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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일정
제목 암 환자 가족을 사랑하는 시민 연대모임 조종환 대표 날짜 2002.11.18 02:54
글쓴이 고규홍 조회 237
삶은 죽음의 다른 한편일 뿐. 그 양편을 넘나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암 투병 환자들. 예정된 일정(?)에 맞춰 죽음의 길로 들어서는 암 환자들 보다 더 힘든 사람들은 바로 그들 곁에서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환자의 아픔을 지켜보는 일 외에 별다른 수가 없는 가족과 의료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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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도 지난해에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는 암 진단을 받은 뒤에도 살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셨어요. 항암 치료로 머리가 다 빠진 어머니를 보고 저도 삭발을 했고, 다니던 직장도 때려치웠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아픔을 나누고 암과 싸워 이겨보려는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어머니는 암 진단 후 2백50일의 극심한 통증 끝에 돌아가시고 말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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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가족을 사랑하는 시민연대 모임’(www.ilovecancer.org)의 조종환(40) 대표의 이야기다. 그가 이 모임을 만들어 대표로 활동하게 된 것도 자신이 직접 암 환자의 가족이 되어, 어머님과 함께 고통스러웠던 죽음과의 싸움을 치러내면서부터였다. 보안 관련 솔루션 제작업체 대표이사였던 조대표는 암 환자들의 투병은 죽음을 향한 걸음이 아니라, 삶을 향한 뜀박질이라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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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진단을 받았다 하면, 마치 사형선고를 받은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어떻게든 암을 이겨내고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애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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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암 환자의 가족들로서는 어디엔가 기대고 싶은 욕구가 무척 강합니다. 그들이 함께 모이면 서로에게 가장 큰 위로와 힘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주변의 암 환자 가족들과 만나기 시작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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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많은 암 환자 가족들이 조대표와 의견을 같이 했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모임에 참여했다. 이들은 한 주일에 한 번씩 모임을 갖고 자신의 경험담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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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환자 가족 모임을 지속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환자가 끝내 죽음에 이르면, 그 가족들은 암과 관련한 모든 것들로부터 완전히 등을 돌립니다. 자연히 암 환자 가족 모임도 이어질 수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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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표도 지난해 8월,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암에 대한 생각을 털어버리고 싶었지만 환자 가족들의 모임을 계속하고, 암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겠다는 생각이 앞섰고, 사재를 털어 웹 사이트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암 환자들의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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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말 그는 ‘암에 관한 킨제이 보고서’라는 부제로 ‘암 치료는 없었다’(참빛출판사 펴냄)라는 단행본을 냈다. 오랫 동안 암 치료 현장에서 몸소 겪었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암 치료의 모순과 한계, 극복 방안 등을 제시하려 애쓴 결과였다. 이 책은 발간 전에 이미 5천부를 판매하는 뜻밖의 성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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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웹 사이트를 통해 암 환자의 희망 찾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말기 암 판정을 받은 환자 가운데 1년 이상 생존하고 있거나 생존했던 환자의 투병 사례를 솔직하게 보여줌으로써, 고통받고 있는 암 환자 가족에게 삶의 희망을 전해주겠다고 나섰다. 이른바 ‘암 희망 찾기’ 투병 사례 공모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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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은 삶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나라에 47만명의 암 환우(患友)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할 겁니다. 그것이 바로 죽음 바로 앞에서까지 단 한 순간도 삶의 의지를 버리지 않았던 제 어머니에 대한 마지막 효도라고 생각합니다.”

2002.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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