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를 찾아서 W > 나무 생각 W
나무 생각w
제목 지나가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다는 깨달음으로 날짜 2017.12.04 07:40
글쓴이 고규홍 조회 635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생각] 지나가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다는 깨달음으로

  문득 스쳐 지나간 것들이 하나 둘 떠오릅니다. 그토록 아름다웠던 가을 단풍잎이 나무 곁을 다 떠나고, 이제는 나무도 사람도 한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십이월에 들어선 때문인가 봅니다. 지나간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소중하게 마음 깊은 곳에 새겨 두어야 하겠습니다.

  나무를 찾아 먼 길 오르던 열 다섯 해 쯤 전의 무덥던 어느 여름 날, 허수로이 지나치며 만났던 한 그루의 나무가 떠오릅니다. 경상북도 청송 부곡동 계곡의 물가에 서 있던 큰 왕버들입니다. 무더위에 지친 몸으로 허둥대며 겨우 나무를 찾기는 했으나, 이미 몸 상태는 나무와 오래 대면하기 어려웠습니다. 다음에 다시 찾을 요량으로 허수로이 몇 장의 사진으로 스케치만 하고는 내쳐 떠나온 나무입니다.

  ○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마음 속 풍경으로만 남아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날, 정확히는 한달 쯤 뒤에 아뿔싸! ‘루사’라는 이름의 큰 태풍이 불어닥쳤지요. 태풍 피해와 관련한 온갖 소식들 사이로 바로 이 청송 부곡동 왕버들이 뿌리째 뽑혀 떠내려갔다는 소식이 천둥처럼 다가왔습니다. 얼핏 나눈 그 날의 수인사가 청송 부곡동 왕버들과 나눈 처음이자 마지막 인사가 되고 만 것입니다.

  그럴 줄 몰랐지요. 언제나 제 자리를 떠나지 않는 나무라면 천년 만년 다시 찾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참 어리석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십오 년도 더 지났지만, 여전히 그 어리석음을 떨쳐내지 못한 청맹과니로서 이 겨울, 겨우 스케치로만 남은 몇 장의 사진으로 청송 부곡동 왕버들의 옹색한 추억을 돌아봅니다.

  돌아보면 그렇게 스쳐 지나간 나무들이 어디 청송 부곡동 왕버들 뿐이겠습니까. 나무를 찾아 떠돌아온 지난 십구 년 세월 동안 허무하게 떠나보낸 나무들은 적지 않습니다. 뿐 아니라 나무 곁에서 두런두런 나무 이야기를 건네주던 산 마을의 할매 할배들 가운데 세상을 달리한 분들 또한 적지 않습니다. 그렇게 떠나간 모든 생명들이 서글프게 떠오릅니다.

  유난히 무덥던 그해 여름 청송 부곡동 왕버들이 진한 그리움으로 떠오르는 겨울 아침입니다. 오늘 《나무편지》에 띄우는 맨 위 두 장의 사진이 그때(2002년 8월 23일) 디지털 카메라로서는 최상의 화질이었던 200만 화소짜리 니콘사진기로 허수로이 누른 셔터에 찍힌 청송 부곡동 왕버들 사진입니다.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그래서 제게는 매우 소중한 풍경입니다.

  ○ 살아있는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라는 생각으로 ○

  세상의 모든 꽃은 단 한번만 피어나며, 세상의 모든 순간은 결정적 순간이라는 생각을 그때는 왜 하지 못했는지요. 한해를 마무리해야 할 이 즈음, 지금 내 곁을 흐르는 이 순간이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라는 생각을 곱씹어 봅니다.

  오늘 《나무편지》의 셋째 사진은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보은 어암리 백송의 한창 때 모습이며, 넷째 사진 역시 이미 오래 전에 고사한 서천 신송리 곰솔의 살아있을 때입니다.

 
 

- 지나가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다는 깨달음을 되새기며 12월 4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솔숲닷컴(http://solsup.com)의 '추천하기'게시판에 '나무 편지'를 추천하실 분을 알려 주세요.
접속이 어려우시면 추천하실 분의 성함과 이메일 주소를 이 편지의 답장으로 보내주십시오.

○●○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남낙현 (2017.12.04 09:07)
'무너져 내리는구나!'

일년 정도 사는 곳 근처 보호수를 매주 찾은 적이 있습니다.
충남 도고에 있는 팽나무가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나무에 반은 죽어서 살아있는 쪽으로 무게가 기울면서 나무 줄기도 반으로 갈라지고 있었습니다.

작가님이 말씀하진 "살아있는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라는 생각을 저도 나무를 통해 느꼈습니다.
나무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항상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곱씹게 해줍니다.

항상 좋은 글 선물해주심에 감사한 마음을 전해봅니다.
고규홍 (2017.12.05 08:26)
말씀 고맙습니다. 오래도록 나무와 더불어 함께 하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새로 좋은 책 출간하심도 축하드립니다.
글쓴이 비밀번호
등록
목록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