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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자, ‘나무 대변인’이 되다- 인천시 인터넷신문 2012.04.05 날짜 2012.04.24 08:37
글쓴이 고규홍 조회 1902

기자, ‘나무 대변인이 되다


국내 1호 나무 칼럼리스트 고규홍 교수


 


  나무는 말이 없다. 하지만 사람보다 더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나무에는 이야기 꺼리가 참 많다. 자신만의 독특한 생태를 가진 나무도 있고 신비한 전설을 간직한 나무도 있다. 수백 년, 수천 년의 삶을 이어온 나무들은 웅장한 외형만으로도 사람을 감동시키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나무의 이야기를 담아 12년째 나무 편지를 쓰는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 고규홍. 국내 1호이자 아직은 유일한 나무 칼럼리스트이다.


 


  안정된 생활을 뒤로하고 인생 2막을 시작하다


 


  고규홍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12년 동안 중앙일보 기자로 활동했다. 1997IMF 당시 50% 감원의 칼바람에도 살아남은 실력파 기자였다. 그런 그가 마흔이 되던 해, 돌연 사직서를 제출했다. “특별한 계기나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서 회사를 그만 둔 것은 아니었어요. 다만 지금 그만두지 않으면 평생을 지금과 똑같이 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 안정된 직장을 한 순간에 정리한 이유 치고는 조금 남다르다.


 


  어쨌든 그는 미련 없이 인생 1막을 마무리 짓고 천리포 수목원에서 두 달 동안의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무와 함께하는 인생 2막이 운명처럼 다가왔다. “한겨울이었는데 목련꽃이 피어있더라고요. 그게 너무 신기해서 아내에게 편지로 얘기를 해 줬는데, 답장이 이렇게 왔습니다. ‘남자들은 흔히 자연을 정복 대상으로 삼지만, 나무에 동화되어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아보는 것도 좋지.’라고요. 그 답장을 받고 나서 지금까지는 사람을 취재했지만, 이제부터는 나무를 취재해 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과 나무를 이어주는 나무 대변인


 


  우연히 나무와 함께 시작한 인생 2. 수목원에서의 휴식을 마치고 돌아온 고규홍씨가 처음으로 한 일은 천 권이 넘는 소장 시집 중에서 나무를 주제로 한 시를 발췌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혼자만 간직하기에는 아쉬운 마음에 지인들에게 편지를 쓰게 됐다. 이 편지가 바로 나무 편지의 시초이다. 이를 시작으로 한 고규홍씨의 나무 칼럼은 독자를 늘려 나가며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곧 출판사와 신문사, 방송사 등에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가 지금까지 펴낸 책은 <이 땅의 큰 나무>, <알면서도 모르는 나무 이야기>, <행복한 나무여행> 20여 권. 그 중 <나무가 말하였네>는 청소년 권장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인하대학교와 한림대학교에서 언론인을 꿈꾸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일정 외에는 나무 칼럼리스트로서 전국 각지의 나무들을 찾아다니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강의를 하며 보내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쓴 칼럼과 나무편지, 사진 등의 자료를 모아 솔숲닷컴(www.solsup.com)이란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강화 외갓집에서 시작된 나무 사랑


 


  고규홍씨는 인천에서 나고 자랐다. 송림동과 가정동, 신현동 등에서 살았는데 아쉽게도 학창시절에는 주변에서 숲은커녕 나무 구경도 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학교에 입학하기 전 잠시 살았던 강화도의 외갓집은 달랐다. 북한의 대남 방송이 들리는, 주민이 거의 없는 교산리는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순수한 자연이 남아있었다. 특히나 그의 외갓집은 꽃이 흐드러지게 핀 고개라는 의미의 꽃장재라는 별칭까지 있을 정도로 꽃과 나무가 가득했다.


 


  “아마도 어린 시절 꽃과 나무가 가득한 곳에서 살았던 기억이 지금의 일을 하는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의 나무 사랑은 생각보다 깊은 역사를 가진 듯하다.


 


  인천의 큰 나무들


 


  그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나무들이 인천에도 몇 그루 있다. 천연기념물인 신현동 회화나무, 강화의 갑곶리 탱자나무, 사기리 탱자나무, 볼음도 은행나무 등이 있고, 인천시 기념물인 계산동 은행나무, 장수동 은행나무, 석모도 보문사 향나무는 물론 암나무에서 수나무로 성을 변환했다는 전등사 은행나무 등이 있다.


 


  특히 장수동 은행나무에서는 지금도 어르신들이 마을의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굿을 지내기도 한다. 고규홍씨는 나무와 더불어 살아가는 옛 사람들의 이런 모습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기를 희망한다.


 


  집에서 키우기 좋은 나무들


 


  나무 칼럼리스트로 나무 대변인으로 나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하는 그. 열심히 나무를 찾아 다녔고 나무에 대해 공부했지만 집에서 나무를 키우는 실력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무 가꾸기에 서툰 솜씨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적합한 나무가 있다. 아이비, 연산홍, 철축, 서향 등이 고규홍씨가 추천하는 집에서 키우기 좋은 나무들이다.


 


  아이비는 혼자서도 쑥쑥 잘 자라고, 백리향 또는 천리향이라고도 불리는 서향은 이름에 걸맞게 향이 매우 뛰어나 온 집안에 꽃향기가 퍼질 정도라고 한다.


 


  식목일이다.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줄어든 듯도 하다. 하지만 45일을 나무 심는 날로 정해 놓은 건 일 년에 단 하루 억지로라도 나무를 심으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그저 나무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잊지 말고 살아가라는 의미가 더 크지 않을까 싶다. 나무 칼럼리스트 고규홍씨 역시 비슷한 의미의 말을 남겼다. “어떤 분들이 저를 나무에 대한 감성적 접근을 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해 주시더라고요. 어렵게 학문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편안하고 쉽게 감성적으로 다가가는 것도 나무 사랑의 실천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연을 아는 것보다 느끼는 것부터가 바로 사랑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유수경 객원기자 with06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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