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 앨범] 많은 것 준 나무에게 바친 작은 선물 바깥에서 보기에 꽤 괜찮다는 직장을 차버리고 뛰어나와 떠돈 지난 8년, 나의 길 위에는 어디에나 나무가 있었다. 이 사진은 얼마 전 한 일간신문에서 일하는 박명기 기자가 찍어준 사진이다. 나무는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의 물푸레나무인데, 내 표정이 주책 맞을 만큼 즐거워 보인다. 까닭이 있다. 사람살이가 담겨 있는 큰 나무들을 찾아 헤매던 7년쯤 전, 이곳에 거의 버려지다시피 한 물푸레나무 한 그루를 찾아냈다. 물푸레나무는 제대로 자라기도 전에 베어낼 만큼 쓰임새가 많아 큰 나무를 찾아보기 어렵다. 기쁠 수밖에 없었다. 그냥 둬선 안되겠다 싶어 문화재청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달라고 생떼를 썼다. 개인 자격으로 문화재 지정을 신청한 일이 흔치 않아 문화재청으로서도 생경했을 게다. 그 뒤 몇 해 동안 정밀 조사가 실시됐고, 급기야 지난해에 이 물푸레나무는 천연기념물 지정이 예고됐다. 소식을 들은 박명기 기자가 나무를 보자며 찾아가 찍은 사진이니, 표정이 저렇게 환할 수밖에. 이제 이 나무는 온 국민이 오래 기억해야 할 천연기념물 제470호로 지정됐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내게 삶의 이치를 깨우쳐준 나무들 중 한 그루에게 내가 바친 작은 선물이 될 것이다.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 ▷ 1988~99년 중앙일보 기자 ▷ 2003년 한림대 겸임교수 ▷ ‘이 땅의 큰 나무’ ‘절집나무’ ‘알면서도 모르는 나무 이야기’ 출간 원문 보기
|