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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00살 나무가 60여 년 만에 꽃피운 사연- 중앙일보 2014.9 날짜 2017.06.29 11:53
글쓴이 고규홍 조회 153

궁금하지 않나요300살 나무가 60여 년 만에 꽃피운 사연

중앙일보 입력 2014.09.21. 00:10

 

지난달 31, 경기도 부천의 한 카페에서 현 소중기자와 구 소중기자가 만났습니다. 구 소중기자가 누구냐고요?

바로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 한림대 겸임교수입니다. 교수님도 학창시절, 소년중앙 어린이기자였다고 해요. 저는 우연히 참석한 교수님 강연에서 나무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죠. 세계에서 가장 큰 잎부터 가장 오래된 씨앗, 그리고 우리와 같은 또래의 친구들이 지켜낸 숲 이야기까지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중 친구들에게도 알리고 싶어 교수님께 e메일을 보냈는데 흔쾌히 인터뷰 신청을 받아주셨어요.

이 인터뷰가 주변에 있는 나무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와 노혜진 학생기자가 부천 도심의 한 거리를 거닐고 있다. 자연친화를 중시하는 추세에 따라 도시에서도 여러 나무를 만날 수 있다.

나무 칼럼니스트가 된 계기는요.

젊은 시절 중앙일보 기자로 일했습니다. 기자생활을 마치고 나왔을 땐 아무런 계획이 없었어요. 그러던 중 천리포 수목원에 두 달간 머물게 됐어요. 거기서 한겨울에 꽃이 피는 것을 봤죠. 왜 그럴까, 나무에 담긴 사연이 궁금해졌어요. 기자 시절에 사람의 사연을 취재했었던 것처럼 나무에 담긴 사연을 찾아 다니고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사실 지금도 누군가가 왜 나무를 선택했느냐고 물으면 아직도 잘 모르겠다고 답해요. 하지만 분명한 건 나무가 천둥처럼 제 마음에 들어왔다는 것이죠.”

특별한 나무 혹은 식물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실레네 스테노필라라는 꽃이 있어요. 우리나라 패랭이꽃 계열의 꽃이죠. 그 씨앗이 시베리아 툰드라 지역의 다람쥐굴에서 발견됐어요. 탄소연대를 측정해 보니 무려 28000~32000년 전의 씨앗들이었죠. 더욱 놀라운 건 이 씨앗을 심었더니 꽃이 피었다는 거예요. 하나의 씨앗이 그토록 오랜 기간 살아있었다는 것에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었어요.”

나무의 나이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나뭇가지가 어떻게 뻗어 있는지 가지 수를 세거나 줄기에 구멍을 뚫어 나이테를 세면 알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파악할 수 있는 건 100~200살 정도 밖에 안 돼요. 그 이상 산 나무는 정확히 알기 어려워요. 세월이 지날수록 속이 썩어 구멍이 생기거든요. 실제로 오래된 나무를 베어보면 둘레만 남아 있는 경우도 있어요. 옛날 것은 버리고 새 것을 추구하는 생명의 이치라고나 할까요? 아직 현대과학에서도 400살 정도 되면 나무의 나이를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다고 해요. 700살이라고 알려진 나무가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죠. 그래서 300년 이상 된 나무는 전해오는 이야기나 기록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나무는 몇 살까지 사나요.

나무는 우리보다 훨씬 오래 살기 때문에 수명을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어요. 경기도 양평 용문사에 은행나무가 있어요. 1100살 정도로 추정되는 나무인데, 겉으로는 생생해 보이죠. 이렇게 가늠을 못하는 나무가 있는 반면 나무의 특징으로 어느 정도 구분을 하기도 해요. 화려하게 꽃을 피운다거나 열매를 맺는 나무들은 수명이 짧아요. 꽃과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에너지가 쓰이기 때문이에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나무의 종류는 몇 가지쯤일까요.

저는 70~80종 정도라고 생각해요. 아파트를 건설하려면 준공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 가운데 조경도 포함돼 있거든요. 최근엔 자연친화적인 아파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좋은 나무들을 더 많이 심는 추세에요. 그래서 도시에서 다양한 나무와 식물을 볼 수 있게 됐죠.”

사람과 나무 간의 교감이 가능할까요.

나무는 청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은 다 가지고 있어요. 교감이 가능하다는 거죠. 저는 나무와의 교감이 필요하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무 그늘에 들어가 숨을 쉬어보세요. 우리는 이산화탄소를 내뱉고 나무는 우리에게 산소를 줘요. 이런 사소한 행동들도 나무와 교감하는 방법 중 하나죠. 나무와 함께 살아있다는 느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해요. 평소에도 우리는 나무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요. 어떤 나무를 정말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어요. 그 분이 돌아가신 이후부터 그 나무는 열매를 맺지 않았어요. 저는 그것도 교감의 결과라고 생각해요.”

어린이나 청소년이 나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일본 에니메이션 토토로를 봤나요?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된 숲이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 숲을 없애고 아파트를 건설한다는 계획이 세워졌죠. 일본 어린이들은 그럼 토토로는 어디서 살아요?’라며 숲을 지킬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어요. 바로 숲을 통째로 사는 것이었죠. 모두 용돈을 열심히 모았지만 숲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죠. 그런데 토토로를 만든 영화감독이 어린이들의 마음에 감동해 토토로의 수익금 대부분을 숲을 사는데 기부했어요. 토토로의 숲은 누구의 소유도 아닌 모두의 숲이 됐죠. 어린이들의 착한 마음씨가 숲을 지킨 좋은 사례인 셈이죠.”

나무에 관한 칼럼 한 편을 쓰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나요.

일단 나무를 보러 가요. 사진도 찍고요. 그 다음 나무 주변에 사는 사람들을 취재합니다. 나무의 사연을 듣는 것이죠. 그렇게 보고 듣고 느낀 점과 여러 생각을 정리해 글을 써요. 몇 시간 만에 글이 써질 때도 있고 일주일이 지나도 쓰기 힘든 글이 있는데, 그것도 나무마다 다 다른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나무는요.

답사한 모든 나무가 저에겐 특별하지만 그 중에서도 하나를 꼽으라면 물푸레나무를 소개해 드릴게요. 경기도 화성 전곡리에 있는 300살쯤 된 나무예요. 제가 발견하기 전에는 거의 버려지다시피 했죠. 그런데 이 나무를 자세히 보니 공식 기록보다 더 크고 오래된 나무였던 거예요. 제 책 첫 페이지에 이 나무를 소개했고, 2003년 가을 개인 자격으로 문화재청에 천연기념물 지정 신청을 했어요. 나무 전문가들이 3년 동안 조사를 한 끝에 20064, 천연기념물 470호로 지정됐죠. 하지만 더욱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그 나무 아래에서 60년을 넘게 사신 할머니께서 나무가 꽃피우는 걸 한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천연기념물을 신청한 해와 지정이 된 해에 꽃을 피웠다는 거예요. 원래 마을의 당산나무 역할을 했던 나무였는데 6.25 전쟁 때 폭격으로 마을 사람들이 많이 떠났다고 해요. 누군가가 자기를 찾아온 것이 나무에게는 큰 기쁨이었던 것 같아요.”

아름다운 전설을 가진 나무를 소개한다면.

경북 경주 육통리에 회화나무가 있어요. 고려 공민왕 때 외적이 쳐들어오던 상황, 김영동이라는 젊은이도 전쟁터에 나가야 했죠. 외아들이었던 그는 어머니에게 이 나무를 자신처럼 잘 돌봐달라고 부탁했대요. 결국 아들은 돌아오지 못했지만 어머니가 아들처럼 돌본 나무는 지금까지 잘 살고 있대요.”

나무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나무는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 중에 사람과 같이 직립해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예요. 그래서 나무는 그 세월 동안 여러 사연을 갖게 되죠. 그리고 나무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아름다워져요.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아하거나 기품 있다고는 하지만 아름답다는 말은 별로 사용하지 않잖아요. 나이가 들어가며 점점 아름다워지는 나무의 모습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닮고 싶은 나무가 있나요.

저는 감나무를 닮고 싶어요. 감나무는 어딜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죠. 하지만 뒤늦게 존재감을 일깨워주는 나무라고 생각해요. 자기 집 마당에 감나무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지게 된다면 허전한 마음이 들잖아요. 그런 면에서 감나무를 닮고 싶어요.”

나무에 대한 칼럼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나무가 아름다운 곳에선 사람이 평화롭게 살고, 나무가 죽어가는 곳은 사람도 살 수 없는 곳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우리 삶 속에서 나무와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도 함께요.”

인터뷰를 마치고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참 많은 나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평소 소중함을 알지 못했던 자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교수님이 하신 말씀 중 나무가 아름다운 곳은 사람이 평화롭게 살고 나무가 죽어가는 곳은 사람도 살 수 없는 곳이 된다는 메세지가 마음 깊이 새겨졌다. 인터뷰를 하러 가기 전과 집에 돌아오는 길에서 본 나무의 모습은 많이 달라 보였고 새로워 보였다. 늘 길가에 묵묵히 서 있어 존재감조차 잘 느끼지 못했던 나무와 여러 식물을 재발견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 식물과 소통하는 연습도 해봐야겠다.

 

고규홍은 나무 칼럼니스트. 1999년부터 나무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글과 사진으로 엮어 전하고 있다. 이 땅의 큰 나무』 『절집나무』 『옛집의 향기, 나무』 『알면서도 모르는 나무 이야기』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나무여행등을 지었다. 솔숲닷컴(solsup.com)으로도 나무 이야기를 전한다.

=노혜진 학생기자(성남 송림중 3), 사진=우상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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