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를 찾아서 W > 나무 생각 W
나무 생각w
제목 더 풍요로운 가을을 채비하는 여름은 아릅답습니다. 날짜 2018.06.30 12:15
글쓴이 고규홍 조회 489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 생각] 더 풍요로운 가을을 채비하는 여름은 아릅답습니다.

  칠월. 이제 여름입니다. 여름을 말하는 게 너무 늦은 건 아닌가 모르겠네요. 장마에 태풍까지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봄을 오래 붙들고 싶었던 모양인 게죠. 그 동안 날짜를 적어야 하는 자리가 있을 때면, ‘늦봄’ 혹은 ‘초여름’이라고 쓰면서 가는 봄의 향내를 오래오래 붙잡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렇게 쓸 수 없겠지요. ‘여름날’이라고 써야 할 겁니다. 뜨거운 햇살 받으며 지난 주 중에는 가까운 경기도 남쪽의 작은 산자락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휴양림’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입니다. 곳곳에 여름 꽃이 한창이었습니다. 가장 화려하게 맵시를 뽐내는 건 비비추였습니다. 가만히 쪼그려앉아 비비추 가는 꽃대 위에 피워올린 보랏빛 꽃송이를 조용조용 바라보았습니다. 뭐라뭐라 들려주는 비비추 꽃송이의 생명 이야기가 손에 잡힐 듯 아른거립니다.

○ 여름 태백산에서 만난 뜻밖의 함박꽃나무 꽃송이 ○

  주 후반에는 태백산 자락을 올랐습니다. 오래 된 주목 한 그루를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장맛비를 앞둔 습한 무더위 탓에 산 오르는 길에 쏟아낸 땀이 너댓 항아리는 너끈히 넘을 듯했던 길이었습니다. 무더위 속에 아직 말갛게 피어있는 함박꽃나무 꽃송이와 마주친 건 뜻밖이었습니다. 이 순결한 꽃이 장마철까지 남아있으리라 생각 못했죠. 이 무더운 여름에 함박꽃나무라니요. 대개는 오월 쯤에 피기 시작해서 유월 쯤이면 이미 낙화를 마치는 꽃이잖아요. 하지만 깊은 숲에서는 이처럼 가끔씩 이 즈음까지 만날 수 있기도 했던 지난 경험들이 생각나네요. 드문 일은 아니라는 거죠. 아주 몰랐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재미있고 반가웠습니다. 숲에서 만난 오래 된 나무 이야기는 다음 《나무편지》에서 천천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장맛비가 세차게 시작됐습니다. 비구름을 밀어올리는 태풍의 기세도 만만치 않네요. 어쨌든 무더운 여름, 숲의 나무에게는 여느 계절보다 바쁜 노동의 계절입니다. 내리 쬐는 햇살을 한껏 그러모아야 합니다. 게다가 수시로 쏟아붓는 비, 몰아치는 센 바람을 모두 이겨내야 하지요. 와중에도 어서 열매를 맺고 도담도담 자라나는 새 생명의 씨앗을 키워야 하는 매우 중요한 날들입니다. 이 계절에 새로 피어나는 꽃들은 더 바쁩니다. 비 퍼붓기 전에 어서 빨리 혼사를 치러야 하고, 이 땅에 소슬바람 불어오기 전에 열매를 키워야 하니까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동물성의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밤나무 꽃은 더 급할 겁니다. 이제 막 꽃을 피우는 중이니까요. 여름 숲의 모든 생명체들은 그렇게 더 풍요로운 가을 채비로 제가끔 바쁩니다.

○ 나리 원추리 화려하게 피어나는 여름의 풍요 ○

  여름 깊어지면 우리의 들과 숲을 온갖 빛깔로 화려하게 수놓을 나리 꽃도 피어났습니다. 원추리 꽃과 함께 여름이면 들녘 길섶에서 화들짝 눈에 띄는 우리 꽃입니다. 종류가 많아서 꽃 송이의 크기도, 빛깔도 매우 다양한 여름 꽃입니다. 꽃 기다리는 마음으로 숨 죽이며 고대하던 봄은 이미 지났지만, 우리 땅에서는 사철 어느 때라도 형형색색의 꽃들이 숲길 나그네를 반겨 맞이합니다. 숲은 모든 생명이 가장 화려하게 삶을 이어가는 자리입니다. 사람의 여름이 이렇게 숲의 나무들과 함께 한 걸음 두 걸음 아름답고 풍요로운 세상으로 발길을 옮겨놓습니다. 가을 채비는 나무에게도 풀에게도 사람에게도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더 풍요로운 가을이 있는 때문입니다.

○ 상동도서관 《나무강좌》 참가 신청페이지가 열렸습니다 ○

  이태째 이어가는 《나무강좌》도 더 알차게 가을 채비에 나설 때입니다. 올 후반기 부천 상동도서관의 《나무강좌》 참가 신청 페이지가 열렸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신청 페이지로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지난 주초에 페이지가 열리고, 그 사이에 많은 분들이 참가 신청을 하셨습니다. 아직은 여유가 있으니, 그 동안 그러하셨던 것처럼 많은 분들이 참석하셔서 더 풍요로운 가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더 알찬 나무 이야기 전해드리려 더 많은 나무를 찾아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다시, 빗속에서 길 위에 오릅니다.

  부천 상동도서관 《나무강좌》 참가 신청 페이지

  
  고맙습니다.

- 더 좋은 나무, 더 좋은 사람 찾아 길 위에 오르며 7월 2일 이른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드림.

솔숲닷컴(http://solsup.com)의 '추천하기'게시판에 '나무 편지'를 추천하실 분을 알려 주세요.
접속이 어려우시면 추천하실 분의 성함과 이메일 주소를 이 편지의 답장으로 보내주십시오.

○●○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신명기 (2018.07.03 09:23)
사흘 내리던 비가 멈췄습니다.
사람 살이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 며칠 더 내리기를 바랄 때도 있었습니다.
여름에 할 일이 더 많아 바쁘다는 선생님 이야기가 화들짝 다가왔습니다.
가을 겨울 잘 맞이하려면
저도 여름에 푸르르 푸르르 둘레를 키워야 겠다는 마음을
원추리 꽃처럼 가슴 활짝 벌리고 받아들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좋은 소식 고맙습니다^^
글쓴이 비밀번호
등록
목록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