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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개와 나무의 마을’이라는 특별한 이름을 가진 마을의 나무 날짜 2019.07.29 16:45
글쓴이 고규홍 조회 184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 생각] ‘개와 나무의 마을’이라는 특별한 이름을 가진 남녘 마을의 나무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면 오수리에는 특별한 공원이 있습니다. ‘의견(義犬)공원’입니다. 마을 이름인 오수는 개 오(獒)자와 나무 수(樹)자로 씁니다. 글자대로라면 개와 나무의 마을이라는 뜻입니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동화책에 많이 나오는 ‘오수의 개’ 이야기의 배경이 바로 이 마을입니다. 고려시대 때 최자(崔滋)가 남긴 책 ‘보한집(補閑集)’에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마을에 김개인이라는 노인이 살았답니다. 노인은 자신이 기르는 개가 귀여워서 항상 데리고 다녔답니다. 어느 날 노인은 이웃 마을 잔치에 갔다가 거나하게 술에 취해 돌아오게 됐습니다. 한참 걷다가 나른해진 노인은 나무 그늘에서 낮잠에 들었습니다. 그때 마침 들녘에 불이 났어요.

  노인은 술 기운에 깨어나지 못했는데, 노인의 개가 가까운 개울가로 뛰어가 온 몸을 잔뜩 적신 뒤 달려와 노인의 몸을 축여주었어요. 개는 불길을 헤치며 수십 차례나 되풀이해 뛰어다녔어요. 그러자 물이 흥건해진 노인이 잠든 자리로는 불길이 파고들지 못했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인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다니던 개는 기진맥진해서 쓰러진 뒤 다시 일어나지 못했답니다. 불길이 잦아든 뒤에 깨어난 노인은 불 속에서 자신의 생명을 구한 게 바로 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요. 그리고는 그 충성스러운 개를 오래 기억하기 위해 양지 바른 곳에 잘 묻어주고는 그 무덤 앞에 자신의 지팡이를 꽂았어요.

  세월 지나면서 개의 무덤 앞에 꽂아두었던 지팡이에서는 싹이 트고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충성스런 개의 혼이 담긴 나무로 여기면서, ‘개나무’라고 불렀으며, 이웃마을까지 이 개의 정성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이 마을을 아예 ‘개나무 마을’이라고 불렀고, 한자로 옮겨 ‘오수(獒樹) 마을’이라 부르게 된 겁니다. 노인의 지팡이가 자란 나무는 느티나무라고 하지만, 그때의 나무를 지금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마을에서는 지금 이 충성스러운 개를 기억하기 위해 ‘의견 공원’을 조성하고, 해마다 봄이면 이 공원에서 ‘의견 문화제’를 지냅니다. 오늘 《나무편지》의 사진들은 오수마을 입구에 세운 의견 기념비와 그 곁의 느티나무입니다.

  오늘은 《나무편지》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 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실은 지난 주 초에 제가 개에게 물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큰 사고는 아니지만, 개의 이빨에는 세균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빨 자국 두 개에 불과한 작은 상처이건만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개에 물린 손목에 붕대를 감고 병원을 오가며 문득 임실 오수마을의 느티나무와 충성스러운 개가 떠올라 생뚱맞은 이야기로 《나무편지》 띄웁니다.

- 나무와 개와 사람이 평화롭게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생각하며  7월 29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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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숙 (2019.07.30 17:21)
잘 읽었습니다.
다친신데 치료 잘 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고규홍 (2019.07.31 18:58)
네. 고맙습니다. 이제 거의 다 나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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