못지않게 소란스러웠습니다. 한반도의 기온이 가을 초입에까지 뜨거운 상태여서 태풍이 계속 더운 우리 땅으로 올라오는 거라고 합니다. 그나마 오늘 아침에는 보슬비 내리면서 서늘해졌습니다. 이 정도 기온이라면 태풍은 더 이상 한반도로 올라올 가능성이 없으리라 생각됩니다만, 그래도 마음 내려놓지 말아야 하지 싶습니다.

  평안한 가을 날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 태풍 지나간 자리에 가을비 내리는 쌀쌀한 시월의 첫 월요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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