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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햇살 뜨거운 여름 … 쉼의 계절, 지금 숲에서 띄웁니다 날짜 2019.08.02 19:02
글쓴이 고규홍 조회 271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 생각] 햇살 뜨거운 여름 … 쉼의 계절, 지금 숲에서 띄웁니다.

  햇살이 뜨겁습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비쳐드는 붉은 햇살이 숲의 싯푸른 바람마저 뜨겁게 합니다. 조금 더디게 찾아온 이 여름의 무더위가 몸도 마음도 성가시게 하는 날들이 이어집니다. 천적이 사라진 도시의 매미는 생명의 소임을 다하려 안간힘을 쓰고 울어댑니다. 사람들이 매미 소리 시끄러운 도시를 떠나 한산합니다. 휴가의 계절, 여름입니다. 할 수 있는 만큼 많은 걸 내려놓고 그저 쉬어야 할 때입니다. 며칠 지나 목요일은 가을을 일으키는 입추(立秋)고, 돌아오는 일요일은 삼복(三伏)의 막바지인 말복(末伏)입니다. 절기의 흐름을 무너뜨린 무더위가 말복 앞에서 절정, 그야말로 끓어오릅니다.

  끓어오르는 붉은 태양의 열기에 알맞춤한 빛깔로 피어나는 여름 꽃이 있습니다. 이 땅의 여름을 밝히는 배롱나무 꽃입니다. 지금은 뭐니뭐니 해도 배롱나무 꽃을 바라보러 떠나야 할 계절입니다. 배롱나무는 따뜻한 남녘 마을을 좋아하는 성질 탓에 중부 이남 지역에서 잘 자라는 나무이지만, 그 아름다움 탓에 중부 지방에서도 많이 심어 키웁니다. 물론 남녘의 배롱나무처럼 왕성하게 자라는 건 아닌 듯해도 충분히 아름다운 자태를 유지하며 잘 자랍니다. 배롱나무는 무더운 한 여름 백일 동안 이 땅의 여름을 즐기며 꽃을 피웁니다. ‘백일 동안 붉은 꽃’이라 해서 ‘백일홍나무’라 부르다가 ‘배기롱나무’를 거쳐 ‘배롱나무’로 이름이 굳어진 나무입니다.

  배롱나무 가운데에는 순백의 빛깔로 피어나는 종류도 있습니다. ‘흰배롱나무’라고 따로 나눠 부르는 나무입니다. 붉은 빛의 배롱나무만큼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희귀한 나무도 아니지요. 꽃잎의 빛깔만 다를 뿐, 생김새는 물론이고, 다른 생육 특징 모두 붉은 배롱나무와 똑같습니다. 어쩌면 이 여름에 그리 어울리지 않을 법한 흰 빛깔이지만, 그래서 더 귀하게 여겨지는 아름다운 꽃입니다.

  이 뜨거운 여름, 잠시 일손을 놓고, 평안히 쉬는 게 다가오는 가을을 더 풍요롭게 맞이할 수 있는 채비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의 《나무편지》는 손택수 시인과 함께 한 북스테이 프로그램 〈수목원에서는 시인도 꽃이 된다〉를 마친 백두대간수목원에서 띄웁니다. 모두 평안하십시오.

- 붉은 태양 아래 붉은 꽃을 가만히 바라보며 8월 5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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