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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詩가 된 나무, 나무가 된 詩, 내 곁의 나무가 말을 건다 날짜 2008.05.02 10:59
글쓴이 고규홍 조회 3259
 

詩가 된 나무, 나무가 된 詩 내 곁의 나무가 말을 건다


장정일이 만난 작가-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


중앙Sunday | 제59호 | 20080426 입력  





[뉴스를 클리핑하며]





지난 일요일 아침에 배달된 중앙일보 일요일판인 ‘중앙SUNDAY’에 실린 인터뷰 기사입니다. 한 면 전체에 실린, 무척 쑥스러운 기사입니다. 처음에 장정일씨의 연락을 받고는 꽤 당황스러웠습니다. 장정일씨는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분이지만, 그의 작품들을 보면서, 꼭 한번 보고 싶었던 작가입니다. 제가 그리 크게 클로즈업 될 만한 일을 한 게 없어, 인터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혼란스러웠지만, 그냥 만났습니다. 기사가 나오고 많은 분들로부터 인사 받았습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더 열심히 할 밖에요. 고맙습니다.





[뉴스 원문]





정원이라고 말하면 좀 거창하지만, 필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무렵부터 이십여 년 동안 살았던 집에는 나무가 많았다. 입 구(口)자 형태를 했던 집의 가운데 마당엔 아버지가 심었던 두 그루의 오동나무며 목련·은행나무·사철나무·해당화·백일홍·라일락이 있었다.





그리고 오월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나던 붉고 노란 줄장미, 그걸 어찌 잊으랴. 어느 날 저녁, 목련을 일컬어 “담배 피우는 꽃”이라고 읊기도 했던 친구와 소주를 마시다가 그 줄장미를 꺾어 들고 11년 연상이던 단골 카페의 ‘마담’에게 구혼을 하러 달려갔다. 스물두 살 때였다.





그러지 않아도 별 볼일 없던 가세는 나날이 기울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남겨준 180평짜리 집을 팔고, 그 집의 반절도 되지 않는 같은 동네의 이웃집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그러면서 청개구리 같던 쌍둥이 형제를 시켜 온통 시멘트로 발려진 새집의 마당 한 귀퉁이를 깨고, 옛집의 가녀린 은행나무와 라일락을 옮겨심게 했다.





원래 라일락꽃 향기가 진하다지만 응달에서 핀 라일락 향은 더욱 진동했고, 이웃집 높은 지붕에 가려 햇빛이 아쉬웠던 은행나무는 장대높이뛰기 선수가 짚는 장대처럼 쭈뼛이 키만 자랐다. 그로부터 10년 세월이 지난 뒤,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서 두 그루의 나무와도 영영 이별했다. 세부는 각기 다르겠지만, 이게 대부분의 한국인이 나무·흙·자연과 결별하는 형식이다.





오늘 만난 저자는 나무칼럼니스트 고규홍. 그는 지난달 자신이 꼼꼼히 읽은 수백여 권의 시집 속에서 나무와 관련한 시들만 가려 뽑고, 거기에 해설을 덧붙여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 ‘시가 된 나무, 나무가 된 시’라는 부제를 가진 『나무가 말하였네』(마음산책, 2008)가 바로 그것.





출판사에서 보내온 책을 보니, 언제 허락했던지 내 졸시 한 편도 티처럼 끼어들어 있다. 하지만 그게 대단해서 저자를 모신 건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편자나 주제를 달리한 이런 유의 시선집은 너무 많아서 ‘출판공해’처럼 여겨질 정도다. 그런데도 표지 앞날개에 적힌 저자의 약력에 끌려, 책 제목처럼 ‘나무가 하는 말’을 쉬엄쉬엄 들었다.





“‘나무 칼럼니스트’는 그저 칼럼을 쓰되, 나무를 주제나 소재 삼아 쓰는 사람이랄까요? 보통 ‘나무 연구가’와 다른 것이라면 나무에 대한 식물학적인 지식이나 자연과학적인 접근을 우선하기보다, 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인문학적·문학적으로 푼다는 거죠. 순전히 제 생각이고 수법입니다만, 나무를 가까이 하기 위해서는 ‘식물도감’이나 ‘환경보호’와 같은 실용적이고 계몽적인 접근을 할 게 아니라, 나무에 관한 흥미롭고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이야기로 접근하는 게 훨씬 효과가 있습니다.





이번에 나온 『나무가 말하였네』도 단순히 시를 해설하기보다 플라타너스를 보면서 김현승 시인을 떠올리고 오동나무를 보며 김선우 시인을 떠올릴 수 있다면, 우리가 나무를 더 경건하게 대하지 않을까라는 의도를 깔고 있습니다. 시들이 곧 나무가 되고, 나무는 시가 되는 거죠.”





저자는 나무와는 그리 연이 닿지 않은 항구도시 인천에서 태어나 쭉 그곳에서 자랐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중앙 일간지의 편집부 기자를 거쳐 문화부 학술담당 기자를 끝으로 12년간 근속했던 신문사 기자 생활을 마감했다. IMF의 충격이 가시기 시작하던 1999년 9월이었다.





“그때가 마침 40세가 되던 해였어요. 지금 사표를 내지 않으면 다시는 새로운 시도를 할 기회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족에게는 좀 미안했지만 모두가 믿어주었어요. 어느 날 아무런 예고도 없다가 갑자기 사표를 던지고 집에 들어간 내게 아내가 아무 말 하지 않고 ‘잘했다’고 했을 정도니까요. 처음에는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무위도식해 보려고 몇 군데 절을 찾아다녔는데, 스님도 아니면서 마음 편히 거처할 수 있는 절은 없더군요. 그러던 차에 친구가 충남 태안군에 있다는 천리포수목원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때부터 저자는 수목원을 들락날락하면서 나무에 관한 식물학적 지식을 하나씩 습득하는 한편, 아무도 일부러 보러 다니지 않는 전국의 노거수(老巨樹)를 찾아다녔다. 그저 오래된 나무를 보고 싶다는 갈망은 그에게 매달 90만원어치의 휘발유값을 쓰게 만들었고, 한 그루의 나무라도 더 보겠다는 욕망은 그를 퇴사 전보다 더 바쁜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저자를 ‘느리게 사는 삶’의 성공적인 모델로 꼽기도 한다는데, 본인은 전혀 그렇지 못하단다.『이 땅의 큰 나무』(눌와, 2003),『절집나무』(들녘, 2004),『옛집의 향기, 나무』(들녘, 2007),『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나무여행』(터치아트, 2007)은 그런 역설의 산물이다.





나무는 문화재와 달리 기록과 보존이 신통치 않다. 그래서 자료가 전무한 상태에서 떠나곤 했던 ‘나무 답사’는 절반이 헛걸음이었다. 그러나 노거수에 대한 기록과 보존이 신통치 않았던 만큼, 저자는 사람들에게 버려지다시피 했던 오래된 나무들을 찾아 그것의 가치를 알리는 혼자만의 기쁨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전곡리의 350살 된 물푸레나무는 이례적으로 개인 단독 신청으로 천연기념물 제470호로 지정됐고, 경남 의령 백곡리에 있는 500살 가까이 된 감나무 역시 그의 노력으로 최근에 천연기념물 제492호로 지정됐다.





“몇백 년씩 된 크고 오래된 노거수는 주로 절이나 고택에 있기 마련이고, 당연히 그 나무를 심고 키운 사람들의 자취와 나무의 유래가 얽혀 있습니다. 그런 나무들이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살이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오래된 노거수만 찾아다녔지만,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이나 아파트 단지 안에도 사람의 자취가 숨어 있는 아름다운 나무는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나무에 대해서 눈을 뜨면, 산소·목재·열매보다 나무가 주는 정신적인 가치인 삶의 근원적 힘에 대해 주목하게 되고, 그때부터는 일부러 산에 가지 않아도 내 곁에 있는 흔한 나무가 말을 걸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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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작가’란 줄임말로 불리는 장정일씨는 시인·소설가·희곡작가·책 평론가입니다.





나무에 문화를 입히는 사람


이수영 객원기자<6815@joongang.co.kr>



나무에 문화를 입히는 사람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씨와 원예사 자격증 소지자 장정일씨가 만났다. 매달 90만원어치 휘발유를 쓰는 여행자와 90만원어치 책을 사는 소비자의 만남이며,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을 나무 그늘로 끌고다녔다는 문학 소년과 “살다가 지친 사람들 가끔씩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이 아물어진다면 좋겠다”고 읊은 시인의 만남이기도 하다.





고씨가 “막상 나무 키우기에는 젬병이라 작업실의 산세비에리아도 시들게 만든다”며 쑥스러워하자, 장씨는 “나무에 문화적 두께를 만들어주는 사람, 나무에 예술을 입히는 사람이 나무 사랑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으냐”고 격려했다.





고규홍씨는 여러 매체에 나무 칼럼을 기고하는 동시에 2001년부터 홈페이지 솔숲닷컴(http://solsup.com)을 운영하며 열혈팬들과 함께 ‘나무 콘텐트’를 축적해 가고 있다. 그의 홈페이지는 최근 정보통신부 ‘청소년 권장 사이트’로 지정됐다. 그는 태안반도의 천리포수목원 감사와 한림대·인하대에서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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