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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봄은 ‘첫 사랑 그 여자’처럼 다가왔다 순식간에 떠납니다 날짜 2019.04.13 10:23
글쓴이 고규홍 조회 266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생각] 봄은 ‘첫 사랑 그 여자’처럼 다가왔다 순식간에 떠납니다.

  몇 번을 고쳐 쓰려 애써도 고쳐지지 않습니다. 봄은 언제나 ‘첫 사랑 그 여자’처럼 찾아옵니다. 언제나 그렇습니다. 마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채비도 채 갖추기 전의 어느 순간에 화들짝 찾아옵니다. 그리고는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마음 속 아주 깊은 곳까지 파고들지요. 그래서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아프기도 합니다. 마음에 이는 난데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로 어쩌지 못하는 사이, 그러나 갑자기 떠나지요. 첫 사랑 그 여자가 그랬던 것처럼 봄도 언제나 그렇게 화들짝 찾아왔다가 창졸간에 가뭇없이 사라지곤 합니다. 목련 꽃 피고 지는 이 즈음이면 그래서 이제 온전한 기억조차 다 무너앉은 첫 사랑 그 시절을 떠올리게 됩니다.

○ 몸살 기운과 씨름하는 사이 목련 꽃은 떨어지고  ○

  그래서였을까요. 지난 주 초에는 조금 심하다 싶은 몸살을 앓았습니다. 목소리가 잠겨 말하기가 수월치 않았고, 누구에겐가 심하게 얻어 맞은 것처럼 몸 곳곳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는 알 수 없는 무엇을 향한 그리움만 일었습니다. 그냥 눈 감고 누워서 떠나간 것들, 떠나온 것들을 하나 둘 떠올리고 싶었습니다만, 그리 할 수 없었습니다. 병원에 그것도 두 번씩이나 들러 주사 치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아 한 주일 내내 시간에 맞춰 밥을 먹고, 알약을 목구멍에 털어넣으며, 서서히 몸을 추슬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예정된 일정의 대부분을 어그러뜨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이에 집 앞에 활짝 피었던 목련 꽃은 떨어졌습니다. 이른 봄에 피는 진달래 꽃도 떨어지기 시작했고, 늦은 봄에 피어나는 철쭉의 꽃봉오리가 몽실몽실 피어올랐습니다. 며칠 전에 담아온 봄 숲의 표정들을 사진으로 하나 둘 살피며, 스쳐 지나가는 봄을 보낼 채비에 나설 수밖에요. 다시 첫 사랑 그 여자가 떠올랐고, 오늘의 《나무편지》에는 한 열흘 쯤 전에 담아온 봄의 표정을 슬몃 담습니다. 이 작은 풀꽃들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봄이라 하지만 매운 바람 사나운 이 즈음에 풀꽃들은 어찌 지내는지…….

○ 이 아름다운 봄, 모두에게 결정적 순간 될 수 있기를…… ○

  오늘은 제주도에 와 있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던 새로 개국하는 텔레비전 채널의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서입니다. 우리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원시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제주 평대리 비자나무숲〉과 동화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서 있는 〈제주 산천단 곰솔군〉에서 이틀을 보내고 돌아갈 겁니다. 언제나 방송 촬영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까닭에 더 많은 곳을 들러보지는 못할 겁니다. 이곳 제주의 나무와 숲이 들려주는 봄 이야기도 짬을 내 전해드리겠습니다만, 워낙 빠른 속도로 달려드는 봄 이야기를 《나무편지》에 다 담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 참! 새 방송은 오월 중에 개국하는 걸로 최종 확정이 됐고,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고규홍의 나무가 말하였네》라는 제목으로 주1회 30분 동안 방영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개국 일자가 조정되는 대로 《나무편지》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목련 꽃 지고, 철쭉 꽃 봉오리 움찔거린다 해도, 아직 봄은 우리 곁에 있습니다. 아니 지금 이 순간이 이 봄의 가장 찬란한 순간이지 싶습니다. 이 아름다운 봄, 모두 건강하게 더 의미있는 인생의 결정적 순간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제주 촬영 잘 마치고 돌아가 다시 소식 전하겠습니다.

  모두 평안하십시오.

- 비자나무 향기 그윽히 번지는 어느 여관 방에서 4월 15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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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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