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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람냄새 나는 기사를 읽고 싶다 - 서울신문 2012.11.7 날짜 2012.11.09 18:43
글쓴이 고규홍 조회 1627

사람냄새 나는 기사를 읽고 싶다/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서울신문] 302| 기사입력 2012-11-07 02:36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나도 그 섬에 가고 싶다정현종 시인의 시는 짧지만 여운이 길다. 소통 부재의 현대인들의 절절한 외로움이 느껴져서다. 특히 올해는 대선을 앞두고 있어 정치기사가 대세다. 지면의 대부분이 높은 목소리와 일방적 소통이 넘치는 때라 사람들 사이에 놓여 있는 처럼 담담하고 소박한 기사에 더 갈증을 느낀다.


 


그런 가운데 처럼 따뜻하고 담담하게 다가오는 기사는 이종원 선임기자의 카메라 산책과 지난 1일 끝난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기획이다. 신문(新聞)이란 새로 들을 뿐 아니라 다시 보게 하는 데서도 의미가 있다. 이들 기사는 모르진 않았지만 지나쳤던 우리 주위의 사물과 현장을 다시금 눈을 씻고 보게 해준다. 이들 기획의 매력은 발로 뛴 현장취재와 따뜻한 관점에서 우러난다.


 


카메라 산책은 현장의 모습을 사진과 함께 입체적으로 전달하는 사진에세이로 필자가 즐겨 보는 기획물이다. 1회 연재되는 게 아쉬울 정도다. 맛깔스러운 글과 발로 뛴 현장사진이 담백한 감동을 선사한다. 우리 사회 한편에서 열심히 땀흘리며 살아가는 장삼이사들의 모습에서 분발과 자극을, 그리고 때로는 정겨움을 함께 느끼게 된다.


 


지난 회엔 공공의 벗, 공익근무요원-청소하고 취객 깨우고우리도 현역병 못지않게 빡셉니다를 다뤘다. 빗물가리개를 걷는 작업, 취객을 깨우는 일, 노인 말벗이 돼주고 목욕을 시키는 공익요원들의 사진을 보며 이들이 일반인의 인식과는 달리 얼마나 다양한 사회복무를 현역병 못지않게 빡세게 하는지 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재인식이다. 백문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 여러 장의 현장사진은 그 자체가 울림을 준다.


 


그간 케냐·에티오피아 농업기술 전수현장을 가다’, ‘산음휴양림 산림치유센터를 가다’, ‘여성예비군 훈련장을 가다등등, 다양한 현장이 사진에세이에 담겼다. ‘카메라 산책의 마니아 독자로서 한 가지 더 바람을 덧붙이자면 장소나 프로젝트보다 공익처럼 인물에 포커스를 맞춘 기획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산부인과 신생아 병동을 가다’, ‘발레아카데미 성인반을 가다등과 같은 현장 365, 36.5도의 따끈따끈하고 박동이 뛰는 사진에세이를 기대한다.


 


나무와 사람이야기는 지난 1100회로 아쉽게도 2년 기획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단순한 나무이야기를 넘어 나무칼럼니스트 고규홍씨의 감성터치 글과 발로 뛴 현장취재를 통해 나무에 얽힌 스토리텔링이 이렇게 구성될 수 있구나 하고 읽을 때마다 안식과 감동을 느꼈다. 솔송나무처럼 이름조차 처음 접하는 생경한 나무는 물론 소나무, 감나무, 버들같이 우리가 흔히 접하는 나무에 관한 지식, 문학작품 속의 나무들에 대해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 그 못지않게 한 나무를 수년에 걸쳐 취재하고, 그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그후 이야기를 추적하는 과정자체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였다.


 


청소년기에 한번쯤은 필독서로 읽는 셸 실버스타인의 그림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소년에게 마지막 남은 그루터기까지 아낌없이 다 주는 나무가 바로 솔송나무란 것을 안 것도 이 코너를 통해서다. 마지막회의 의령 백곡리 감나무는 특히 가슴에 와 닿았다. ‘미친 존재감만을 외치고 지향하는 현대의 인스턴트 사회에서 뒤늦은 존재감으로 조용히 제자리를 지키는 백곡리 감나무는 그 동안의 인간관계까지 다시금 되돌아보게 해주었다.


 


빨리 끓고 빨리 식는 인스턴트 사회에서 근성 있는 심층취재 기사를 서울신문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독자로서 호사스러운 감동이었다. 차제에 제안하고픈 것은 장기기획이 끝나면 마지막회를 알리는 것에 그치기보다 취재 낙수 및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별도의 회를 마련해 다뤄줬으면 하는 것이다. 20109월부터 연재를 시작했으니 어언 2, 그간 스타가 된 나무, 운명이 바뀐 나무와 사연 등 후기가 오죽이나 풍성하고 다양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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