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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팜파스글래스도, 상사화도 여름의 끝을 알리는 꽃을 피워…… 날짜 2018.08.18 18:54
글쓴이 고규홍 조회 571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생각] 팜파스글래스도, 상사화도 여름의 끝을 알리는 꽃을 피워……

  지난 주말 내내……. 가장 큰 화제는 ‘아침 바람’이었습니다. 햇살 따가운 한길을 걷는 누구라도…… 가장 먼저 이야기한 건 ‘아침 바람’이었습니다. 삼복의 끄트머리인 말복 날까지만 해도 누구나 누구에게라도 ‘무더위’를 이야기했던 것과 아주 똑같았습니다. 땡볕 내리꽂히는 한낮의 숲에 부는 바람도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땀이 흐르는 건 별로 다르지 않았지만,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나무 그늘에 들어서서 큰 숨 들이쉬고 내쉬기를 몇 차례 되풀이할 때 나뭇가지를 스쳐 이마에 닿는 바람의 느낌은 필경 달라졌습니다. ‘가을 천리포 숲 풍경의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팜파스글래스의 꽃차례도 그렇게 피었습니다.

  무덥던 지난 여름 동안 희거나 붉은 빛으로 연못을 지키던 연꽃은 대부분 꽃송이를 내려놓고 열매를 익혀가는 중입니다. 아직 남은 몇 송이의 연꽃은 차라리 생뚱맞아 보입니다. 꽃송이보다 연밥이 더 많이 눈에 띄는 연못가를 걸으며, 지난 해 이맘 때에 바로 저 자리에서 연밥 위를 맴돌던 잠자리의 날갯짓을 눈감고 그려봅니다. 뜨거운 햇살 받고 맺은 연꽃의 씨앗은 서서히 까맣게 익어가며 가을 바람을 불러올 겁니다. 시나브로 옷깃 여미고 스러져가는 연꽃의 가을을 바라볼 차례입니다. 한해 지나 다시 여름 오면 필경 다시 꼭 같은 모양의 꽃이 피어나겠지만, 지는 꽃을 바라보는 마음은 언제나 서글픕니다.

  비교적 늦게까지 피어있는 열대 수련의 꽃잎 위로 스치는 바람에도 가을이 스며 있습니다. 보랏빛이 유난히 짙어서 ‘다크 퍼플’이라는 이름을 가진 열대수련 품종입니다. 올에는 지난 해에 비해 개화가 좀 늦지 않았나 짚어봅니다. 여름마다 꽃 기다리는 마음으로 부산하게 하는 아마조니카빅토리아수련은 이제야 꽃을 피웠습니다. 여느 해에 비하면 열흘쯤 넘게 늦은 개화입니다. 그나마 꽃송이도 이상하리만치 작고, 가장자리가 직각으로 꺾여올라가는 너른 잎도 제대로 자라지 않은 채입니다. 아마존 밀림의 이야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팜파스글래스의 삽상한 꽃차례가 무성하게 하늘 높이 솟구쳐 피었는가 하면, 숲 그늘 곳곳에서는 상사화 종류의 꽃들도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아무리 한낮의 햇살이 따갑다 해도 분명한 가을입니다. 팜파스글래스도 상사화도 여름의 끝을 알리고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꽃입니다. 여느 때보다 길었던 여름입니다. 날도 무더웠지만, 비가 적어서 나무들에게 무척 고통스러웠던 여름이었습니다. 여전히 비 내릴 기미가 없어서 차마 걱정을 거둘 수 없습니다만, 그래도 이제 뜨거운 날들이 사그러든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습니다. 다시 신발끈을 조이고, 길 떠날 채비에 나서야 하겠습니다.

○ 올 가을엔 서강대에서 나무의 향기를 바라보세요 ○

  서강대 평생교육원 《나무 인문학》 강좌 소식, 덧붙여 알립니다. 올 가을 《나무 인문학》 강좌는 〈나무의 역사〉라는 부제로, 세상에서 가장 오래 된 나무, 세상에서 가장 오래 된 꽃,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나무 등 나무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내용으로 구성했습니다. 두 차례의 현장 답사도 계획되어 있습니다. 아래에 강좌 신청 페이지를 링크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http://bit.ly/2LV6Oil <== 서강대 평생교육원 《나무인문학》 강좌 신청 페이지

- 불어오는 바람결에서 가을의 기미를 또렷이 느끼며 8월 20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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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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